비트코인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정부기관과 기업, 스타트업, 연구자들에게 던져졌던 질문이다. 그러나 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활용처’를 묻기 전에, 먼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무엇을 구현할 수 있는가, 즉 그 기술적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자동차를 비유로 들어보자. 자동차는 사람이나 물건을 빠르고 편리하게 실어 나르는 이동 수단이다. “자동차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우리는 당연히 “이동”이라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 답할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의 구성 요소인 거울, 바퀴, 의자 각각만을 떼어내어 활용하면서 그것이 자동차의 본질을 구현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자동차의 거울로 보안을 강화하거나, 바퀴를 따로 활용해 새로운 기구를 만든다 해도, 그것은 ‘자동차’라는 전체 시스템이 가진 기능을 구현한 것은 아니다. 자동차는 단지 부품들의 조합이 아니라, ‘이동성’이라는 목적을 구현하는 유기적인 시스템이다.
이 논리는 블록체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블록체인은 여러 기술이 조합되어 구성된 복합 시스템이다. 데이터 구조 측면에서는 블록 단위 저장, 해시 기반 연결, PKI(공개키 기반 구조), P2P 네트워크, 합의 알고리즘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부품’들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부품들 중 일부만 사용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을 구현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블록체인의 가장 핵심적 가치는 단 하나, ‘위변조 불가능성(immutability)’이다. 이 위변조 불가능성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하며, 어느 한 요소만 도입한다고 해서 블록체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예컨대, 단순히 PKI 기술을 활용하거나 데이터를 블록화하여 저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블록체인 기술의 구현은 아니다. 그런 기술들은 블록체인의 ‘부품’일 뿐, 위변조 불가능이라는 ‘기능’을 완전하게 구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블록체인이라 부를 수 없다.
따라서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의 올바른 접근은 “위변조 불가능성을 어떤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다시 말해, 신뢰가 핵심인 분야계약, 인증, 거래 기록, 자산 관리, 신원 증명 등 에서 정보의 변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자 할 때 비로소 블록체인이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할 수 있는 최소 기준이다.
결국 핵심은 ‘기술의 명칭’이 아니라, ‘기술이 구현하는 기능’에 있다. 자동차는 사람을 실어 나를 수 있어야 자동차이고, 블록체인은 위변조 불가능성을 구현해야 블록체인이다. 단순히 기술 이름만 가져와 활용했다고 해서 블록체인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은 기술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수많은 자원과 노력이 낭비될 수 있다.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바퀴 하나만 만든다거나, 블록체인을 구현하겠다며 해시함수만 적용한다면, 그 결과는 ‘기능하지 않는 제품’이 될 뿐이다.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추상적 키워드만 차용한 혁신은 허상에 불과하다.
#비트코인 #블록체인허상 #블록체인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