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상자산 ETF 국정과제 발표를 보며

비트코인

by 이필립

정책 기획과 리스크 관리의 본질


정책이나 사업을 기획할 때 출발점은 언제나 국민과 사회, 그리고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기업 활동과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제가 분명히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종종 보아온 정책의 출발은 “남들도 하니 우리도 한다”는 단순한 모방적 태도였다. 이는 명분은 있어 보일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위험한 접근이다. 정책은 사회적 유행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추진할 것이 아니라, 성공 가능성과 파급 효과, 그리고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한 뒤에야 실행되어야 한다.


제품 개발의 경우를 떠올려 보자. 기업은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 반드시 시장 조사를 하고, 소비자가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실제로 얼마나 판매될지를 따져본다. 그리고 그 과정의 핵심에는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있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변수를 검토하고,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만 제품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시장에서의 생존 가능성이 담보된다. 정책도 다르지 않다. 리스크 관리가 빠진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 실제로는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경험과 실력이 부족한 이들이 정책을 설계할 경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다. 이는 곧 정책 실패로 이어진다. 최근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가상자산 현물 ETF와 토큰증권(STO) 도입을 바라보며 같은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 정부들이 추진한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정책은 기술적 이해 부족과 리스크 관리 미비로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를 보면, 정책 기획 당시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이 분명하다.


이번 정책에서도 동일한 의문이 제기된다. 과연 정부는 가상자산 ETF와 STO 도입을 추진하면서, 해당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들을 충분히 참여시켰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가 선행되었는가?


첫째, 가상자산 ETF와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현물 자산 보관이다. ETF는 투자자의 돈을 기반으로 가상자산을 실제로 매입해 보관해야 하는데, 이 보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ETF 자체가 모래 위에 지은 성과 다르지 않다. 안전한 수탁 시스템과 법적 장치 없이 ETF만 도입한다면, 투자자들은 언제든지 파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는 정책이 국민의 자산을 보호하기보다 오히려 위태롭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STO 도입 문제는 ‘익명성’ 여부와 직결된다. 만약 실명 기반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기존 증권 시스템과 충돌하거나 단순히 기존 제도를 확대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혁신은 사라지고, 단지 거래 대상만 늘어날 뿐 블록체인의 본질적 가치와는 무관해진다. 반대로 익명성을 인정한다면, 이는 자금세탁이나 불법 거래 등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결국 STO가 진정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실명제냐 익명제냐의 문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합리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단순한 용어의 포장일뿐, 새로운 제도적 진보라 부를 수 없다.


정책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한다”는 데 의의가 있지 않다. 그것이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고, 시장에서 신뢰를 얻으며,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참여와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필수적이다. 암호화폐 정책은 특히 기술적 이해와 금융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더더욱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만약 이 과정을 생략한 채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과거의 실패가 반복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화려한 용어나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정책의 본질적 타당성, 실질적 리스크 관리, 그리고 전문가적 검증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것이 결여된 정책은 아무리 시대적 유행을 좇는다 해도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없으며, 국가적 자산을 또 한 번 낭비하는 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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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5238736?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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