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허상과 비트코인의 예외성

비트코인

by 이필립


암호화폐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그 출발점은 분명했다. 중앙 발행 주체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화폐, 곧 지역 공동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탈중앙화된 화폐로서의 실험이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설계한 비트코인 시스템은 누구나 네트워크에 참여해 발행과 검증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구조는 지역 사회나 단체가 필요할 경우 비트코인의 코드를 복사해 자체 화폐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이 이상적인 출발점은 곧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실제로 비트코인이 지역 화폐로 자리 잡은 사례는 극히 드물고, 그것마저도 일시적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안정성의 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암호화폐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이는 순수한 혁신의 산물이 아니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하자, 이를 모방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세력이 몰려들었고, 새로운 암호화폐들이 ‘한탕’을 노리고 만들어졌다. 참여자들 역시 이 흐름에 편승해 “제2의 비트코인”을 찾는다며 자금을 쏟아부었다. 결과적으로 다수의 암호화폐는 화폐로서의 기능보다는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구조는 본질적으로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 누군가는 이익을 얻지만, 마지막에 진입한 다수의 투자자들은 손실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 동안 수많은 암호화폐가 급등락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안겼다는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보안성의 불균형이다. 비트코인은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방어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해시 파워가 집중된 만큼 외부 공격에 대해 압도적인 내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암호화폐들은 이 같은 수준의 보안망을 확보하기 어렵다. 겉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일반적인 서버 보안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결국 비트코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외부 공격에 취약하며, 이는 화폐로서 신뢰를 잃게 만든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의 해시 파워가 성장한 만큼, 다른 암호화폐들은 상대적으로 화폐로서의 존재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날의 암호화폐 시장을 바라보면, “지역 화폐”나 “대체 화폐”라는 초기 명분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실제 생활에서 지역 화폐로 활용되는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대신 암호화폐는 투기적 자산으로만 소비되며, 결국 후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구조적 문제만 반복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본래의 가치를 잊고 오로지 가격 변동에만 집착하는 이상, 암호화폐는 사회적 유용성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비트코인은 예외적 존재라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태생적으로 다른 암호화폐와 다르다. 단순히 투기 열풍의 부산물이 아니라, 탈중앙화와 보안성, 그리고 검증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유일하게 진정한 블록체인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이후 축적된 압도적인 해시 파워는 외부 공격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비트코인은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여전히 화폐적, 기술적 의미를 유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암호화폐 전반은 화폐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지만, 비트코인은 예외다. 오히려 비트코인의 존재는 암호화폐 시장의 허상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다수의 암호화폐가 사라지고 무용지물이 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도, 비트코인은 여전히 ‘진짜 블록체인’이자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신뢰 기반으로서 독자적 위치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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