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2016년, 나는 우연히 한 후배를 통해 비트코인을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그는 “500만 원을 투자하면 한 달에 50만 원의 이자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20년 넘게 비즈니스를 해온 내게 그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 직접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인터넷의 수많은 글과 영상은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는 막연한 찬사만 늘어놓았을 뿐, 왜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바꾼다는 것인지에 대한 논리적 설명은 없었다.
이에 나는 서점으로 향해 ‘블록체인 혁명’을 포함한 관련 서적 일곱 권을 구입했다. 하지만 그 책들조차 “변조가 어렵다”는 모호한 문장만 반복했을 뿐, 기술적 근거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컴퓨터 공학 서적인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의 비트코인』을 읽으며 비로소 무릎을 쳤다. 그 책을 통해 나는 비트코인이 ’작업증명(Proof of Work)‘과 개인키 암호(PKI) 체계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해시파워가 커질수록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진화한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IT 분야에서 20년간 일한 내게 “위변조가 어렵다”와 “불가능하다”의 차이는 혁명적이었다. 기존의 정보통신 시스템이 막대한 비용에도 완벽한 무결성을 보장하지 못했던 반면,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계산력 자체로 신뢰를 증명했다. 그 순간 나는 이것이 단순한 금융이 아니라 정보통신의 혁명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문제는 곧 드러났다. 비트코인의 핵심은 ‘탈중앙화’인데, 금융의 본질은 ‘신탁과 관리’다. 개인키를 중앙기관이 보관하는 순간 시스템은 본질을 잃는다. 이는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즉, 비트코인은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과 본질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반(半)중앙화 구조”라는 대안을 고안했다. 완전한 탈중앙화는 운영의 책임 주체가 없다는 문제가 있고, 완전한 중앙화는 보안과 신뢰를 잃는다. 따라서 두 시스템의 장점을 결합해 개인이 소유하면서도 관리 가능한 형태의 구조, 즉 ‘이중화된 비트코인 보관 시스템’을 구상했고 이를 특허로 등록했다.
이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바로 카드형 콜드월렛이다. 사용자가 자신의 비트코인을 물리적 카드에 저장할 수 있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비트코인 담보대출·투자 등 비트코인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내 목표였다.
만약 카드 지갑이 시장에서 널리 사용된다면, 개인 비트코인 보유액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집적될 것이고, 그 기반 위에 비트코인 기반의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전통 금융기관에도 API 형태로 반중앙화 시스템을 제공해 비트코인 금융의 백엔드 인프라가 되는 것이 나의 큰 그림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정부는 비트코인 카드를 ‘그림자 규제’ 판매를 금지했고, 카드사 역시 PG(Payment Gateway)승인을 거부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지자체, 국회의원 등 여러 기관에 문제 해결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해결책은 없었다.
이로 인해 나는 초기 목표였던 1조 원 저장규모의 카드판매를 이루지 못했고, 비트코인 금융모델의 첫 단추조차 끼울 수 없었다.
시간은 흘렀고, 비트코인의 가치는 엄청난 상승했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권은 여전히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표면적인 규제와 단속에 머물러 있다. 나는 부산시 관계자들에게 “부산을 비트코인 금융도시로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성과를 먼저 보여달라”였다.
국가가 기업의 사업을 막아놓고 성과를 요구하는 모순 속에서, 한국은 미래 금융의 주도권을 스스로 놓치고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같은 확신을 품고 있다.
비트코인은 신뢰를 증명하는 기술이며, 그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질서의 시작점이다.
정부가 AI·바이오·반도체에 수조 원을 쏟아붓듯, 비트코인 반중앙화 금융 시스템에도 이제는 작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나는 지난 10년간 쌓아온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이 시스템의 비전을 이해하고 함께 실행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달러에 FRB가 있으면 비트코인계의 리얼체크가 있다.
#미래기축통화패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