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지난 10여 년간 대한민국 정부는 비트코인 정책에 있어 방향성을 잃은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초기의 혼란스러움은 이해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도 여전히 비트코인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태도는 문제다. 각종 공청회와 연구 용역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정책적 진전은 미미했다. 그나마 등장한 정책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의 사례를 단순히 모방한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러한 ‘따라가기식 정책’으로는 디지털 금융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주도할 수 없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경제·철학이 융합된 새로운 금융 질서다. 컴퓨터 과학의 암호 알고리즘, 수학적 연산의 정합성, 분산 시스템의 구조적 안정성, 그리고 ‘신뢰와 시간의 철학’이 결합된 거대한 패러다임이다. 이를 경제학이나 금융학의 관점으로만 해석하려 든다면 비트코인의 본질은 영영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 5년간 비트코인의 폭발적인 가치 상승 ’즉, 20만 달러를 향해가는 흐름‘ 을 예측하지 못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비트코인은 하나의 자산군이 아니라 새로운 신뢰 시스템의 등장임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정 비트코인을 이해하려면, 단일 학문이나 산업의 프레임을 넘어 융합적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 비트코인은 금융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적 전환’의 문제다.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인류의 노동 구조를 바꾸었다면, 비트코인은 ‘시간과 신뢰’를 재정의하며 인류의 경제 질서를 바꾸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는 여전히 비트코인을 ‘투기와 해킹’의 위험성으로만 단정하고, 근본적 이해보다 무지에 기반한 규제를 택했다. 이로 인해 국가가 부강해질 기회를, 국민이 부자가 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도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비트코인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조차 10년 전, 5년 전의 지식에 머물러 있다. 그들이 말하는 ‘블록체인 혁신’은 실제로는 기술적 환상에 불과했고, 정작 비트코인의 핵심 원리 ‘위변조불가성과 신뢰의 분산’ 은 이해하지 못했다. 정부가 이런 목소리에만 의존한다면,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세계적 비트코인 금융의 흐름을 놓칠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학계, 산업계, 기술계, 철학계가 함께 모여 ‘비트코인 이해를 위한 국가 토론회’를 열어야 한다. 단순히 법제화나 세금 문제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이 열어갈 미래 금융의 구조를 국가 차원에서 설계해야 한다. 앞으로 비트코인이 2억 원이 될지, 100억 원이 될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지식적·기술적 준비를 하느냐이다.
비트코인은 이미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새로운 ‘디지털 금’이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규제가 아니라 이해이며, 추종이 아니라 주도다. 미래의 부를 결정짓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신뢰의 구조’를 누가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이 그 설계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는 지금 정부의 통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