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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필립 Aug 29. 2024

동물농장 1리 가

보내는 이 : 비지식인, 받는 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동물농장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정부와 공공기관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국회가 이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오히려 의원 개개인의 권력 남용과 정치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을 보며 깊은 실망감을 느낄 때가 많다.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신, 권력의 중심에서 이권을 챙기고, 정당 간의 정치적 다툼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의 감시 체계가 얼마나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있는지 절감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감시자를 감시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국회라는 감시 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이들을 다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감시 기구들조차 부패한다면? 이 질문을 던지면, 결국 우리는 감시 기구의 끝없는 연쇄 속에서 한 번도 완벽하게 청렴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런 딜레마를 떠올릴 때,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 농장》(Animal Farm)이 생각난다. 이 작품에서 동물들은 인간 농장주들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혁명을 일으키고, 자신들만의 이상적인 사회를 구축하려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 중 일부, 특히 돼지들은 점점 더 권력을 쥐고, 인간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동물들을 억압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평등과 정의를 외쳤던 이들 지도자들은 결국 자신들이 몰아내려 했던 독재자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돼지와 인간의 얼굴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묘사는, 권력이 어떻게 부패를 낳고, 그것이 다시금 새로운 억압을 만들어내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동물 농장》의 교훈은 명확하다. 감시자가 부패하면, 감시받는 자의 억압은 더욱 강해질 뿐이다. 국회는 본래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위해 존재하지만, 그 자체가 부패하고 권력화될 때, 오히려 국민의 삶을 더 어렵고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감시자를 감시하는 또 다른 기구"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감시 기구들 역시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권력의 유혹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우리는 단지 새로운 감시 기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오히려 우리는 시스템 자체를 어떻게 투명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무한한 감시의 연쇄를 피할 방법은, 결국 처음부터 시스템을 설계할 때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권력을 감시하고, 부패를 막을 수 있는 방법들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시 기구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그 자신이 부패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국회가 국민을 위한 기관이 아닌, 의원 개개인의 권력 놀이터로 전락할 때, 우리는 정치적 무력감과 함께 삶의 질이 점차 악화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단지 정치적 불신을 넘어, 국민들의 일상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친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적 약자들이 더욱 소외되며,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삶이 피폐해진다.


결국 우리는 시스템을 보다 투명하고 책임 있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감시 기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감시 기구들 간의 균형과 견제를 이루고, 국민들이 직접적인 감시자가 될 수 있는 민주적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은 권력과 부패의 문제를 단순히 소설 속의 이야기로 남기지 않고, 우리가 현실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지 않도록, 우리는 끝없이 감시자들을 감시하고, 권력이 부패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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