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필립 Dec 18. 2024

AI 창작물의 소비자 몫에 대한 고찰

AI 창작물의 문제점, 두려움



우리는 시를 읽으며 종종 그 작가가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궁금해하곤 한다. 그림을 감상하며 화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추측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작곡가의 감정을 상상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독자의 해석에 달려 있다. 시인은 독자가 느끼는 감정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기를 바란다. 화가는 단지 그림을 그릴 뿐이며, 독자는 그것을 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고와 감정을 투영할 수 있다. 이는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작품을 단지 전달된 결과물로 보지 않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물론 창작자는 자신의 경험과 사고를 작품에 담는다. 그로 인해 독자는 창작자의 연장선상에서 그 경험을 공유하게 되거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AI 시대에 이르러, 창작과 해석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생성한 텍스트, 이미지, 음악, 심지어 영화는 너무나 정교하고 매혹적이다. 우리가 바둑에서 알파고의 전략에 놀랐던 것처럼, AI의 창작물도 우리의 사고와 감정을 흔든다.


패스트푸드를 떠올려 보자. 우리는 그 조화로운 맛에 감탄하면서도 그것이 건강에 미칠 영향을 염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서 짧은 시간 안에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패스트푸드는 부인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다. AI 창작물도 이와 유사한 속성을 가진다. AI는 짧은 시간에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인간의 창작 능력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패스트푸드의 또 다른 측면은 효율성이다.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최대의 만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패스트푸드는 혁신적인 음식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AI도 마찬가지다. 창작에 필요한 지식과 시간을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품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몇 개의 간단한 키워드 입력만으로 텍스트, 음성, 이미지, 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AI는 새로운 창작의 장을 열고 있다.


하지만 AI 창작물에 대한 해석과 만족은 여전히 소비자의 몫이다. 패스트푸드가 입맛에 맞는 만족감을 제공하듯, AI가 생성한 창작물은 소비자가 얼마나 그 가치를 느끼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직면하는 중요한 문제는 인간이 기존에 담당하던 창작 분야를 AI가 대체하면서 발생하는 윤리적, 사회적 과제다.


이러한 문제들은 소비자 개인의 판단에 맡겨둘 수 없는 영역이다. AI가 가져올 변화는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정부와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정책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AI 시대에 창작의 가치와 인간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고 조율할 것인지,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요지는, AI 창작물은 인간의 사고와 감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도구임과 동시에, 그 책임과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만 하는 시대적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AI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창작물에 놀라워하면서도, 그 뒤에 숨겨진 사회적 맥락과 윤리적 책임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