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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법,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하여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하여

by 이필립


악마. 이 단어는 우리에게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혼란을 떠올리게 한다. 흥미롭게도 ‘악마’의 어원은 라틴어로 디아블로(Diablo) 다. 이 단어의 뿌리를 살펴보면, ‘디아(Dia)’ 는 ‘나누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여기서 ‘나누다’는 단순히 ‘공유하다’가 아니라, ‘분열시키다’와 같은 의미에 가깝다. 즉, 악마는 사람들을 나누고 갈라서게 만드는 존재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함께 살아가야 하며, 서로 연결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악마적인 행위들은 우리 사회를 끊임없이 분열시키려 했다.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는 ‘편 가르기’다. 우리는 종종 정치나 사회의 영역에서 이러한 편 가르기를 목격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나누고,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행위들이다.


법은 이러한 분열을 방지하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법이란 본래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약속이다. 그러나 이 법이 악마적인 나누기의 도구로 변질될 때,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법이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불평등을 조장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이는 악법이 되고 만다.


진정한 법이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누구나 동등하게 적용받으며, 누구에게도 불공평하지 않아야 한다. 과거 왕권 체제에서는 소수의 권력자가 극단적인 부와 명예를 누리는 반면, 다수의 사람들은 가난과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이것이 바로 ‘함께 살아간다’는 개념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였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란 무엇인가? 그것은 모든 사람이 동일한 조건에서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물질적 풍요로움이나 육체적 자유가 계층에 따라 차별되지 않는 사회가 진정한 ‘함께’의 의미를 실현하는 것이다. 법의 존재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은 누구나 같은 기준에서 보호받고, 동일한 조건에서 처벌받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


악법은 무엇인가? 악법의 본질은 법이 ‘나누기’의 도구가 되는 데 있다. 처벌의 기준이 다르거나, 특정 집단에만 유리하게 적용되는 법은 결국 악마적 속성을 지니게 된다. 이런 법은 사회를 갈라놓고, 함께 살아가는 기본 조건을 무너뜨린다. 따라서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 법이 정말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것인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원칙은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규칙과 질서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그 질서가 소수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질서가 아니라 억압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법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법을 통해 나눔과 분열이 아니라 통합과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악마적인 법은 갈등과 대립을 강화하지만, 인간적인 법은 평등과 공존을 이끌어낸다.


법의 존재 의미를 되새겨보자. 우리는 어떤 법을 만들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인간의 본성은 사회적이다. 그러나 그 본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이 정의롭고 공정해야 한다. 나누는 법이 아니라, 함께하는 법이 필요하다.


이것이 악마적 분열을 극복하고, 인간적 공동체를 지켜내기 위한 우리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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