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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추첨의 문제점과 시드키 생성의 조건

추첨의 공정성을 위한 퍼블릭 블록체인 활용의 가능성

by 이필립



사회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종종 추첨이라는 도구에 의존한다. 추첨은 불확실성을 통해 결과에 대한 편견을 제거하고,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활용 범위가 넓다.


예를 들어, 복권 추첨은 국가의 공식 시스템을 통해 당첨자를 무작위로 선정한다. 청약 추첨은 한정된 주택 공급에 대한 공정한 배분을 위해 사용되며, 스포츠 경기 대진표 추첨은 팀 간의 공평한 경쟁 구조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이처럼 추첨은 경제, 부동산,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그 역할은 사회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추첨이 항상 신뢰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특히 전자식 추첨 시스템은 효율성과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조작 가능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2010년 미국에서 발생한 복권 조작 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시스템 관리자가 난수 생성기의 시드키(seed key)를 조작하여 당첨 번호를 예측하고, 이에 기반해 거액의 당첨금을 챙긴 사건은 전자식 추첨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 이 사건은 결과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없는 시스템이 얼마나 쉽게 부정행위의 표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자식 추첨의 핵심은 무작위성(Randomness)이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난수를 생성하는 초기값인 시드키(seed key)의 생성 과정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전자식 추첨 시스템은 다음 세 가지 방법으로 시드키를 생성한다.


첫째, 의사 난수 생성기(PRNG)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시드키를 생성한다. 이는 재현성이 뛰어나고 빠르게 동작하지만, 초기값(시드값)이 예측되면 이후의 결괏값도 쉽게 예측될 수 있다는 약점을 가진다.

둘째, 진정 난수 생성기(TRNG)는 물리적 현상(양자 잡음, 전자 신호의 변동 등)을 이용하여 무작위성을 보장한다. TRNG는 조작이 어렵지만,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고, 실제 운영자가 TRNG를 사용했다는 증명 과정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양자 난수 생성기(QRNG)는 양자 물리학의 불확정성을 활용하여 가장 완벽한 무작위성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역시 높은 비용과 복잡한 장비 운용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처럼 시드키 생성 방식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하며, 결과적으로 인위적 개입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를 판별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전자식 추첨의 신뢰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드키 생성기가 다음의 네 가지 조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첫째, 반(半) 인위성: 시드키 생성 과정에서 인위적 개입이 없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생성 과정이 물리적 현상이나 외부 데이터를 활용하여 조작 가능성을 배제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둘째, 생성과정의 투명성: 생성 과정이 예측 불가능하고 논리적으로 정당해야 한다. 즉, 생성 알고리즘과 입력 데이터가 공개되거나 검증 가능해야 하며, 누구나 그 과정을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재현 가능성: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시드키를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재현 가능성은 시스템의 오류 검증과 무결성 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넷째, 유일성: 시드키는 반드시 유일해야 하며, 중복성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미래의 주식 가격, 특정일 신문 헤드라인 등 외부 데이터와 결합하여 고유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 네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시드키 생성 방법은 여전히 구현하기 어렵지만,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의 블록 해시값을 활용하면 이러한 기준에 상당 부분 부합할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무결성을 보장하는 기술이다. 특정 블록의 해시값은 그 이전 블록의 데이터와 연계되어 생성되며, 네트워크에 의해 지속적으로 검증된다. 이로 인해 블록 해시값은 조작이 불가능하고, 고유한 값을 가진다.


블록 해시값을 시드키 생성에 활용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1. 반 인위성 보장: 블록 해시값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검증 과정을 거쳐 생성되므로 인위적 개입이 불가능하다.

2. 투명성 확보: 블록체인의 공개 특성 덕분에 누구나 생성 과정을 검증할 수 있다.

3. 재현 가능성 충족: 동일한 블록 해시값을 사용하면 언제든 동일한 결과를 재현할 수 있다.

4. 유일성 보장: 각 블록 해시값은 고유하며, 중복될 가능성이 없다.


결국, 퍼블릭 블록체인의 블록 해시값을 활용한 시드키 생성은 전자식 추첨 시스템의 신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에는 비용과 복잡성이라는 과제가 따르지만,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적 투자가 필수적이다.


전자식 추첨은 현대 사회의 공정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신뢰를 보장하려면 시드키 생성 과정의 무결성, 투명성, 재현 가능성, 유일성을 확보해야 한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전자식 추첨의 미래를 더욱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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