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정말 괜찮니

아니 에르노와 나눈 대화

by 빛글사랑

가끔은 나에게 말을 건다. 너 정말 괜찮니. 난 장녀다. 나보다 가족이 먼저였다. 처음 글을 배울 때 내 이야기를 쓰라고 하는데 글 안에 난 없었다. 평상시 내가 느끼고 생각한 걸 자연스럽게 쓴다고 썼는데 그 안에 난 없었다. 지금 힘들고 괴로운 것이 나 때문인지 가족 때문인지 모를 만큼 언제나 난 없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쓰고, 또 쓰면서 날 찾아갔다.


독서 모임에서 우연히 아니 에르노를 알게 되었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그녀는 지난날 내가 일기처럼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소설로 기록하고 재현하는 그녀의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며칠 전 병원에서 받은 다이어리를 아버지에게 읽어드리니 나에게 쓰라고 했다. 다이어리를 쓸 사람이 없으니 나보고 쓰라고 한 말인데 나는 아버지의 치료 일기를 쓰라는 말로 들렸다. 같이 살지 않기에 문병 간 날 내가 느낀 감정과 아버지의 건강 상태를 메모하는 정도로 치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니 에르노의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를 우연히 읽었다. 내가 대출하려던 책은 아닌데 우연히 눈에 띈 제목에 끌려 꺼냈고 책 뒷면에 소설가 편혜영이 쓴 문장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픈 어머니 곁에서 그녀는 얼마 후 자신이 맞게 될 날들을 앞서 겪으며 문병일기를 적어나간다.” 나도 아버지의 치료 일기를 쓰면서 나의 미래를 상상하곤 했다. 내 생각을 들킨 듯 그 문장에 끌려 책을 택했다. 아팠던 그녀의 어머니 모습이 그대로 담긴, 그 시간들 속에서 아니 에르노가 살아간 모습들이 그려졌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겠지.


아픈 아버지 곁을 지키고 있는 칠십이 넘은 어머니 건강이 걱정되었다. 누군가의 희생은 고맙지만 묻히곤 한다. 아파서 못 먹는 아버지 곁에서 입맛을 잃어갈 어머니가 사실 더 걱정되었다. 힘없는 남편의 모습에 자신도 언젠가 이렇게 되겠지 생각하며 덩달아 입맛을 뺏기지만 자식과 손자들 보며 힘을 얻고 있는 어머니가 고맙기만 했다. 아버지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뭐라도 먹는 어머니, 답답한 마음 때문에 그렇게 먹곤 체기가 있다고 하는 그 마음이 전해져 슬펐다.


나도 내 건강을 챙겨야겠다.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부모님을 위해. 건강은 대체 무엇일까. 아픈 사람을 보면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인 고통이 더 힘들게 하는 거 같다. 나는 건강한가.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으로 평가한다면 아직 정신적인 건강은 양호한 편이다. 육체적인 건강은 나의 습관과 운동으로 얼마든지 만들어 갈 수 있지만 게으른 생활이 나를 흐트러지게 만든다. 오늘부터 다시 나의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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