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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Jul 04. 2023

애정할 수 있는 나의 일이란

나를 표현하는 자유


   내가 가장 애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직장을 택할 때 우리는 애정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한다. 권력과 돈에 눈이 멀지 않은 한 회사와 나의 성장을 꿈꾼다. 그렇게 택한 지금의 일에 만족하는가. 돈과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숨은 보석을 찾았는가. 요즘 사람들은 직업을 선택할 때 연봉을 제일 먼저 본다. 연봉은 적지만 봉사정신과 사명감을 갖고 일을 택하는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는 거 보면 분명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증거다.


   그녀들이 삼십 대 젊은 나이에 급식조리사 일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 필요하고 경력단절로 집에 있는 게 두렵고 퇴직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이었기 때문일까. 물론 이런 이유가 아예 배재될 순 없지만 그녀들은 내 아이 먹이듯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 건강한 급식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을 것이다. 그런 사명감으로 한 학교에서 이십 년 넘게 근무한 분들이 많다. 그런데 갈수록 복지가 좋아지고 환경이 나아져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역으로 가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녀들은 점점 건강한 급식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작년부터 거리로 나온 그녀들의 시위는 당당하고 타당한 이유였다. ‘골병들어 못 살겠다, 적정 인원, 1인당 식수인원 공공기관의 2배 (140~150명), 대체 인력 부족, 죽음의 급식실 바꿔내자, 급식실 폐질환 5명 중 1명’ 등 피켓의 문장들은 당연히 실현되어야 하는 뼈 아픈 이야기들이었다.


   지난 월요일 학교 급식 검수를 위해 아들 학교에 방문했다. 새벽 6시부터 검수가 이뤄지고 영양사 선생님 한 분이 나와서 체크를 한다고 했다. 7시경 두 분의 조리사분들이 나오셔서 입고된 식재료들을 냉장고 등 제자리에 정리하셨다. 높게 쌓인 박스가 키와 몸짓의 2배가 넘어 버거워 보였다. 900명이 넘는 교사와 학생들을 위해 제공될 신선한 재료와 반짝이는 깔끔한 주방식기는 기분 좋게 만들었지만 작은 체구의 마른 조리사분들의 건강이 걱정되었다. 그걸 눈치챘는지 영양사선생님은 조리방법을 익히고 찌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고 했다. 검수 보고서를 작성하고 검수된 재료들을 같이 정리해드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6월 15일 학교급식 정상화와 산업재해 추방을 위한 10만 서명운동 지지 시위가 있었다. 성남교육지원청 정문을 둘러싸고 피켓팅을 했다. 학교 급식실의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고 와서인지 우리가 만든 피켓 문구들이 자꾸 가슴을 후비고 들어왔다. ‘행복한 조리실 맛있는 급식 즐거운 학교, 안전한 급식실 건강한 급식 행복한 아이들, 학교 급식실 행복한 人 , 학교 급식실 인력난 OUT, 행복한 급식실, 급식실을 살려주세요.’ 지나가는 시민들이 바라보았다.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지 정확히 알진 못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시위하는 광경은 분명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뒤로 숨는 것이 아닌 자기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민주시민이 많아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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