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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Dec 09. 2023

행복해질 용기

하고 싶은 말, 해야 하는 말을 무례하지 않게 건네고 싶다.

출근길 버스 안이 소란스럽다. 달리려는 버스 문을 두드리고 탄 아주머니는 비좁은 통로를 뚫고 맨 뒷좌석으로 오더니 자리를 비켜달란다. 몸이 아파서 서 있기 힘들다면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 앉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분은 한 걸음에 앞에서 뒤까지 복잡한 통로를 뚫고 들어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자리까지 양보하라니, 당황스러웠다. 순간 쩌렁한 운전기사 목소리가 버스를 흔들었다.


교통카드 찍으세요.”

좋게 이야기한 기사와 달리 그분은 첫마디부터 욕이었다. 기사는 정당하게 버스비를 내라고 이야기 한 건데, 교통카드를 안 가져와서 현금을 냈는데 환승을 하는 바람에 버스비가 없다고 했다. 당혹스러운 그분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죄 없는 기사에게 욕을 퍼붓는 건 잘못이었다. 본인이 이상하면서 말끝마다 기사를 이상하다고 표현했다. 이상한 기사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 같다며 그분은 돈을 맡겨놓은 사람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천 원이 있냐고 물었다. 오늘은 지갑을 두고 와서 귀만 쫑긋 세우고 읽던 책을 읽는데, 내 옆에 앉은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는 안절부절 제 일처럼 자신의 지갑을 열었지만 돈이 없었다. 천 원에서 끝나지 않고 카드를 찍어달란다. 그 말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하나둘 고개를 돌려 그분을 보았다.


천 원을 못 빌려줘서 죄책감에 빠진 아주머니. 그 아주머니 옆에서 지금까지의 모습을 지켜보던 젊은 여자는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다.

돈이 없으면 버스를 타지 말았어야지, 타서 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세요.”

자신이 해야 할 말, 나도 꼭 하고 싶었던 말을 멋지게 하였다. 그분은 젊은 여자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째려보았다. 한 정거장 가서 내리기 전, 젊은 여자에게 욕을 퍼부었다. 처음부터 버스에서 그분의 행동을 지켜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혀를 찼다. 몸이 불편한 건지 마음이 불편한 건지. 그분은 마치 장애인이 벼슬이라도 되는 것처럼 유세를 떨었다.


그분은 자신의 행복해질 권리를 위해 버스 타는 용기를 냈을 것이다. 교통카드가 환승되듯이 현금 환승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불만이 평소에 있었을까. 자신이 혼잣말처럼 되뇌는 말이 중요한 순간 입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그분이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면 절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으리라. 한 편으로 이해가 된다. 마음의 여유가 없던 시절 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말끝마다 불평불만이 가득한 혼잣말을 하곤 했다. 나보다 남을 탓하는 말로.


마음을 건강하게 다스리기 위해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있다. 아들러는 자네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야. 말하자면 행복해질 용기가 부족한 거지. 인생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 과거에서 원인을 찾는 것, 가능성을 남겨두는 것.


버스에서 만난 젊은 여자의 대화법이 나를 돌아보게 하였다. 하고 싶은 말, 해야 하는 말을 무례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도 행복해지기 위해 유리병 안에 용기청을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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