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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Jul 07. 2023

스토리가 있는 그림 전시회

그림이 내게 말을 걸다

    강무련 작가의 전시회 명은 <330-1, drawing>이었다. 전시명은 그림을 그리던 장소의 주소라 했다. 작품마다의 장소성이 주는 추억과 의미를 해석하는 것만으로 재밌는 전시회었다. 스토리가 있는 그림 작품이라 신기하게도 난 자꾸 그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토끼에 몰입되어 멋진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장면의 그림 앞에선 나도 모르게 명상에 빠졌다. 이리 바쁘게 산 이유가 뭔지 나 자신에게 물었던 그 작품은 재미까지 있어 같이 간 문우들과 토끼가 된 사진도 찍어보았다. 동화작가가 꿈이라는 강무련 작가의 재미난 상상력이 어떤 그림책을 만들지 기대가 되었다. 7월 1일 마지막 전시회 날, 뜨거운 태양이 타오르 듯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강무련 작가가 자신을 활활 불태우는 멋진 작가가 되리라 응원했다.


   전시회를 벗어나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그림과 나눴던 대화들이 모자랐는지 같이 간 일행들은 교수님을 모시고 걷고 싶어 했다. 그냥 우연히 누군가 던진 한 마디에 이끌려. 수서역 6번 출구 바로 앞은 대모산과 연결되어 있었다. 시원한 대모산 숲길은 청명하고 고요했다. 맨발 걷기의 성지라 하여 신발을 벗고 찹찹하고 부드럽고 가끔은 뾰족한 돌멩이가 밟히는 그 길을 걸었다.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도 맨발로 환하게 웃어주었다. 처음 하는 생경한 경험이 포근하게 다가왔다. 교수님이 아니면 경험하지 못할 맨발 걷기. 늘 새로운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묵묵히 앞에서 이끌어주었다. 말없이 이렇게 하는 거라고 몸으로 보여주었다.


   가끔 돌멩이가 발바닥을 찔러 앓는 소리를 내면 뇌를 깨워주는 것이라고 하여 걸으면서 따끔함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처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지혜롭고 현명하게 그 순간을 환기시켜 주었기에 나는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글을 쓸 수 있었다. 포근한 엄마처럼, 엄격한 스승처럼, 끝없이 이야기 나누는 동무처럼, 최교수님은 글보다 인생을 살아가며 마음 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중간쯤에서 신발 신을 사람은 신어도 된다고 했다. 물티슈와 들고 있는 생수로 까맣게 묻은 흙을 씻어내느라 힘들었는데 조금 더 내려가니 발을 씻는 샘물이 나왔다. 조금 더 참고 끝까지 따라갈 걸 후회했다. 다시 신을 벗고 샘물에 발을 담그니 흙길 속 아련했던 느낌들이 되살아났다. 우리에게 전하고픈 교수님의 진심이 다가왔다.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들을 향한 그 마음. 바쁘게 사는 제자들인 걸 알기에 늘 기다리고 살피는 스승이었다. 이제는 조금 더 스승을 살피는 제자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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