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글사랑 Jul 08. 2023

왕초보 작가지망생 글쓰기

너도 나도 쓰는데 나라고 못 쓰겠어.

   오늘 하루를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왕초보, 작가지망생, 글쓰기로 표현할 수 있다. 사실 어제부터 나의 머릿속에서 맴돌던 단어들이다. 북월드콘 온라인 정기모임에서 리더 퍼플데이지님이 미사시에서 열린 동동샘의 블로그 특강이야기를 해주었다. 블로그를 하는 것은 일기를 쓰듯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닌 타인을 위한 글쓰기여야 한다고 했다. 물론 수익화를 위한 특강이었지만 수익화를 떠나 블로그의 뜻을 검색해 보았다.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칼럼, 일기, 취재 기사 따위를 올리는 웹 사이트’라고 나왔다. 유독 ‘관심사’란 글자가 눈에 띄었다. 난 블로그에 관심사 없이 일기처럼 마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남편이 책장정리를 하라고 몇 달 전부터 이야기했다. 책장에 책이 넘쳐나는데 택배로 계속 책이 오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경고였다. 물론 책을 좋아하고, 매일 책을 읽고 있다는 건 알지만 나를 돌아보라는 의미 같았다. 마음은 알지만 말은 예쁘게 나가지 않았다. 저녁 약속으로 늦는 남편을 기다리며 책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책장 정리를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선은 버릴 책부터 골랐다. 책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강한 결단이 필요했다. 동생에게 줄 책은 사진 찍어 보내니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읽을 책만 가져가겠다고 했다.


   눈에 잘 띄는 명당자리는 관심사 책으로 채웠다. 거기에는 이오덕의 『무엇을 어떻게 쓸까』, 쇼펜하우어의 『문장론』,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설흔·박현찬의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은유의 『글쓰기의 최전선』, 이정훈의 『쓰려고 읽습니다』 등이 꽂혔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읽고 또 읽었던 책이었다. 내 주변에는 책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내가 책 이야기를 하거나 쓴 글을 보여주면 외계인 취급하듯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말끝에 나도 옛날에는 책도 읽고 글도 썼었는데. 결혼하고 애를 키우며 그럴만한 여유가 없더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었다. 나도 결혼 후 팍팍한 삶 속에서 책과 글을 잊고 살았다. 어느 날 집안일로 머리가 터질 듯 답답해 잠이 오지 않았다. 그 감정을 글로 몇 자 옮기니 거짓말처럼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 후 일기 쓰듯 내 안의 감정을 풀어냈다. 글쓰기의 글자도 몰랐기에 나에게 작가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도서관 <작가양성독서회> 강좌 덕분에 매주 한 편의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을 읽으며 난 울보처럼 늘 울었다. 눈물이 마르고 정신을 차려보니 매주 주어지는 글감으로 쓸 재료가 말라갔다. 감정으로 쓰는 게 글인 줄 알았는데 그건 나만 만족할 뿐 타인을 괴롭히는 글이었다는 걸 한참 시간이 흐르고 알았다. 하지만 그 단계를 거쳐야만 진정한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글쓰기의 늪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난 오늘도 자아도취에 빠진다. 이 정도면 멋지지 않아. 7년 전 수북한 군더더기 글을 쓰던 내가 정갈하게 정돈된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끝까지 놓지 않은 끈기 덕분이다. 당장 잘 쓰려고 애태우지 고 지금을 즐길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