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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을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7기 이수현

[제목 사진 출처: Ikea Japan, 인스타그램 @imma.gram]


이케아 하라주쿠점에 사는 그녀


이케아 제품을 활용한 방에서 살고 있는 Imma의 모습 [출처: Ikea Japan, 인스타그램 @imma.gram]

   이케아는 최근 하라주쿠 신규 지점 홍보를 위해 CGI(Computer-Generated Image) 인플루언서를 앞세웠다. CGI 인플루언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가상 인물로, 이케아 하라주쿠점 창가에 설치된 LED 스크린에는 이케아 제품들로 구성된 방과 함께, 그 방에서 살고 있는 CGI 인플루언서 ‘Imma’의 모습이 나온다. Imma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독서, 홈 트레이닝을 하는 등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방 안에서 하는 행동들은 Imma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된다. 이케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사람들에게 Imma의 삶을 통해 ‘집에서의 행복 추구’를 전달하려 Imma를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한다. 이러한 CGI 인플루언서는 일본의 Imma를 비롯해 237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미국의 Lil Miquela, Bermuda 등이 있으며 이들은 실제 사람과 구별하기 힘든 비주얼을 가지고 있고, 뚜렷한 개성이 부여된 인격을 소유한 것으로 표현된다.



이케아가 CGI 인플루언서를 통해 얻은 것


이케아 제품의 자연스러운 홍보 [출처: Ikea Japan, 인스타그램 @imma.gram]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케아가 CGI 인플루언서를 기용함으로써 얻은 가장 큰 소득은 화제성이다. Imma의 모습을 송출하는 대형 스크린은 단연 눈길을 끌며, 실제 Imma를 보려 일부러 이케아 매장에 방문했다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도 있다.  

 

 아무리 화제가 된다고 해도, 브랜드가 광고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과 CGI 인플루언서의 특성이 일치하지 않으면 인플루언서의 효과는 화제성에서 끝난다. 이케아의 경우, 실제 ‘사용’이 중요한 인테리어 제품 판매가 주 목적이기 때문에 쇼룸에서 확장해 제품을 실제 사용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 모델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서 만들어졌어도, 제품 홍보의 현실성은 증대되는 것이다. 실제 Imma는 방 안에서 3일간 살면서 이케아 신발장을 조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단순 그래픽 송출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는 Imma의 삶이 스크린 속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그대로 연결되면서 ‘그래픽’이라는 이질감을 덜어준다. 또한 Imma의 인스타그램을 추가적인 홍보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이케아의 홍보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얼마든지 계약을 통해 Imma의 인스타그램에 지속적으로 자연스럽게 인테리어 제품을 노출할 수 있다. 


 CGI 모델을 활용하면 실제 사람 모델을 발탁해 촬영한 광고 영상을 내보내는 것 보다 광고에 대한 고객의 반응에 더 빨리 대응할 수도 있다. 영상 촬영을 위한 일정 조정, 실물 스타일링 등이 필요하지 않아 고객의 반응을 보고, 원하는 컨셉만 확정하면 컴퓨터 내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CGI 인플루언서는 흥할까?

실제 사람과 구별이 어려운 Imma의 모습 [출처: Ikea Japan, 인스타그램 @imma.gram]

  Imma와 같은 CGI 인플루언서의 전망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먼저, 이미 기술 자체가 ‘불쾌한 골짜기’*를 지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CGI 모델의 모습을 보면 그래픽이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실제 사람과 구별이 불가능한 정도라, 호감도 문제가 적다. 또 다른 이유는 Z세대의 특성 때문이다. Z세대가 CGI 모델을 기용한 광고의 주 시청 층이 될 것인데, 이들은 모바일은 기본이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최신 기술에 익숙하기 때문에 가상 인물에 대한 거부감이 다른 세대보다 낮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현존하는 CGI 인플루언서들이 굉장히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며 핫한 인플루언서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또한, CGI 인플루언서들의 개성 강한 인격은 SNS에 주로 표현되는데, Z세대는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동시에 이들의 개성 강한 이미지에 열광하는 팬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 CGI 인플루언서 Lil Miquela는 인기에 힘입어 패션 브랜드 ‘Club 404’를 런칭하기도 하였다.


 세대 특성 외에 국가별 특성을 고려하면, 연예인들의 ‘부캐’에 실제 성격이 아님에도 새로운 이미지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준 한국이나 오래 전부터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뚜렷한 개성에 익숙해 가상인물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일본의 소비자들은 CGI 모델 수용에 더 적극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Lil Miquela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가상 인물의 적극적 자기 표현과 트렌디한 개성에 매력을 느끼는 미국도 CGI 모델 발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는 CGI 인플루언서를 제작하고 관리하는 에이전시가 있어 이들과 광고 계약을 맺는 형태이지만, 대형 기업들이 이미지 제어가 가능한 모델을 원한다면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기업의 얼굴’로 활용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전무후무하며, 자신의 브랜드에 완벽히 들어맞는 CGI 모델을 제작한다면 독점적 이미지를 보유할 것이고, 해당 이미지에 열광하는 팬층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불쾌한 골짜기: 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인간과 흡사해질수록 인간이 로봇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뀌고, 외모와 행동이 인간과 거의 구별 불가능할 정도가 되면 호감도가 다시 증가한다는 이론

[출처: 위키백과 '불쾌골짜기',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불쾌한 골짜기']



연세대 경영 이수현

메일 heatherlees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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