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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아이돌 : 과욕일까, 최선일까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7기 김가영


최초의 AI 아이돌, 에스파


올 10월 26일 SM 엔터테이먼트 소속 신인 걸그룹 ‘에스파(aespa)’가 11월 데뷔를 알렸다. 국내 대형 소속사 출신 걸그룹이라는 것 외에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이 바로 그룹 멤버 중 AI 캐릭터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신인 걸그룹 ‘에스파’는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 멤버 4명과 각각 그들의 아바타로 만들어진 AI 멤버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인간 멤버들이 존재하는 현실세계와 아바타 멤버들이 존재하는 가상세계가 있고 이들이 만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이 존재해 서로 대화도 하고 교감을 하며 함꼐 성장해 나간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브랜딩을 시작했다. 에스파의 아바타 멤버들은 인간 멤버들의 취향, 성격, 외모 등 각자의 특성을 반영해 만든 아바타이지만 동시에 AI 브레인을 가지고 인간 멤버들과 대화도 할 수 있고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SM 엔터테이먼트는 설명했다.


기존에도 일본에서는 2D 캐릭터 아이돌이 전국 투어를 도는 등 큰 인기를 끌기도 하고, LOL을 만든 라이엇게임즈에서도 LOL의 챔피언(게임 속 가상 캐릭터)을 오마주한 걸그룹 K/DA를 만들어 전세계 적으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처럼 캐릭터의 셀러브리티화는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에스파의 아바타 멤버들은 기존의 캐릭터와는 다르게 직접 AI 브레인을 가지고 있고, 현실 사람들과의 교류가 가능하며, 인간 멤버들과 아바타 멤버들이 아예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성우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캐릭터를 실제 인간처럼 움직이게 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게 만드는 것과 달리 애스파의 아바타 멤버들은 각자 독립적인 개체로 존재하며 이들은 스스로 타인과의 교류까지 할 수 있다는 게 SM 엔터테인먼트의 설명이다.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이수만은 이제 미래는 AI와 셀러브리티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하며, 이에 따라 AI가 셀러브리티가 되어 팬들과 소통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당연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등장한 AI 아이돌은 아직 데뷔도 전임에도 불구하고 AI 아이돌의 실효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좌) 에스파 아바타 멤버 '아이 카리나'와 (우) 에스파 인간 멤버 '카리나'가 동시에 등장하는 모습(https://www.youtube.com/channel/UC9GtSLek)



AI 아이돌 : 완벽주의가 낳은 과욕?


전반적인 대중들의 반응은 AI 아이돌을 쉽게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다. AI 연예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중들은 과연 이들이 얼마나 사람 같을 지, 얼마나 AI 아이돌과 교류가 가능할 지 생각하기 이전에 AI 아이돌이라는 명칭만 보고도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연예인, 특히 아이돌의 경우 단순히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사람을 넘어 팬들과 함께 소통하고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하며 팬들에게 유대감을 선물하고, 유대감을 기반으로 쌓인 애정을 토대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AI 아이돌은 기존 아이돌이 선물하는 교감과 유대를 팬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기존의 아이돌의 역할을 단지 노래 부르고 춤추기 정도로 한정해서 생각한 판단 착오가 아니었냐는 의견과 함께 단순히 오래도록 사고치지 않고 논란거리가 없는 아이돌을 만들기 위한 무리수가 아니었냐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한 아이돌 산업에서 아이돌 개인의 논란이나 사생활 이슈는 그룹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이런 논란들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며 나아가서는 춤, 노래, 연기, 인성, 외국어 능력까지 모든 걸 갖춘 완벽한 아이돌을 만들기 위한 무리한 시도라고 볼 수도 있다. 소속사 마음대로, 또 팬들 마음대로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는 AI 아이돌은 기존의 아이돌이 인간이기에 발생할 수 있었는 변수들을 완벽히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은 존재하지만 동시에 기존의 아이돌이 인간이기에 보여줄 수 있었던 인간미, 진정성 등은 철저히 배제되었기에 AI 아이돌은 시대에 맞지 않는 무리한 도전이라고 보이기도 한다.

(좌) 아바타 멤버와 (우)인간 멤버가 서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https://www.youtube.com/channel/UC9GtSLeksfK4yuJ_g1lgQbg)



AI 아이돌 : 최적의 솔루션?


하지만 반대로 AI 아이돌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변화 속 자연스러운 과정, 또 현 아이돌 시장에서 페인포인트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으로 보이기도 한다. AI 아이돌은 인간인 팬들과 진정한 교류를 할 수 없으며,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에 매력적이지 않고 매력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현재는 AI에게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 ‘인간적인 행동’ 또한 학습할 수 있다. 


이처럼 위 로봇은 전혀 쓸모는 없지만 인간적인 탈탈터는 행위를 한다. 이는 컵에 남아 있는 액체를 완전히 전달하려는 의도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을 일부러 학습시킨 것이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인간적인 모습은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미래에는 AI와 인간을 블라인드 되어 있는 상태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었을 때 이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해 AI 아이돌의 진정성 있는 팬들과의 교류, 이를 통한 유대감 또한 충분히 생성될 수 있을거라고 보인다.


또한 기존 아이돌의 경우도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소속사 혹은 팬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진 이미지, 환상에 자신들을 끼워 맞추고 이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팬을 포함한 대중이 기존의 인간 아이돌이 인간적인 모습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동시에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AI 아이돌이 기존의 아이돌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는 점은 굉장히 많다. 우선 인간적인 실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나 구설수에 오를 일이 없으며, 오랜 기간 활동을 해도 노화나 관리 부족으로 외관이 변화될 일이 없으며, 정동노동 속에서 심리적으로 불안해 지는 등 건강이 악화될 경우도 없고, 글로벌 팬들과 자국의 언어로 대화가 가능하며, 동시에 수많은 팬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도 가능하다. 맞춤화, 개인화가 된 완벽한 아이돌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AI 아이돌의 미래 : 외면당하거나, 스며들거나


아직 에스파는 데뷔를 하지 않았고, 에스파의 AI 멤버들 또한 정식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AI 아이돌의 미래를 확언할 수 없지만 AI 아이돌의 장점이 정말 많음에도 현재의 상태에서 AI 아이돌이 쉽게 대중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장 중요한 건 대중의 인식, 팬들의 인식 문제이다. 아직 정보 습득이외의 실제 감정적인 소통, 진정성 있는 소통을 AI와 나눈다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보다 감정적인 교류, 유대감이 중요한 아이돌의 역할을 AI가 맡는다는 것이 아직 대중의 인식 수준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I 셀러브리티는 충분히 이점이 많고 앞으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될 것도 맞다고 보이지만 대중들의 인식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AI 아이돌이 기존의 인간 아이돌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같은 문제점에 봉착한 것으로 보이는 SM엔터테인먼트도 대중의 인식을 서서히 개선하기 위해 초기에는 인간 멤버들을 위주로 프로모션하고 추후에 인간 멤버들과 AI 아바타 멤버들을 교류시키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하며 AI 아바타 멤버들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AI 아이돌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대중에게 실제 사람과 다르게 지나치게 이상적인 그래픽, SF 영화 속 우주 전사와 같은 AI 아이돌의 옷차림은 오히려 그들을 쉽게 받아 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거부감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AI 아이돌처럼 직접적으로 셀러브리티가 AI인 마케팅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공연 등이 취소되며 팬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 요즘 아이돌 팬의 아이덴터티를 가지고 있는 AI를 출시해 팬들과 함께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들거나, 온라인 공간에서 아이돌의 스케줄, 행사등을 책임지는 매니저의 아이덴터티를 가진 AI로 아이돌의 온라인 행사 비하인드나 현장 스케치 사진들을 공유해주는 역할을 부여해 팬들과 소통하는 등 직접 AI를 셀러브리티로 설정하기 보다 팬들에게 보다 친숙한 존재로, 함께 소통하고 교류하는 경험을 우선적으로 진행한 다음 AI 셀러브리티를 출시하는 것이 대중들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AI 셀러브리티라는 생소한 개념을 과감하게 시도한 점은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이것이 실제 사업 아이템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고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 아직 출시조차 하지 않은 새로운 솔루션이기에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더욱 지켜볼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연세대 국문과 김가영

 laver_is_9oin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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