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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부상을 예측하다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8기 최진우



부상은 무서워

큰 부상을 당한 이청용 선수 (출처: https://bookfield.tistory.com/82)

  필자는 중학생 시절 이청용 선수의 굉장한 팬이었다. 비교적 왜소한 체구에서 발휘되는 현란한 듯 현란하지 않은 개인기로 체구가 큰 영국 선수들을 따돌리고 골을 넣는 그의 모습은 점심시간의 목표 중 하나가 되곤 했다. 안타깝게 부상으로 약 1년간 시즌 아웃이 된 이청용 선수는 그 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한국 무대로 돌아와야 했다. 


  부상은 운동선수에게 치명적이다. 개인선수의 커리어에도 치명상을 입히지만, 구단의 측면에서 역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일종의 투자이기 때문에 부상은 수익성이 없는 투자, 즉 울며 겨자 먹기를 초래한다. 큰 마음먹고 영입한 스타 플레이어가 부상을 당한다면 재활 치료 비용으로 발생하는 손해는 물론이고, 티켓 판매 실적, 팀의 승패에 모두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프리미어리그 지난 한 시즌에 일어난 총 부상의 비용은 267백만 달러에 달하고, 이는 한 선수당 35만 달러라는 엄청난 수치를 보인다. 메시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명인 이유는 범접할 수 없는 축구실력도 있겠지만, 현저하게 적은 부상도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구단과 선수는 모두 개개인의 역량을 끌어올리면서 다가오는 부상의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과연 어떻게 부상을 최소화할 것인가? 

    


미래의 부상을 예측하다


  Zone7는 2017년에 설립된 인공지능 예측 엔진을 개발하는 IT 스타트업이다. 축구 뿐 아닌 거의 모든 운동선수의 수행을 AI라는 매개체를 통해 극대화한다는 모토 아래 개개인의 의료 기록과 건강 데이터는 물론이고 실제 경기에서 어떻게 플레이 하는지까지 분석해 선수별 데이터를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부상 가능성을 예측하고 최적의 훈련 상태를 만든다. 즉, 부상이 일어나는 것을 예측하고 미리 막는다는 것이다. 

Zone7의 홈페이지 (출처: https://zone7.ai)

  더 구체적으로 Zone7은 세가지 단계를 거쳐 작동한다. 먼저, 수집(collect) 단계이다. 개인 선수들의 훈련, 실제 경기 수행, 의료 및 부상 기록들을 수집해 단단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간단한 예시로 프리미어리그 미드필더의 보편적인 움직임 범위, 야구선수의 투구 자세 및 정확성 등을 모두 포함한다. 현재 Zone7은 500만건이 넘는 경기와 수천 건의 부상에 대한 데이터를 학습했다. 이를 통해 분석 (identify)의 과정을 거친다. 각각의 부상 혹은 부상의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을 분석하고 딥러닝 알고리즘을 도출해 낸다. 여기서, Zone7이 강조하는 부분은 부상의 위험성을 개인화 한다는 것이다. 두명의 운동선수들만 비교해도 체격부터 시작해 플레이스타일, 운동 수행 능력, 의료 기록이 전부 다르다. 즉, Zone7이 만들어 내는 알고리즘은 개개인 맞춤형이 되어 더욱 더 뛰어난 효과를 발휘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실행 (action) 단계이다. 실시간 작동 시스템을 통해 훈련 양을 조절하고 훈련 적응도에 따라 강도를 변화시키며 부상의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Zone7의 AI 기술은 70%의 부상들을 일어나기 7일전에 예측할 수 있고, 심각한 부상이 일어나는 범위를 구단의 10%에서 15%정도로 제한한다. 

알고리즘으로 부상 위험도를 예측한다 (출처: https://blog.zone7.ai/football-after-covid-match-congestion-injury-risk)

  헤타페 CF는 스페인 리그(라리가)의 한 축구 팀이다. 2018/19 시즌에 헤타페는 라리가에서 역대급의 성적인 5위를 달성했고, 유로파리그 진출권까지 따냈다. 이 바탕에는 Zone7이 있었다. 선수들의 GPS를 기반으로 하루 약 200개의 매개변수들을 데이터베이스에 집어넣어 개개인의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Zone7은 지난주, 지난달 혹은 지난 해의 선수 개개인의 몸상태를 완벽히 알고 있었다. 2018년, 첫번째 도입 년도에는 선수단 전체의 부상이 40%정도 줄어들었다. 그 다음해에는 분석 자료가 커짐에 따라 66%까지 부상이 줄어들었다. 헤타페 CF는 라리가에서 가장 낮은 선수단의 부상 수치를 기록한다. 

  

  현재 COVID-19의 여파로 인해 경기 준비 시간이 줄어들고, 밀렸던 경기량을 채우기 위해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하는 모습이 보인다. 선수들이 몸을 관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프리시즌이 짧아지면서 부상의 빈도수가 잦아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Zone7 역시 프리시즌과 부상의 관계를 보기 위해 지난 두 시즌에서 11개의 상위 축구 클럽들을 분석 했다. 

프리시즌과 부상의 상관관계(출처: https://blog.zone7.ai/football-after-covid-shorter-preseason-higher-injury-risk/)

  약 표본의 75%가 프리시즌이 짧아질수록 부상의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Zone7은 이런 다양한 인사이트를 통해 부상의 위험과 새로운 변수들을 대입해가며 증명한다. 


달라질 스포츠의 모습 


  부상은 미리 설정 가능한 훈련상황에서도 일어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만약 Zone7의 사용량이 스포츠계 전반에 보편화된다면, 그 예상치 못한 상황도 예상가능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가상 상황을 통해 부상당하는 경우의 수를 알고 들어간다면 선수들의 플레이스타일이 달라질 것이다. 훈련 상황에서의 부상 뿐 아니라 실제 경기에서도 개인이 무리하여 플레이 하지 않는다면 남에게 해를 가할 확률이 적어지고, 곧 부상이 줄어들 것이다. 과학기술의 변화에 따라 스포츠 경기의 모습은 매우 달라진다. VAR의 도입으로 축구 경기에서의 정확성은 높아졌지만, 예전 만큼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Zone7 같은 시스템의 도입이 흔히 말하는 선수들의 ‘투혼’을 잠식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안전이 제일인 것은 맞지만, 역설적이게 공을 향한 투지나 기싸움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어 아쉽기도 하다.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스포츠 산업 전반에 Zone7은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올 것이다. 몸 관리가 잘 된 선수들을 기반으로 감독간의 지략 싸움이 빛을 발할 것이며, 스포츠맨쉽을 통한 아름다운 모습도 더 자주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Zone7의 도입이 가속화됨에 따라, 우리의 눈 역시 새로운 스포츠의 모습에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 https://zone7.ai/


연세대 UD 경제학 최진우

jimmy0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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