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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하기 귀찮을 때는 나를 찾아주세요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7기 이수현

 [제목 사진 출처: Pixabay]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도, 몇 시간 동안 돌아다녔는데도 내가 원하는 옷을 찾지 못하면 지치기 마련이다.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원하는 디자인이 원하는 색상으로는 없는 등 구매까지 이어지는 한 두가지 조건이 말썽을 부려 시간은 시간대로, 체력은 체력대로 쓰고 쇼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소규모 상점을 모아 놓은 플랫폼에서 하는 인터넷 옷 쇼핑도 마찬가지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 취향에 딱 맞는 옷을 찾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 소비가 매우 크다. 패션 아이템 쇼핑에서의 '선택의 어려움'은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온다. 



정보의 홍수 속 선택의 어려움을 인공지능으로 해결

스티치 픽스에서 주문 시 고객이 받는 박스 [사진 출처: Stitch Fix]


  개인 맞춤형 패션 큐레이션 기업 ‘스티치 픽스(Stitch Fix)’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패션 아이템 쇼핑에서 나타나는 ‘선택의 어려움’ 이라는 문제점을 해결했다. 스티치 픽스는 기존 의류 업체들의 옷을 직접 매입하고, 창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고객이 입력한 취향 데이터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와 인간 스타일리스트의 의견을 조합해 고객 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우편으로 제공한다. 우편 박스에는 추천하는 아이템 5개와 스타일 카드, 반품용 박스가 들어 있어 확인 후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만 반품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스티치 픽스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영역은 크게 창고 배정 알고리즘, 고객 스타일 분석 알고리즘, 재고 최적화 알고리즘의 세 가지이며, 지금부터 스티치 픽스가 활용하는 알고리즘을 서비스 운영 순서대로 살펴보고자 한다. 



스티치 픽스의 주요 알고리즘*

인공지능과 스타일리스트의 협업으로 완성되는 스티치 픽스의 스타일 카드 [사진 출처: Stitch Fix]


0) 데이터 수집

 고객은 스티치 픽스 사이트 가입 시 신체 치수, 원하는 핏, 선호하는 스타일 등에 대한 상세 데이터를 입력한다. 고객의 편의를 돕기 위해 데이터 입력 시 이미지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고, 패션 관련 라이프 스타일 항목도 수집한다. 입력된 데이터는 3가지 알고리즘에 모두 전송되고, 각 알고리즘이 데이터 분석을 시작한다. 


1) 창고 배정 알고리즘

 먼저, 창고 배정 알고리즘이 고객의 위치, 고객 선호에 맞는 재고 현황을 고려해 각 창고에 대한 비용 함수를 계산하고, 창고를 배정한다. 창고 배정 이후 배송 요청은 고객 스타일 분석 알고리즘으로 자동 전송된다. 


2) 고객 스타일 분석 알고리즘

 고객 스타일 분석 알고리즘이 배송 요청을 받으면, 고객이 회원 가입 시 입력한 데이터와 스티치 픽스 서비스 이용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천할 아이템을 선정한다. 선정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공지능이 다양한 알고리즘을 수행하여 전체 고객 선호 순 재고 목록을 생성한다. 다음은 필터링 단계로, 재고 목록 중 해당 고객이 이미 받았거나,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한 속성이 있는 스타일이 제거된다. 나머지 스타일 각각에 대해 인공지능이 특정 고객이 특정 스타일을 좋아할 상대적 가능성을 평가하는 알고리즘을 수행하여 순위를 매긴다. 이 과정에서 방대한 사진 및 텍스트 데이터를 고려하는데, 사진의 경우 고객이 좋아하는 의류 사진의 벡터 설명과 재고 품목의 벡터 설명 간 유사성을 계산해 시각적으로 유사한 품목을 찾는다. 텍스트의 경우 해당 고객의 요청 사항 메모와 다른 고객의 동일한 항목에 대한 텍스트 피드백을 자연어 처리하여 이용한다. 


3) 재고 최적화 알고리즘과 인간이 해야 하는 일

 고객 스타일 분석 알고리즘이 선정한 아이템들은 재고 최적화 알고리즘에 연결되어 실제 배송 가능한 제품 리스트가 고객 특성별로 매칭된 인간 스타일리스트에게 제공된다. 인간 스타일리스트는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재고 목록에서 선택을 마무리한 뒤 옷장의 다른 의류와 짝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는 등의 스타일 코칭을 담은 스타일 카드를 작성, 고객에게 비로소 추천 아이템이 배송된다. 또한 재고 최적화 알고리즘은 스티치 픽스 서비스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재고를 각 창고에 적절하게 할당하고, 오래된 재고를 기부한다. 



스티치 픽스가 가진 소비자 경험 중심의 시선


  스티치 픽스는 기존의 패스트 패션 의류 기업들과 다른 시선으로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패스트 패션 의류 기업들은 생산자 입장에서 생산 공정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전체 고객 트렌드를 빠르게 찾아내려는 목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시도한다. 하지만 스티치 픽스에게는 소비자가 우선이다. 이들은 소비자 경험에 집중하여 고객 개인의 스타일 매칭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한다. 따라서 고객들은 ‘내가 더 즐겁고 편한 쇼핑 경험을 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스티치 픽스에 풍부한 데이터를 제공하게 된다. 회사는 이들이 제공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매칭 정확도를 높임으로써 소비자의 만족도도 높이고, 매출 증대와 재고 최소화까지 달성한다. 더불어 고객들이 선호하는 색상, 디자인, 소재 등의 데이터를 조합하여 재고에는 없지만 고객들이 선호할 만한 패션 아이템도 디자인한다. 일단 아이템을 생산한 후 반응을 살피는 순서가 아니라,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객이 구매할 용의가 충분한 옷을 생산함으로써 생산의 효율성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스티치 픽스는 소비자 경험에서 시작하여 생산자 입장까지 축적한 데이터를 십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스티치 픽스는 하나의 알고리즘만 믿는 기업이 아니다. 주축을 이루는 창고 배정 알고리즘, 고객 스타일 분석 알고리즘, 재고 최적화 알고리즘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됨으로써 스티치 픽스는 모든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알고리즘들 사이에서 인공지능이 줄 수 없는 고객 경험은 인간 스타일리스트가 담당하여 여전히 ‘인간의 꼼꼼함이 필요한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스티치 픽스이지만, 스티치 픽스의 인간 스타일리스트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스티치 픽스는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할 수 없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인간 스타일리스트의 스타일 코칭을 통해서 '나만의 스타일리스트가 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고객 개인이 읽는 스타일 코칭을 인간이 담당해 작성함으로써 스티치 픽스의 고객은 통계적 계산에 의해 추천받은 옷을 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나만을 위한 코디 추천까지 받는 한층 더 개인화된 경험을 하게 된다. 이처럼 기존에는 연예인 등 소수만이 누렸던 경험을 스티치 픽스의 인간 스타일리스트가 모든 고객에게 제공해 주는 것도 인공지능 외에 스티치 픽스만의 또다른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스티치 픽스의 주요 알고리즘에 대한 내용은 'Stitch Fix Algorithms Tour'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연세대 경영 이수현

heatherlees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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