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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는 애플 뮤직의 전철을 밟게 될까?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8기 여석원


애플 뮤직의 국내 진출


2016년 8월 5일, 애플 뮤직은 정식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애플 뮤직은 애플 기기들에 의한 접근성과 연동성이 뛰어났기에 많은 애플 유저들의 기대를 받았다. 또, 당시 이미 글로벌 이용자 2000만명을 확보한 상태였고, 계약되어 있는 음원의 수도 3000만개로 멜론의 3배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애플 뮤직의 상륙을 크게 반겼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 애플의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은 1%에 못 미친다.

애플 뮤직은 왜 한국에서 실패했을까?

애플 뮤직 (출처: Apple)



애플 뮤직의 실패 이유 4가지


1.     국내 음원 확보

글로벌 시장에서는 무려 3000만개의 음원을 확보하며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는 애플 뮤직이었지만, 국내 음원 확보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애플 뮤직은 국내 진출 당시 YG, JYP, SM 3개의 대형 기획사들과 일부 인디 레이블들과만 음원 유통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었다. 로엔(멜론), KT뮤직(지니), CJ(엠넷), 벅스(벅스뮤직) 4개의 업체가 국내 음원의 90%에 대한 유통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과의 협상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4개의 업체는 애플 뮤직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리한 요구 조건을 내걸었고 이에 따라 협상은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소비 되는 음원의 80%가 한국 음악(출처:음악산업백서)인 국내 음원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애플 뮤직의 실패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2.     음악 추천 서비스

애플 뮤직의 맞춤형 플레이리스트 (출처: Mobile Marketing Magazine)

국내 출시 당시 애플 뮤직이 강점을 보인 부분은 단연 음악 추천 서비스였다. 사용자들의 스트리밍 기록을 분석해서 그에 알맞는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큰 반응을 이끌어내는 중이었다. 반면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 중에서 해당 기능을 제공하는 곳은 없었다. 애플 뮤직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국내 시장에서의 큰 경쟁력이 될 것 같았으나 놀랍게도 그 반응은 미미했다. 인기 차트 위주의 스트리밍이 이루어졌던 당시 국내 음원 시장 특성상 맞춤형 플레이리스트 서비스는 너무나 생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국내 음원 확보에 실패했기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맞는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줄 수도 없었다.


3.     UX/UI

사진 1(왼쪽), 사진 2(오른쪽)

사진 1은 당시 멜론 어플의 시작 화면이다. 사진을 보면 해당 어플을 열었을 때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실시간  차트’와 ‘최신음악’을 배치해놓은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사진 2은 애플 뮤직의 시작 화면이다. ‘인기 차트’와 ‘최신 음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애플 뮤직은 본인들의 강점인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시켰다. 따라서 오랜 시간 동안 멜론을 필두로 한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들에 익숙해져 있던 국내 소비자들에게 애플 뮤직의 UX/UI는 진입장벽으로 다가왔다. 또 위에서 언급했듯이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는 인기(실시간) 차트 위주로 음악을 듣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했기에 이런 UX/UI는 더욱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4.     요금제 가격

애플은 출시 당시 미국(월 9.99달러)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인 월 7.99달러에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이는 당시 환율을 고려하면 91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가격이 미국보다는 저렴한 가격이라고 해도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들보다 비쌌다. 당시 국내 업체들의 무제한 스트리밍 이용권 가격은 7800~7900원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국내 음원들도 제대로 확보가 안 되어있고, UX/UI도 불편한 서비스를 굳이 더 비싼 돈까지 주면서 이용할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


이러한 애플의 실패 이후 4년이 지났을 무렵, 글로벌 시장에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1위를 달리고 있던 스포티파이가 국내 시장 진출을 선언하였다. 스포티파이는 2020년 초에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2021년 2월 2일 정식으로 국내에서의 서비스를 런칭했다. 이 글을 쓰는 시점(2021년.3월)에서는 아직 스포티파이의 국내 출시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따라서 위에서 분석한 애플 뮤직의 실패 이유 4가지를 대입해서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논의해보고자 한다.

국내 진출 선언 당시 스포티파이의 세계 시장 점유율 (출처: Counterpoint Research)


1.     국내 음원 확보

스포티파이도 애플 뮤직과 마찬가지로 국내 음원 유통 확보에 실패하는듯 보였다. 왜냐하면 국내 최대 음원 유통사인 로엔(카카오M)과의 음원 유통 재계약 협상에 실패했다고 2021년 3월 1일에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되었다. 불과 10일만에 양측은 글로벌 음원 라이센싱 재계약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서 스포티파이에서도 국내 가수들의 음악을 대부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스포티파이의 강점이 맞춤형 플레이리스트 제공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아직까지 KT 뮤직과는 음원 유통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등 갈 길이 멀지만 애플 뮤직에 비해서는 충분히 긍정적인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2.     음악 추천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출처: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큐레이팅 서비스였다. 애플 뮤직과 마찬가지로 사용자들에게 맞춤형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음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애플 뮤직은 해당 서비스로 한국 진출 당시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현재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양상은 애플 뮤직의 그때와는 사뭇 다르며 스포티파이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선 재작년과 작년에 걸쳐서 음원 사재기와 음원 차트 조작에 관한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인기(실시간) 차트 위주의 음원 소비 추세는 약해지고 있다. 실제로 작년 5월, 멜론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라 TV의 영향력이 줄고 유튜브의 인기가 커짐에 따라 사람들은 더욱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인가 차트 위주의 음원 소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에 힘 입어 스포티파이의 큐레이팅 서비스가 이제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확률이 높아졌다.


3.     UX/UI

사진 1(왼쪽), 사진 2(오른쪽)

사진 1은 현재 멜론 어플의 시작화면이다. 애플 뮤직이 한국에 진출했던 2016년과 달리 실시간 차트가 사라지고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추천 플레이리스트가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2는 스포티파이 어플의 시작 화면이다. 마찬가지로 어플을 열자마자 추천 플레이리스트들이 가장 먼저 보인다. 멜론의 변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는 더 이상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이 생소하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애플 뮤직이 한국에 진출했던 2016년과 달리 추천 플레이리스트가 가장 잘 보이게 디자인된 UX/UI는 더 이상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진입장벽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4.     요금제 가격

하지만 위의 3가지 요소들과 달리 요금제 가격의 경우는 스포티파이가 애플 뮤직보다 나은 점이 없다. 스포티파이의 경우 해외에서는 무료 요금제가 존재한다. 이 무료 요금제의 경우 광고도 있고 큐레이팅 서비스의 질도 유료 요금제보다 떨어지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포티파이의 서비스에 유입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무료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았다. 또, 유료 요금제의 가격을 월 1만1990원으로 책정하였는데, 이는 여전히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의 평균적인 가격이 7900원선인 것을 감안하면 전혀 가격 경쟁력이 없다. 분명 애플 뮤직의 한국 진출 당시보다는 맞춤형 플레이리스트 제공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3000원 가량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도 스포티파이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을지는 의문이다.



스포티파이, 애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위의 상황들을 종합해보자면 분명 애플 뮤직보다는 스포티파이의 미래가 밝은 것은 확실하다. 국내 음원 유통의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한 상황이고, 국내 음원 소비의 트렌드 또한 스포티파이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에도 불구하고 가격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스포티파이도 애플과 마찬가지로 한국 시장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도 스포티파이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과 유사한 맞춤형 플레이리스트 기능을 도입하였으며 그 정확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요금제 가격을 다른 국내 업체들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스포티파이의 한국 시장 진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여석원

ysw110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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