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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베짱이, 대만 대왕 카스텔라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9기 최유리


문화코드만 믿고 맛에 대한 노력을 포기했던 대왕 카스텔라


 


 작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위상을 높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평론가들은 국내 성공 유인 중 하나로 한국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속 장치를 언급했다. 대표적인 것들 중 하나는 가장의 사업 실패다. 영화 속에서 아버지(송강호)는 '대만 카스텔라' 창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만다. 이렇게 극중에서 언급될 정도로 대만 대왕 카스텔라는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 사상 가장 단기간에 흥했다 쇠한 작품이라는 영광스러운 기록을 남긴 제품이 되었다.



대만 카스텔라, 방송으로 흥해서 방송으로 망하다.


먹거리 X 파일 캡처


  2016년부터 2017년 ‘꽃보다 할배’ 등 여러 방송에서 대만 카스텔라가 소개되면서 대만 카스텔라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채널A <먹거리 엑스파일>에서 해당 업체들을 비판하는 방송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해당 방송에서는 대만 카스텔라가 달걀, 밀가루, 우유, 설탕만이 재료라고 선전했던 것과 달리 식용유와 일부 첨가제가 들어간다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이 방송이 나간 이후 미디어는 대만 카스텔라를 ‘악덕 제품’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먹거리 엑스파일>의 방송 내용에는 오류가 존재했다. 대만 현지에서도 식용유를 사용하고 있었기 떄문이다. 하지만 대만 카스텔라는 이미 미디어를 통해 규정된 ‘악덕업체’라는 낙인을 지워내지 못했다. 



대만 카스텔라, 그 실패의 이유


 하지만 대만 카스텔라가 실패한 이유는
단순히 미디어의 탓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1. 먼저, ‘’이다. 대만 카스텔라는 가격 대비 많은 양과 특유의 촉촉한 맛을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맛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기존의 카스텔라의 맛과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카스텔라의 경우, 사람들이 굳이 사서 먹지 않아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맛은 자극적인 입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기에는 약간 부족해 보인다. 또한 이러한 특별하지 않은 맛은 진입 장벽을 낮추어 유사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난립을 야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6년 당시,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의 대만 카스텔라 업체가 생겨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만 카스텔라 업체들은 제한된 수요와 넘쳐나는 공급 속에서 모두가 유사한 제품을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던 것이다.


2. 사람들의 입맛도 하나의 이유이다. 소비자의 입맛은 변덕스러움과 동시에 고집스럽다. 즉, 소비자의 입맛은 새로운 맞을 찾음과 동시에 익숙한 맛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대만 카스텔라 사례에서 소비자들은 대만이라는 나라의 문화 코드에 매력을 느껴 대만 카스텔라의 매력에 빠졌었지만, 곧 특별하지 않은 맛에 대해 싫증을 느끼고 대만 카스텔라 업체들에 등을 돌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3.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투업체들이 무분별하게 등장하면서, 산업 생태계는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진심으로 대만 카스텔라에 몰두하여 사업을 구상한 것이 아니라 반짝 특수만을 노린 경우가 대다수였다. 다수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단기 특수만을 누리고 업종을 변경하는 등 산업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무책임한 사업을 진행했다. 일명 '치고 빠지기' 전략이다. 이는 산업 생태계 내의 공존을 위한 노력을 하지는 못할망정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이기적인 행위였다고 할 수 있다.



제 2의 대만 카스텔라 사태를 막으려면


 대만 카스텔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비자의 니즈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대응하지 못했음에서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제품에 대한 한국화 작업이 진행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한국화 작업이 그렇게 유의미하다고는 볼 수 없다. 업체별 모두 ‘대만 정통의 레시피와 정통방식’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동일한 레시피를 사용했고, 생존을 위한 혁신적인 시도가 부재했다. 업체들은 그저 기계처럼 주어진 레시피에 순응하고,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된 매력으로 소비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자체적인 구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모두가 유사한 가격과 메뉴, 맛으로 승부했기 때문에 소비자는 대만 카스텔라의 파묻혀 빠르게 대만 카스텔라에 질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유사들로 인해 업체들이 프로모션을 진행하더라도 그 효과는 미미했다. 모두가 동일했기 때문에 소비자들로 하여금 특정 업체에 대한 인식만을 제고시키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2의 대만 카스텔라를 막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레시피 개발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메뉴 생산이 필요하다. 한국화 작업은 물론이고 즉각적으로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과 심리를 고려한 메뉴 개발을 통해 다른 업체와 차별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모두가 유사한 업체들에서 벗어나 나만의 매력을 가진 독특한 업체로 변화를 꾀하여 각기 다른 입맛을 가진 새로운 고객들을 타게팅하고, 지속적인 메뉴 개발을 통해 재방문 유인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전에는 미미했던 프로모션들의 효과도 비교적 증폭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전과는 달리 다른 업체와의 차별성이 분명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체들의 적극적인 자력 구제 노력이 기반이 된다면, 무작정 인기 있는 상품에 투기하는 무책임한 미투 업체들의 진입장벽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친애하는 자영업자 여러분


 이처럼 대만 카스텔라 사태는 미디어의 효과를 맹신하지 않고, 업체들의 부지런한 노력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제품을 위한 성공은 자신의 ‘맛’에 대한 자부심이 먼저고, 미디어의 홍보는 부차적으로 이루어져야만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대만 카스텔라 사태 이외에도 오늘날 폭발적인 인기몰이중인 마라탕 등의 사업들도 다른 업체와 다른 ‘맛’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매력을 단련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대만 카스텔라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그러니 친애하는 자영업자 여러분, 현실에 안주는 베짱이로 머물지 말고, 성공을 위해 열심히 달리는 개미가 되어라.


연세대 독어독문 최유리

urisys23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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