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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영웅이는 영웅문을 할까?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김태연


뉴페이스의 등장


    '애플 요즘 많이 빠졌더라!', 10년 전 대학생이 했다면 꽤나 생소했을 말이 이제는 일상에서 들리는 언어가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의 열풍은 이제 우리나라의 가장 뚜렷한 사회 변화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젊은 투자자들이 있다. 전세계적인 저금리 정책, 팬데믹으로 인한 불황과 맞물려 노동 소득과 예적금으로는 돈을 불릴 수 없고, 상대적으로 많은 자본이 필요한 부동산에도 접근할 수 없다는 절박함 속에 이들은 주식 투자로 눈을 돌렸다. 실제로 작년 상위 6개 증권사에서 새롭게 개설된 420만개의 주식 계좌 중 57%는 2030세대의 것이었고, 이들이 경험해 본 투자 상품 비율에서도 주식은 단연 1등(49.1%)였다.

    새로운 계층이 투자 시장에 진입하며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해외주식 투자 앱 '미니스탁'은 출시 반 년 만에 신규 고객 수 50만 명을 돌파했는데, 이 중 2030 투자자의 비중이 무려 80%에 달했다. 얼마 전 토스(TOSS)가 '쉬운 주식 거래'를 슬로건으로 출시한 토스증권이 모은 50만 명 가까운 사전 가입자에서도 20대(38%), 30대(30%)가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였다. 또한, 인공지능이 알아서 운용하여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투자 서비스 '핀트(Fint)'는 출시 1년 만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앱 가입자 수 33만 명을 돌파한 바 있다.


순서대로 미니스탁의 광고, 토스증권의 첫 화면, 핀트의 광고 사진


    이러한 2030 '주린이'를 타깃하는 새로운 서비스들은 모두 공통적인 특징을 공유한다. 바로 <쉬움, 간편함, 직관성>과 같은 가치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들이 본인들의 서비스를 어떻게 소개하는지를 바라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니스탁은 SNS 광고를 통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듯 소액으로 쉽게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토스증권은 아예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최소한의 정보만 화면에 드러낸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핀트나 파운트 같은 로보 어드바이저 기반의 서비스는 '넣어만 두면 알아서 불려주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유저를 유입하고 있다.

    애초에 이들 투자자들이 전문적인 지식과 깊은 공부를 바탕으로 투자를 시작하지 않으며 MTS(Mobile Trading System)에 더 익숙한 점, 더하여 투자 금액 자체도 타 연령대에 비해 소액인 경향이 크다 보니, 전문성이나 쳬계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위의 가치들을 우선에 둔 채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시장에 나타남과 대조적으로 시장의 변화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 지점에서 정확히 '실패'한 기존 기업도 존재한다. 본 글에서 설명할 '키움증권'이 그 주인공이다.



키움증권, 잘 나가는 것 아니야?


    업계 1위 키움증권을 실패라고 이야기하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현재 키움증권은 국내 증시를 다루는 '키움 영웅문S', 해외 증시를 다루는 '키움 영웅문S 글로벌'의 모바일 앱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진) 매우 성공적이다. 키움증권은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한참 이전부터 HTS(Home Trading System)에서 사용자 편의 기능을 강화하며 독보적인 위치로 올라섰고, 이를 기반으로 모바일 시장에서도 강세를 이어왔다. Platum이 제공하는 앱 실사용 순위에 따르면, 키움증권 영웅문S는 MTS 시장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하며, 증권사 중 유일하게 MAU(Monthly Active User) 100만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더하여, 코로나19 이후로도 꾸준한 유입을 만들어내는 상황이다.

키움증권의 영웅문S 글로벌

    이러한 성장은 키움증권만이 가진 장점과 배경에 기반한다. 앞서 언급한 기존 HTS에서의 지배력이 모바일 시장으로 그대로 전환되었고, 신규 가입시 비용적 측면에서의 이점(특히 해외주식의 경우 타 증권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이벤트[환율+수수료 우대, 40달러 지급]를 상시적으로 진행)을 제공한다. 실제로, 필자가 2030 주식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간단한 설문조사(자세한 사항은 각주 참고)에서도 무려 78.1%는 사용하는 증권 서비스를 고를 때 가장 고려하는 요소로 '거래 수수료, 환율 우대 등 비용적 측면'을 꼽았다.



아득한 디자인을 마주하며...


    문제는 이렇게 '돈'으로 유인되어 유입된 신규 유저들이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도 이벤트를 통해 키움증권에 가입한 대학생 주린이다. 작년 여름, 가입만 하면 40달러를 준다는 말에 신나서 앱을 깔았지만, 화면이 바뀌는 순간 탄식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각각 (메인 화면/메뉴/환전 창/주문 창/매매 내역 탭). 마치 팀워크가 하나도 맞지 않는 조모임을 보듯 중구난방이다.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색 배치, 어지럽게 나열되어 있는 수많은 버튼들, 기본적인 센스조차 보이지 않는 구도, 심지어는 화면 비율도 못 맞추는 디자인까지... 아득해진 정신을 부여잡고 주문을 해보려고 했지만 대체 무슨 버튼을 눌러야 할 지 감이 안왔다. 환전 탭을 찾는 데 5분, 어찌어찌 매수 버튼을 누르는 데 또 5분... 그렇게 겨우겨우 주문을 마치니 아뿔싸, 매매 내역 탭을 찾을 수가 없더라!

    실제로 여러 커뮤니티에는 키움증권의 앱 디자인에 대해 의문을 갖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는데, '이름부터 영웅문이더만 진짜 디자인 틀딱문 아님?' '얘네는 1등이라더니 앱 키니까 무슨 조선시대 온 줄' '이벤트 때문에 키움으로 넘어갈까 했는데 디자인 보고 못 가는중ㅠㅠ' 등등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필자의 설문 조사에서도 '키움증권의 앱 디자인에 대해 만족하는지' 문항에 '매우 만족'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불만족(대체로 26.1%, 매우 52.2%)하는 응답자가 80%를 넘을 정도였다. '디자인의 측면에서 선호하는 증권 앱'을 고르는 문항에서도 키움증권이 받은 표는 단 두 표, 5.6%에 불과했다.

    영웅문이 아무런 맥락 없이 지금의 형태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니다. 이는 HTS 때부터의 관성이 모바일로 넘어온 점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경쟁사 대비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그에 맞춰 유저가 필요한 부분을 커스터마이징하게 한 키움의 시스템은 유저에게 사랑받았다. 이는 모바일에도 그대로 적용되었고, 그 결과 주린이는 절대 범접할 수 없는 맥시멀리즘의 끝판왕 앱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모습으로는 코로나 이후의 신규 유입자들을 제대로 락인할 수 없을 것이다. 유저들이라고 돈만 중요하게 생각한다거나,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설문 조사에서 '앱 디자인이 증권 서비스 이용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96.2%애 달했는데, 이는 한 명을 제외한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결국 키움증권의 문제는 코로나 이후 급증한 2030세대를 만족시킬 UI/UX적인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고, 이로인해 타사에 잠재적 이용자를 빼앗기는 것은 물론 키움증권을 선택했더라도 장기적 락인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실제로 연령대별 증권 앱 사용자 현황을 살펴봐도, 40대에서는 키움 증권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함에 비해 20대에서는 후발 주자들과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더하여, 서론에서 언급한 토스증권/미니스탁/핀트와 같은 신규 시장 진입자들은 2030세대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여 빠르게 시장에서의 파이를 늘려가고 있다. 키움증권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이 압도적 1위는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특히, 한 번 주 증권사를 정하면 타 서비스로 넘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타깃을 챙기지 못하는 키움의 실책은 더 뼈아프고, 지금이라도 UI/UX와 이들을 유입할 전략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키움의 성장을 위한 제언


    필자는 키움이 독보적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주식 시장에 진입하는 젊은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야 하고, 이를 위한 방안으로 1)국내외 앱 통합 및 신규 투자자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앱) 제공 2)그 안에서의 UI/UX 개선(직관성 강화)을 제안한다.


1) 국내외 앱 통합 및 신규 서비스 제공

    우선 주요 증권사 중 국내와 해외 앱을 분리하여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특히 과거에야 해외 주식에 대한 인식이 낮았지만 지금은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정부와 금융기관을 뛰어 넘을 정도로 대중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국내/해외 앱을 분리 운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키움이 2030 신규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서비스가 아님과 동시에 기존 투자자들, 속칭 '고인물'들에게는 이미 보편적인 투자처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HTS 시대부터 지금까지 키움의 맥시멀리즘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고, 따라서 전체 서비스에서 혁신적인 UI/UX 변화를 꾀하는 것(물론 기본적 수준의 변화는 당장 필요하다)은 키움증권이 기존에 쥐고 있던 파이도 잡지 못하는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각각 미니스탁/한국투자증권의 종목 검색 결과. 같은 회사의 서비스들임에도 포인트를 어디에 두었는지 차이가 눈에 보인다.


    오히려 지금 영웅문S 글로벌 포지션에 한국투자증권의 '미니스탁'과 같은 추가 서비스(앱)를 제공하는 것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서론에서 소개한대로, 미니스탁은 '천원으로 살 수 있는 해외 주식'을 포인트로 투자에 새로 접근하는 2030 투자자를 겨냥한 서비스로 작년 한국투자증권이 기존의 서비스(앱)와 별개로 새롭게 출시된 바 있다. 미니스탁은 기존 한국투자증권 앱보다도 훨씬 더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간편한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더하여 투자금이 크지 않은 2030 투자자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하여 소액으로 원하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해줬음은 덤이다. 이러한 강점에 미니스탁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키움증권도 이를 차용하여 투자에 관심을 가진 젊은 투자자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추는 서비스(소액 해외 주식, 로보 어드바이저 활용 등)를 새로 출시함으로써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2) UI/UX 개선


각각 토스증권/키움증권/로빈후드의 앱 화면. 이제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직관성의 개념이 와닿을 것이라고 믿는다.


    더하여, 이러한 신규 서비스에서는 조금 더 도전적인, 직관성과 사용자 편의에 중점을 둔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토스증권'이다. 토스증권의 UI는 마치 잘 만든 ppt를 연상케 한다. 즉, '한 화면에 하나씩'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탭에 들어가면 종목명, 가격, 그래프, 뉴스의 첫 단, 구매하기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정보가 적으니 한 눈에 들어오고, 한 눈에 들어오니 길을 잃지 않는다. 미국의 '개미'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로빈후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정보를 쏟아내기보다는, 절제된 정보만을 전달한다. 이러한 방식은 주식을 처음 접하는 투자자들에게 제격이다. '투자'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공포감을 상쇄하는 디자인 센스가 발휘되는 것이다.

    상상력을 더 동원하여 특화된 기능을 제공할 수도 있다. 토스증권의 메인 화면에는 [인기 차트]가 존재한다. 구매 Top100, 수익률 Top100 등 멜론 차트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이 또한 '주린이'가 가지는 심리적 장벽을 허물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개념에서 출발하여, 시간대 별로 ui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예컨대 장이 열리는 시간대에는 현재 증시, 환율 등을 메인 화면에 배치하다가 마감된 이후에는 현재 사용자의 자산 규모, 포트폴리오를 메인으로 배치하는 식이다. 키움증권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도전적인 변화다.



    현재의 키움증권은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가속화되는 지금, 이러한 안주는 그 자체로 치명적인 실패다. 다만 키움증권은 100억원을 들여 하반기까지 서비스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미 많이 늦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마냥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칭찬할 만하다. 기존 증권 서비스들의 새로운 도전, 토스증권과 카카오증권과 같은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 속에서 키움증권의 '주린이 친화적인' 변화를 기대해본다.



연세대학교 문화인류 김태연

naty04@yonsei.ac.kr


* 필자는 실제 유저들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한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가입자 22만명의 해외 주식 투자 커뮤니티인 '미국주식에미치다' 카페에서 투표 게시글을 업로드했고, 총 32명의 2030 회원이 설문에 참여했다. 다만, 설문 조사의 결과는 필자의 가정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서 가볍게 참고해주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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