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9th BITor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엘지 스마트폰, 왜 안 될까?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최수연


결국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는 LG?

출처 | 연합뉴스 

 지난 해부터 얘기가 나오던 LG 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4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스마트폰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혁신 제품 출시 등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의미 있는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최근 5년간 연간 평균 8,300억 원의 모바일 사업 본부 영업 적자 해결을 위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였고 결국 사업철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한때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3위의 LG


TV,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 제품 잘 만들기로 소문난 LG전자였지만 스마트폰만큼은 매번 시장에서 쓴 맛을 봐야했다. 2010년 한국에 처음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시절만해도 옵티머스 시리즈로 국내 점유율 20%를 유지했었고 그 해 1분기에는 전세계 점유율 또한 삼성전자에 이어 3위였다. 하지만 꾸준히 인기를 끌며 흥행한 갤럭시 시리즈와 달리 LG의 옵티머스 시리즈는 대중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결국 2019년에는 15분기 연속 적자, 2020년에는 국내 점유율이 10% 언저리에 달하게 됐다. 





왜 유독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했을까? 무엇 하나가 문제였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LG의 스마트폰이 힘을 못 쓰게 된 이유를 짚어보겠다. 



파괴적 혁신을 불러온 스마트폰 그러나 하이엔드에 집중한 LG


2007년 미국에서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였고 한국에서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스마트폰이 보급화되었다. 애플의 아이폰, 삼성전자의 햅틱 등 이전에 비해 저렴해진 스마트폰 기기들과 통신사들의 요금제 출시로 한국은 2년만에 보급률이 무려 70%에 육박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LG는 경쟁사들과 다른 노선을 걸었다. 


S class UI , 출처 | LG전자

 

기존의 국내 피처폰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던 LG는 2009년 6월,기존 피처폰에 스마트폰과 유사한 자체 UI인 S class UI를 개발, 도입했다. 이 시도는 회사의 첫 스마트폰인 옵티머스Q의 출시보다 1년 가량 앞섰다. (당시 경쟁사 삼성전자는 2008년 첫 스마트폰 제품 햅틱을 출시, 가열차게 햅틱 시리즈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출시된 아레나의 유럽 수출 제품에는 Wifi를 탑재하였지만 국내 제품에는 Wifi 대신 DMB를 넣는 악수를 선택했다. 아래는 LG전자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인터뷰 답변의 원문이다. 


국내 소비자 시장 조사 결과, 휴대폰 기능에 대한 고객 선호도에서 DMB가 가장 높았다. (참고: 선호도는 DMB >WI-FI >GPS순임.) 결국 국내의 다수 소비자 니즈에 맞춰 WI-FI 대신 DMB를 탑재하게 되었는데, 아시다시피 DMB가 휴대폰 설계시 내부 공간을 많이 차지하므로 고객들의 사용 빈도가 낮은 다른 기능을 빼야 하는데, 그게 Wifi가 된거죠. 안타깝지만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출처) https://live.lge.co.kr/99_/ 


그렇게 LG 최초의 스마트폰이 될 뻔한 아레나는.. 안타깝지만 스마트폰의 UI만 담은 피처폰에 그치고 말았다. 당시 스마트폰의 등장이 휴대전화 단말기 산업의 파괴적 혁신이었다. 하지만 LG는 초기 시장이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을 때 골든시기를 놓치고 기존 제품의 하이엔드 제품을 내놓고 경쟁사들보다 한 발 늦게 어정쩡한 포지션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들어섰다. 이후 뒤늦게 출시한 국내 최초의 쿼티형 스마트폰 '옵티머스Q' 역시 고질적인 문제점(스펙 다운, 다소 좋지못한 UI 최적화, 음질 노이즈, 발매 연기 등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는 없었다.

옵티머스Q, 출처| LG전자






사용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엉뚱한 혁신, G시리즈


LG는 스마트폰 판매율 부진을 깨기 위해 2012년부터 기존의 옵티머스 시리즈가 아닌 새로운 G시리즈를 시장에 내놓으며 스마트폰에 다양하고 참신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러한 시도들이 오히려 독이 되어서 이미지 제고에 걸림돌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 G5 모듈


출처 | GEAR BAX

2016년 3월에 출시된 최초의 모듈형 스마트폰 G5이다. 배터리 일체형이 업체 표준이 되어가던 시기에 배터리 모듈, 카메라 모듈은 아주 신선한 시도였다. 우선 모듈설계는 내구성이 좋고 부품교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듈의 특성상 오래 사용하면 접합부의 헐거움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모듈의 종류와 물량이 한정적이었다. 결정적으로 모듈을 껴서 쓸 수 있는 기능들(듀얼카메라, 배터리 등)이 결국 다른 스마트폰에서는 일체로 구현이 되는 '필수적인' 기능이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굳이 원하는 기능이 달라질 때마다 모듈을 탈부착해야하는 스마트폰을 쓸 이유가 없었다. 출시 초반 LG에서는 향후 자사의 스마트폰 시리즈끼리의 모듈 호환 확장 가능성을 내포했지만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결국 G5는 처음이자 마지막 모듈형 스마트폰이 되었다. 


- 화이트카드 (G6)

출처 | pcpinside.com

LG는 G6에서 LG페이의 일환으로 마그네틱 보안전송방식을 사용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화이트카드를 탑재하려고 했었다. 당시 삼성페이(2015), 애플페이(2014) 등 다수의 제조사들에서 자사의 스마트폰에 전자결제 시스템을 내장하는 것이 흐름이었고 LG 역시 2016년에 뒤늦게 그 흐름에 탑승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다양한 카드의 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해서 카드의 실물 대신 쓴다는 삼성페이와 달리 화이트카드는 플라스틱 카드 한 장을 LG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액정과 간단한 조작 버튼을 통해 조작에 따라 원하는 카드로 바꾸어 쓰는 형식이다. 그러나 액정과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전원이 필요하고 충전식으로 작동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이미 카드 한 장없이 결제가 가능한 삼성페이에 익숙해져있는 상태였다. 결국 화이트카드는 백지화되었고 기존 서비스와 유사한 LG페이가 들어갔다. 



- G7 붐박스 스피커 

출처 | 디픽


좋은 음질을 강조하며 다른 스마트폰들과 차별화를 시도한 G7 모델이다. 붐박스 스피커는 스마트폰 뒷면에 닿은 물체를 울림통으로 써서 마치 스피커에 연결된 것처럼 울림있는 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기능이 on/off가 안된다는 점에서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음악을 재생할 때 뿐만 아니라 손에 쥐고 활동할 때도 여과없이 크게 울리는 진동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스피커 모드로 통화할 때도 원치않더라도 붐박스 스피커로 울렸다고 한다. 이 붐박스 스피커를 끄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G8시리즈까지 이어졌다. 


- G8 정맥인식 

출처 | 앱스토리

가장 최근에 나온 G시리즈인 G8에 탑재된 기능이다. 얼굴, 홍채 등 다양한 생체 인식 기능이 보편화된 요즘 정맥 인식이 되는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이다. 핸즈프리로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이 역시 다른 생체인식에비해 다소 느린 반응 때문에 결국 널리 사용되지는 못하고 사라졌다. 




LG스마트폰의 미래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한국 스마트폰 10여년의 역사에서 LG의 스마트폰들은 결국 주류가 되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꾸준히 LG만을 고집하는 매니아층이 있는 만큼 분명히 그들이 만든 기계가 충분히 매력적이고 특색있다는 점은 꼭 말하고 싶다. 


앞으로 무선통신사업부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명확히 모르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완전히 스마트폰 사업을 접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어제(15일) 구글이 업데이트한 '증강 현실(AR) 지원 구글 플레이 서비스(AR 코어)' 기기 목록에 'LG 스타일로 7'가 추가됐다고 한다. 스타일로 시리즈는 제조비용이 낮은 제조자개발생산으로 위탁 생산한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최근 스타일로 시리즈를 대부분 미국 등 일부 국가에만 한정 출시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중저가폰은 꾸준히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첫 단추를 잘못 꿴 점이 아쉽다. 낭설에 따르면 한 컨설팅 업체로부터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존 피처폰 시장에서 탈출하는 것이 다소 늦어졌다고 한다. 한 번의 결정이 조직의 향후 10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다. 


하지만 한 번 실패가 계속 영원한 실패는 아닐 것이다. 그동안 꾸준하게 타사와 차별점을 두며 참신하고 특색있는 스마트폰을 개발해왔고 비록 적자로 사업이 조정될 위기에 처해있지만 아예 중저가폰에만 집중해서 특정 타겟들만 공략한다면 영업 이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회사의 뛰어난 생산기술과 개발력으로 스마트폰 그 다음 단계의 휴대용 전자 단말기로 새로운 파괴적 혁신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해 본다.  




연세대 산공17 최수연

csyeon@yonsei.ac.kr

매거진의 이전글 과연 영웅이는 영웅문을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