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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키트, 왜 실패했을까?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BIT 29기 심하경


좋은 의도=좋은 프로모션?


출처: 배달의 민족 '고마워요' 키트


최근 배달의 민족이 거하게 홍역을 치렀다. “간식가방” 이벤트 때문이었다. 배달의 민족은 지난 2월 19일, 배달기사에게 간식을 전해주는 ‘간식가방’ 이벤트를 열었다가 여섯 시간 만에 이벤트를 취소해야 했다. 이벤트는 신청자 중 일부를 선정해, 배달 기사들에게 고마워하는 내용이 담긴 ‘고마워요 키트’를 나누어 준다는 내용이었다. 키트는 간식 가방, 스티커, 배달 음식을 올려 놓는 매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간식 가방은 소비자가 기사에게 고마움을 표하라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브랜드 프로모션은 부정적인 반응과 함께 처참하게 실패했다.     

긍정적인 의도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실패했을까?



대대적인 마케팅 실패의 이유


소비자 측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기업이 해야 할 복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받아들였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뉴스 댓글란에서 이 프로모션에 대한 평가를 살펴볼 수 있었다. 291개의 공감을 받은 베스트 댓글에는 ‘자기 회사의 배달원들은 자신들에게 챙겨야지, 소비자들에게 과잣값까지 지불하라고 강요한다’라고 쓰여 있었다. 


https://www.trendmonitor.co.kr/tmweb/trend/allTrend/detail.do?bIdx=1773&code=0301&trendType=CKOREA

배달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 또한 이에 한몫했다. 최저임금 등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배달 인건비가 2년 사이에 30~40% 상승했다. 이에 자영업자들이 배달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는데,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시장조사기업인 엠브레인의 <2019 배달 음식, 배달앱(어플) 관련 U&A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배달료’가 따로 부과되는 정책에 대해서만큼은 상당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75.3%가 어떤 이유든 배달료는 왠지 지불하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응답했다. 배달료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배달원 복지 정책을 프로모션으로 내놓았으니,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배달원 측면

배달원 측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쇄도했다."우리를 동정받을 사람으로 그리지 말라." 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한 배달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선의일 경우 이를 받아들일 수 있지만, 배민이 이런 이벤트를 벌인 것은 모욕적" 이라고 말했다. 보여주기식 이벤트보다,  근본적인 배달원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주장이었다. 현재 라이더들은 "플랫폼 노동 종사자" 로 분류되어 대부분의 노동 혜택에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이 프로모션,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배달의 민족이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한 프로모션을 노린다면, 근본적인 회사 차원에서의 라이더 복지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배달의 민족 김 의장이 1000억원 규모의 DH 주식을 출연해 400건 이상, 반년 넘게 배달한 라이더에게 주식 증여 및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인 배달 환경의 개선이 우선이다. 현재 배달원들에게는 어떠한 복지도 제공되지 않는다.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 사고의 위험을 개선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도입하고, 이를 홍보해야 한다. 구체적인 복지서비스로는 의료비 지원, 4대 보험 보장 등이 있다. 라이더 처우 개선을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의 광고 영상/인터뷰 영상 등의 창구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또한, 배달비용에 대한 소비자와의 근본적인 타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맹점주와 배달앱 간의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배달앱 수수료를 낮추거나/지역화폐를 통해서 지불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한다면 자연스레 배달팁 비용이 내려갈 것이다. 이는 처음에는 매출 감소로 이어질지 모르나, 배달어플 과포화 상태인 현 배달시장에서 저렴한 배달비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도와줄 것이다. 자연스레 ‘배달의 민족’ 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 또한 올라갈 것이다. 


연세대 신학 심하경

simhasd@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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