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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공급망에 관하여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8기 이상민


 현대자동차는 2월 4일부터 11일까지 국내 모든 공장의 가동을 멈췄고, 이후에도 울산 1공장은 18~20일, 울산 2공장 외 다른 공장도 추가 휴업을 단행했다. 가장 큰 원인은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자동차 내부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전선 묶음에 수급 차질이 생긴 것이다. 해당 부품은 차종에 맞게 전선을 묶는 수작업 기반으로 인건비가 많이 투입되기에 80%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여파로 중국 공장이 중단된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2019년 2월 현대차 국내공장의 하루 평균 생산량은 6,224대인 것을 참고했을 때, 휴업 일수를 고려하면 상당한 생산 차질이었다. 물론 1년 스케줄로 봤을 때, 주말근무와 야근으로 메꿀 수 있다. 그럼에도 자동차 한 대에 필요한 3만여개의 부품을 관리하며 거대한 글로벌 가치 사슬을 형성했지만, 부품 하나로 인해 모든 공장이 셧다운 되는 기존 공급망의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와이어링 하네스 (출처 : 유라코퍼레이션 홈페이지)



그 근본적인 원인에 관하여 : 취약했던 공급망


 완성차 기업들이 공장을 중국에 위치시킨 것은 원가 절감, 구축된 인프라 활용 등의 상당한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싼 해외 소싱처를 찾아 부품을 공급하는 것은 당연했다. 현대차 입장에서 중국으로부터 비교적 근거리 수송으로 물류비용이 절약할 수 있었고, 부피가 크고 종류 또한 다양해 쌓아 두기엔 부담스러운 부품들은 전산관리를 통해 일주일 이하의 재고 유지가 가능했다. 하지만 문제는 생산 물량의 대부분을 의존한 것이었고 코로나 19로 인해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와이어링 하네스는 한국, 중국,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에서 나눠서 생산하고 있지만 80%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반면 도요타 혼다 등 기업들은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상당한 물량을 공급받고 있기에 부품 수급에 문제가 없었다. 


 특정 부품 업체에 집중 발주(단수 납품 체제)하는 문제는 코로나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현재까지 원가 절감을 위해 소수의 업체에 대량 발주하는 형태로 부품 수급 경로를 다변화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한 생산 공정이 멈출 시 공정 전체가 위험에 노출되었다. 단적인 예로 단가 1351원 자동차 엔진용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유성기업 노동자가 파업하자 현대, 기아차의 생산라인이 멈췄다. 유성기업에 무려 75%를 의존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는 온 냉방 공조 시스템을 제조하는 1차 협력사인 한온시스템과 그 2차 협력사인 대진 유니텍의 갈등으로 인해 현대 모비스의 콕핏 모듈 생산이 중단된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두 업체의 갈등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현대자동차는 주로 1차 납품 업체(벤더)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2~4차 벤더 관리는 그 위 단계 협력사 소관이다. 이는 공급망에 대한 가시성을 제공해주지 못해 문제 상황 시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장애물이다. 게다가 2, 3, 4 협력 업체로 갈수록 영세해지며 이 벤더들은 재무적으로 많은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공급망의 약한 고리가 드러나는 것이다. 수 백 개의 협력사 중 단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현대차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에 2, 3차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완성업체의 수익률 유지를 위해 하청업체에 비용을 전가하고 있어 국내 하청업체의 수익률은 1~2%에도 미치지 못한다.


(출처 : 하나대투증권)

포스트 펜데믹 시대 공급망


 코로나 19로 인해 부품 재고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를 겪으면서, 현대자동차의 안일했던 공급망 관리에 대한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하지만 ‘안일’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봤을 때, 이는 다소 결과론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리드타임 감축 및 비용 절감’이라는 목표 아래 구축된 공급망이 그 당시에는 유효했기 때문이다. 전체 공정을 위협하는 작은 사건들이 몇 번 있었지만 운이 좋았던 것인지 대비를 했던 것인지 결과적으로는 큰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 펜데믹 시대 공급망은 모든 산업에 탄력성을 요구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탄력성을 갖춰야한다. 위기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신속한 대응은 할 수 있다. Plan B를 적시에 도입할 수 있는 공급망으로 재편해야 한다. 물론 탄력성은 지출을 수반한다 왜냐하면 리스크를 분산시켜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지역블록화’가 예시가 될 수 있다. 생산 지역을 분산하는 동시에 북미, 아시아, 유럽 등으로 블록을 나눠 해당 지역 안에서의 부품 조달, 생산, 물류를 한번에 해결하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 공장에서 생산량을 높여 완충하는 형태다. 하지만 모빌리티 변화의 변곡점에 서있는 현대자동차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떨치기 위한 공장 증설을 쉽게 단행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협력 관계, 새로운 파트너십의 강화가 중요한 전략적 요소로 부상할 수 있다. 이전에는 단순히 1차 벤더 위주로만 관리했다면 그 범위를 넓혀 공급망에 대한 가시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해졌다. 주요 공급업체가 아니라 2, 3차 벤더까지 살피며 대응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공급망 내 가장 약한 꼬리를 파악하는, 부품 공급을 투명하게 관리하여 공급 업체들의 리스크를 검토하고 대안을 공급망 단위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일본 도요타의 ‘rescue’ 시스템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1차 협력사 위주로 관리하던 기존 관행에서 그 범위를 넓히고, 주요 부품을 모두 표준, 공용화 시켜 대체 조달처를 확보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관리 범위 확대는 비용 문제로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지만, 정작 코로나 발발 시에 부품 조달에 문제를 겪지 않았다. 현대자동차의 뉴노멀 시대에 맞는 뉴 공급망이 어떤 모습으로 재편될지 주목할 만하다. 



연세대 노어노문 이상민

peter9509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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