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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스포츠 댓글, 기억 속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9기 정승훈

네이버 캡처 (http://apnews.kr/View.aspx?No=1042998)


지난 2020년 8월 7일, 네이버는 공식 블로그 ‘네이버 다이어리’를 통해 ‘네이버 스포츠뉴스’ 댓글의 잠정 중단을 알렸다. 이날 네이버는 ‘2007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여 ‘기쁨과 아쉬움을 나누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나, 일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악성 댓글의 수위가 지나쳐 댓글 기능을 잠정 중단함을 밝혔다. 네티즌들은 비슷한 시기에 화제가 되었던 고(古) 고유민 선수의 사망 사건과 관련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튜브 채널 ‘스포카도’에서 공개된 고유민 선수의 인터뷰 영상에서 고유민 선수는 “‘네가 배구선수냐’, ‘내가 발로 해도 그것보다 잘하겠다’와 같은 악성 댓글들을 보면 운동도 하기 싫고 시합도 나가기 싫었다.”고 말하며 “‘나는 리베로가 아닌데 왜 이렇게 욕을 하는 거지? 그래도 이 정도면 그냥 넘어가 줄 수 있는 것도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 스포츠 댓글을 비롯해 포털 사이트 스포츠 기사의 댓글들이 '잠정적'으로 사라진다고 밝혔으나 다시 되살아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 스포츠 뉴스 댓글의 과거


1. 네이버 스포츠 뉴스 댓글의 역사

네이버는 ‘공론의 장’과 ‘표현의 자유’ 확대를 강조하며 2004년부터 뉴스 난에 댓글 창을 열기 시작했다. 댓글은 이용자의 체류 시간과 접속 횟수를 늘리는 마케팅 전략의 한 축이 되었다. ‘건전한 여론의 공론장’을 기대했으나 댓글들은 이내 익명성을 등에 업고 편향적 시각의 발언, 혐오 발언, 악성댓글 등으로 점철되기 시작했다.


2. 네이버 측의 노력과 실패

네이버 댓글 캠페인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2/27/2015022785013.html)

네이버 측에서는 악성 댓글을 줄이고자 2011년 욕설을 변형하여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포함하는 경우 해당 단어를 ‘OOO’로 자동 전환하는 ‘욕설치환 단어’ 정책을 사용했었고, 2015년 욕설이나 비하 발언이 담긴 댓글의 등록 이전에 팝업창으로 선플을 유도하는 ‘상처 없는 댓글 세상 만들기’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네이버 스포츠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890060&memberNo=1156373)

2020년 3월에는 댓글 닉네임과 활동 이력 공개를, 21대 총선 기간에는 댓글 본인 확인제를 실시했고, AI 클린봇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며 댓글 필터링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모든 악성 댓글을 차단하는 데에는 실패했고 스포츠 뉴스 댓글 창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3. 왜 실패했는가?

겉보기에는 네이버의 캠페인과 기술들이 타당한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상은 악플의 형태가 달라졌을 뿐이다. 욕설과 비방을 클린봇을 통해 아무리 사전에 방지한다고 해도 칭찬하듯이 비꼰다거나 일종의 '밈'을 활용하여 비방하는 어조는 인공지능이 필터링하지 힘들다. 밈의 소비 속도는 굉장히 빠를 뿐만 아니라 칭찬처럼 보이는 희화를 필터링한다고 했을 때, 한 개인이 실제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쓴 댓글에 있어서는 해당 댓글이 '비꼬는 것'인지 '실제 본인 생각'인지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 또한 각종 캠페인의 경우에 교실에서 학교폭력을 한다고 '멈춰'라고 외치는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다.(https://www.youtube.com/watch?v=aQyLhYC4E8Y&t=1s)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댓글 목록을 공개하는 행위 또한 해당 댓글러가 편파적 생각을 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는 매개가 되었지만 결론적으로 악플을 줄이는 데에는 명확히 일조했다고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효과가 미미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악플을 다는 네티즌에게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네이버의 정책들은 그저 보여주기식이었거나 허점이 모두 있었던 것이다.


4. 왜 이것이 '네이버의 실패'인가?

포털 사이트 관계자와 상당수 네티즌들은 네이버 스포츠 댓글 폐지의 책임은 악플을 다는 1%의 사람들에게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네이버 스포츠 댓글을 폐지하며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당사자가 누구일까 생각해 보았을 때, 이는 당연히 네이버라고 답할 수 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악플러들은 세상 모든 댓글창이 사라지지 않는 한 네이버 스포츠 댓글창이 아니더라도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계속해서 악플들을 달고 있다. 결국 가장 큰 손해를 본 것은 네이버 스포츠 댓글창이 사라짐에 따라 줄어든 조회수와 함께 줄어든 광고 수익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네이버 측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6월과 2020년 10월 롯데와 KT의 야구 경기 조회수는 10월 경기에서도 흥행 요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7~8배 차이가 난다.(디지털 데일리) 이는 댓글이 주는 재미를 잃게 됨에 따라 네이버 측이 받은 마이너스 지표이다. '네이버 스포츠 등 기사의 댓글을 왜 네이버 측이 관리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국 네이버의 손익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네이버 스포츠 뉴스 댓글의 미래


네이버 스포츠 뉴스 댓글은 소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으며, 네이버 스포츠 측에서도 이를 인정하듯 '스포츠' 자체에 소비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UI 개선 등을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 스포츠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 스포츠 판의 점차적인 개선을 계획하고 있으며, 그 일례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로 맞춤화된 선호 스포츠 우선순위를 지정하고 그에 따른 알림을 전송하는 등의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스포츠 댓글 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하다면 개선된 방향으로 다시 서비스 재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네이버 스포츠에 연재되는 기사들에 대한 검토와 올바른 여론 형성이라는 컨텐츠적 순기능의 필요성이 대두된다면 네이버 스포츠 댓글창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종 스포츠 커뮤니티의 글과 스포츠를 좋아하는 지인들의 말을 종합해 보았을 때, 댓글이 사라진 이후로 답답한 것 중 하나는 네이버 스포츠 기사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해외축구 기사를 예로 들자면 해외축구에 대해 팬들만큼 큰 관심이 없는 기자들이 해외 기사를 번역하거나 새로운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유망주 선수의 나이를 잘못 기재한 뒤 베테랑 선수처럼 묘사를 하거나, 유러피안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해 본 경험이 없는 선수를 있는 것으로 묘사하는 등 부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전에 댓글이 있을 때에는 이를 네티즌들이 바로잡아 주는 경우가 빈번했으나 더 이상 네이버 스포츠 댓글이 작동하지 않으며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둘째, 네이버 스포츠 기사들의 조회수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인다면 경제적 측면에서 되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네이버 스포츠 해외축구 기사 1위 감정표현 수는 약 2000개, 유튜브에서 해외축구를 주로 다루는 '이스타TV'의 오늘의 1위 좋아요 수는 약 1600개로 체감상 점차 그 간격이 줄어들고 있다. 또한 Z세대와 그 이후의 세대는 기사를 활자로 접하기보다 영상으로 접하는 것이 편하며, 상호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튜브 등 영상 매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 스포츠 기사들에서 오는 수익이 계속적으로 줄어든다면, 결국 네이버 스포츠 측에서는 일정 조회수를 보장해 주던 네이버 스포츠 댓글을 부활시킬 가능성이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네이버 스포츠 댓글이 부활했을 때, 다시 한 번 악플들을 필터링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을 사용할 수 있을까?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제안하고 싶다.


1. 다이렉트 레드카드

악성 댓글을 쓰는 사람들을 반자동으로 색출해 내 댓글 영구 사용 정지를 적용시키는 것이다. 또한 회원가입 시에 휴대폰 인증을 하게 하여 해당 번호로 다른 계정을 생성할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네이버 스포츠 댓글 기사를 읽는 사람들 중 악플을 작성하는 1%의 사람들을 색출해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악성 댓글 작성자의 행동 특성 파악     

악성 댓글의 뿌리를 제거했을 때 악성 댓글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고, 그 뿌리는 악성 댓글 작성자들의 동기와 이유이다. 댓글 작성에 앞서 로그인이 필수적이고, 그에 따라 해당 네티즌이 접속하는 사이트 목록, 검색어, 댓글 목록 등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이때 악성 댓글 작성자들의 행동 특성을 분석해 공통점을 찾아낸 뒤 악성 댓글을 작성하기에 앞서 기타 관심사의 광고를 제공하는 등 악성 댓글 작성의 동기를 약화할 수 있다면 악성 댓글의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3. 건전한 토론이 가능한 주제 제공

현재 네이버 스포츠 뉴스 댓글은 사라졌지만 해외축구 배너에서는 ‘승부예측’ 등 해외축구 팬들의 관심을 끌 만한 다른 유인들로 유저들의 클릭률을 최대화하고자 한다. 또한 ‘승부예측’에 게재되는 댓글의 경우 악성 댓글의 빈도가 체감 상 상당히 적어졌다. 이처럼 스포츠팬들이 건전하게 토론할 수 있는 주제를 매 기사마다, 혹은 기사의 주제별로 제공한다면 선수 한 명을 향한 무분별한 공격보다는 건강한 비판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무리하며


네이버 스포츠 뉴스는 결국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서비스가 잠정 중단되었으나 AI 등 기술 발전을 통한 예방 혹은 기타 방안들을 통해 ‘건전한 여론의 장’이라는 순기능만을 되살릴 수 있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네이버 스포츠 댓글의 순기능을 많이 보며 자랐던 애독자로서 기다리겠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정승훈

seunghoon_officia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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