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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xer는 왜 트위치를 이기지 못했을까?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9기 윤가원



    믹서(MIXER)는 MS가 서비스하는 인터넷 방송 중계 플랫폼이다. 2016년 1월 5일 ‘빔(BEAM)'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이 운영을 시작한 비디오 스트리밍 사이트를 MS가 인수하여 2017년 6월 ’믹서‘로 이름을 바꾸고, 스트리밍 플랫폼으로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604198&memberNo=49631020&vType=VERTICAL


    믹서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좋은 해상도에, 라이브 방송을 더욱 재밌게 만들어줄 특별한 기능까지 추가해 출시된 믹서는 당시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의 선두주자였던 트위치, 유튜브와의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윈도우10과 엑스박스원을 등에 업고 출범한 만큼 많은 사람들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믹서는 작년 (2020년) 7월 22일, 서비스의 종료를 알렸다. 충분한 기술과 개성도 더해 출시된 믹서가 실패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네트워크 효과


    믹서의 실패 이유를 알아보기에 앞서,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 효과란, A의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그것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느끼는 A의 가치가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플랫폼 기업은 이런 네트워크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우를 살펴보면, 플랫폼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스트리머들은 시청자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만큼 플랫폼을 사용하려는 스트리머들도 많아진다. 그럴수록 플랫폼의 가치는 올라가며, 사람들이 더 이용을 많이 하게 된다. 이런 네트워크 효과는 결과적으로 승자독식 구조로 이어지기 때문에, 먼저 시장을 차지하여 선도하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 따라서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 시장에서의 위치에 따라 기업들은 전략을 다르게 수립해야한다. 



Mixer가 취했던 전략


    게임 스트리밍 시장의 경우, 트위치가 아마존닷컴의 인수 이후 급속도로 성장해 시장을 장악하였다. 즉, 네트워크 효과 1등 기업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출범하는 Mixer가 취했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1. 딜레이를 개선한 기술

    믹서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딜레이가 거의 없을 정도의 기술력이었다. RTMP(어도비 플래시)의 경우 2~5초, FTL(HTML5)의 경우 0.2초 정도로 딜레이가 개선되었다. 실제 게이머와 시청자가 보는 화면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대부분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겪는 문제점이다. 딜레이가 주는 가장 큰 불편함은 실시간 소통의 어려움이다. 특히 게임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방송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딜레이 해결에 대한 니즈는 항상 존재해왔다. 하지만 딜레이 단축이 시청자들과 스트리머들로 하여금 플랫폼을 선택하게 하는 핵심 요인일까? 딜레이가 줄어든다면 방송을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기존에 이용하던 플랫폼을 버리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많은 사람이 이동할 만큼의 매력적인 핵심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믹서가 내세웠던 핵심 경쟁력이 기존 트위치의 네트워크 효과를 뛰어넘을 정도의 유인책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2. 인기 스트리머 영입

    믹서는 ‘닌자’를 비롯해 몇몇의 인기 스트리머들을 영입했다. 특히 2019년 8월 영입한 닌자는 트위치의 최다 팔로워를 보유했던 원탑 스트리머였던 만큼 한화 약 607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영입했다. 

스트리머 닌자 영입 발표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3/2020062301141.html

    그러나 기대했던 것만큼의 효과는 보지 못했다. 닌자가 믹서를 이끌어갔지만 이들 뒤를 따라 성장하는 스트리머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 13월 기준 믹서의 총 점유율은 3%로, 경쟁사 트위치의 61% 점유율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스트리머 영입이 플랫폼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영입 목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믹서가 닌자를 영입할 때 기대했던 바는 닌자를 따라 수많은 시청자가 플랫폼을 옮겨 따라오고, 그런 시청자들을 따라 스트리머들도 플랫폼을 옮기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특정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유가 단순히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드라마를 시청하려고 채널을 트는 것과 같은 단순한 원리는 아니다. 이들은 플랫폼 자체가 형성하는 문화에 동화되어 여러 가지 밈을 사용하고, 여러 스트리머 방을 돌아다니며 그런 문화를 즐긴다. 그러므로 스트리머 한 명만 똑 떼어오는 방식으로는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얻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러한 전략들을 살펴봤을 때, 믹서가 취했던 전략은 네트워크 효과 1등 기업이 사용해야하는 강화 전략에 더 가까웠다. 기존에 네트워크가 강하게 형성되어있는 기업은 믹서가 취했던 전략인 '개선된 기술력과 인기 스트리머의 추가 영입'을 통해 네트워크의 연결성을 더욱 견고히 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발주자였고 네트워크 효과 2위 이하의 기업이었던 믹서는 이러한 전략보다는 그에 알맞은 아래와 같은 전략을 취해야 했다. 결국 믹서는 트위치가 가진 네트워크 효과의 견고함을 뚫지 못해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틈새시장과 멀티호밍


    그렇다면 어떤 전략을 구성했다면 믹서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우선 믹서는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했다. 엑스박스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특정 매니아층을 공략할 수 있는 게임을 독점으로 제공한다거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다거나 하여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차별성을 확실히 두었어야 했다. 특히,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은 트위치가 매우 우세하므로 다른 성격의 스트리밍 플랫폼을 강조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믹서는 음악방송이 다른 플랫폼에 비해 비율이 많은 편이었다. 만든 곡을 생중계하는 방송은 1000명에서 2000명의 시청자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고 소통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점을 살리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다음으로는 멀티호밍의 유인을 더욱 강력히 제공하는 것이다. 믹서는 게임쇼 때마다 믹서로 엑스박스 컨퍼런스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믹서팟이라는 선물을 주었는데, 따라서 게임쇼 때만은 이용자가 몰렸다. 시청자들을 한번에 옮겨오게 하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멀티호밍을 노리면서 천천히 진입했으면 더 안정적이었을 것 같다. 닌자의 영입도 그 자체로 이용자들을 데려온다는 목표보다는 시청자들이 닌자를 보기 위해 믹서를 이용해볼 수 있도록 하여 인지도를 올리고, 그와 동시에 그들을 락인 할 수 있는 다른 전략들을 마련해서 함께 진행했다면 닌자 영입이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믹서는 결과적으로 서비스가 종료되었지만, 이들의 다양한 시도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 이들이 제시했던 아이디어는 현재 트위치 상에 일부 적용되었다. 시청자들이 스트리머의 게임을 결정할 수 있던 기능은 하이퍼스케이프라는 게임에 적용되어 실시간으로 스트리머와 시청자들이 탐색 이벤트를 진행하여 몰입을 도왔다. 4인 동시방송 기능 역시 시범적으로 적용되었다.

https://blog.naver.com/openprice_c/222036540833


    믹서의 서비스는 페이스북 게이밍으로 이전되었다. 페이스북 게이밍은 페이스북이라는 기존 네트워크 효과 1등 기업에서 출발한 점에서, 믹서의 전략이 잘 활용될 가능성이 보인다. 특히, 믹서가 기존에 제시했던 기능들과 아이디어가 경쟁사에서 흡수할 정도로 아이디어 자체의 수준이 낮지 않았다는 점에서, 페이스북의 네트워크를 잘 활용한다면 앞으로는 정말 트위치를 위협할 정도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윤가원

kawonoff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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