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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의 신이 되고자 했던 사나이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8기 최진우


빈스 맥맨, 그는 누구인가? 



    필자는 호주에서 거주하던 시절, 영어를 그리 유창하게 하지 못했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스포츠 같은 비언어적 활동을 통해 현지 아이들과 친해지곤 했다. 축구, 피구, 크리켓 등 여러 스포츠가 있었지만, 그 때 한창 유행하던 것이 프로레슬링, 즉 WWE라는 기업의 움직임이었다. 간단히 말해, WWE는 각본이 있는 프로레슬링이다. 승패 및 스토리라인은 정해져 있지만, 다양한 인물들의 개성있는 캐릭터, 리얼한 퍼포먼스, 충격적인 각본 등으로 WWE는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필자 역시 WWE의 매력에 매료되어 친구들과 특정 캐릭터를 흉내내고 다양한 선수들의 피규어를 수집했던 기억이 난다. 


당대 최고의 복서 마이크 타이슨(왼쪽)에게 X을 날리는 WWE 레슬러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오른쪽). 그것을 지켜보는 빈스 맥맨(가운데)

   

     WWE의 회장, 빈스 맥맨은 상당한 야망가이다. 어찌 보면 그의 과감한 마케팅이 WWE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에 WWE (당시에는 WWF)를 운영하기 시작한 빈스맥맨은 프로레슬링을 스포츠에서 오락 및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이에 걸맞게 실제 헐크를 모티브로 한 괴력의 사나이 '헐크 호건', 화려한 분장 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워리어', 제멋대로 행동하는 악동 '숀 마이클스' 등과 같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캐릭터들을 만들어 냈다. 그가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레슬러들 및 엔터테이너들을 초청하는 ‘레슬 매니아’ 라는 이벤트를 만든 이후부터 WWE는 WCW같은 레슬링 경쟁사들을 제치고 독보적인 기업이 됐다. 하지만 그의 야망은 비단 프로레슬링에만 멈추지 않았다. 


당대 최고의 악동 숀 마이클스 




XFL의 시작과 끝   


XFL (Xtreme Football League)의 로고


    2001년, 빈스맥맨은 미국의 NBC 방송국과 함께 XFL(Xtreme Football League)이라는 기업을 설립한다. XFL이란, 미국 전국 8개 팀으로 새롭게 만든 미식축구 리그인데, 이에 살짝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즉, 레슬링에서 보여줬던 짜여진 재미와 정통 스포츠인 미식축구를 섞어보려고 했던 것이다. XFL은 홍보할 당시, 가장 큰 경쟁사인 NFL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단순히 리그를 런칭하는 것을 통해 NFL을 바로 이길 자신은 없었기에, NFL의 시즌이 끝난 오프시즌과 NFL 개막전의 사이 기간을 시즌의 주기로 설정했다. 룰 역시 기존의 미식축구보다 공격적으로 개편되었다. 박진감을 위해 공격 준비 시간을 35초에서 25초로 줄이고, 킥오프 후 일정 25야드 이상 날라간 공에 대해서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공격권을 얻는 등의 새로운 룰이 추가되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예상했겠지만, 처참했다. 리그의 개막전의 시청률은 10.3%로 많은 호응을 얻었지만, 1달만에 시청률은 2.6%으로 곤두박질 쳐졌고, XFL은 한시즌만에 막을 내리고 만다. NBC와 WWE는 각각 3500만 달러의 손해를 보게 되었다. 




XFL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실패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 원인은, 정통 스포츠인 미식축구에 맞지 않는 엔터테인먼트의 정서가 과도하게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는 빈스맥맨의 야심 가득한 아이디어였지만,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실제 경기를 보면, 프로레슬링과 같이 선수들은 화려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쇼맨십을 보이거나, 다른 팀을 견제하는 비속어 섞인 말들을 공개적으로 퍼붓는다. 또한, 경기장 내에 간이 수영장을 설치해 비키니 걸을 출연시키고, 치어리더와 선수간의 연애를 오히려 권장하는 등의 선정적인 면모도 챙겨가려 했다. 이에 더불어, 각본상 하프타임 백스테이지에서 회장이 카메라맨을 때리거나, 치어리더를 수시로 인터뷰하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이런 과격함과 선정성으로 인해 실제 관중들이 난투극을 벌인 사건도 있었다. 처음에는 신선하나 곧 질린다는 평으로 이어졌고, 미식축구 경기 자체도 짜고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선정적인 면모에 집중했던 XFL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 선수들의 질이 매우 낮았다. 그 당시 XFL 로스터에 있던 선수들은 대부분 NFL 트라이아웃에서 탈락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선수 수급이 어려워지자 XFL은 대학진학을 못한, 부적격의 고교졸업생들을 대거 영입하려고 했다. 개막 1달전에 다급하게 로스터가 완성되었고 팀워크를 맞춰볼 시간이 매우 촉박하여 “수준 낮은, 저속한 치어리더가 나오는 경기”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낮은 경기 수준에 스포츠 앵커들은 중계를 꺼렸고, 레슬링 해설가들이 중계를 맡게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상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던 XFL의 선수들


    미국의 방송국 NBC에게서도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1998년에 NBC는 NFL 중계권을 경쟁사 CBS에 뺏겼었다. 당시에 교양 있는 오락프로그램들과 각종 시사 프로그램들을 방송하던 NBC는 나름의 신선한 시도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맥맨의 마케팅 능력을 과대평가했다고 생각했는지, XFL이 적자를 보이자 NBC는 기존 방송의 이미지를 의식하고 방송 계획을 2년에서 1년으로 바로 축소했다. 




XFL COMING BACK TO LIFE..? 



    이러한 실패를 딛고, 2018년 1월 25일, 빈스맥맨은 다시 XFL 리그를 부활시켰다. 그전의 실패를 의식한 빈스는 XFL에서 프로레슬링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배제하고자 하였다. 즉, 미식축구를 정통 스포츠로서 접근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다. 

 

    2020년을 첫 시즌으로 XFL는 다시 시작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 19로 인해 시즌이 중단되었고, 

XFL은 허무하게도 이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채 2020년 4월 14일에 파산신청을 하게된다. 


    놀랍게도, 2020년 8월 3일, WWE의 간판스타이자 현 헐리우드 배우인 드웨인 존슨이 레드버드 캐피털사와 함께 XFL를 구입한다. XFL이 극적으로 회생하게 된 것이다. 현재 2021년에 리그는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2022년 즈음에 리그가 재개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새롭게 선보이는 XFL



미래엔 이렇게..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꼽긴 했지만, 필자는 XFL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큰 강점으로 말하고 싶다

다만, 2001년에는 선을 지키지 못한 것 같다. 미식축구 팬들이 원하는 엔터테인먼트는 비키니를 입은 치어리더들과 막말하는 선수들이 아니다. 팬들은 잘하는 선수들에게 주목하고, 실력이 증명될 시에 그들이 누군지 궁금해한다. 즉, 엔터테인먼트가 꼭 자극적인 쇼여야 한다고 생각을 버리고, 조금 더 다큐멘터리적인 면모를 살리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일례로, XFL이 진행된다면 실력적 혹은 퍼포먼스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플레이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진실된 삶을 보여주고, 어떻게 훈련하는지, 다른 팀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XFL만의 영상 마케팅으로 보여준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NFL이 32개 구단, XFL이 8개의 구단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개개인에 집중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다는 사실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선수들과 경기의 퀄리티에 관해서는 ‘선수들을 잘 꼬셔봐라’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XFL이 NFL에 비해 덜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능성이 많은 신생 리그이고, 보통 시합들보다 더 짧고 굵게 진행된다는 점을 통해 설득하면, 충분히 넘어 올 선수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역은 사실 돈이 곧 설득력이기에 XFL 구단들의 자금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필자는 WWE의 오랜 팬으로서, XFL이 노망난 빈스의 발악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새로운 리그 개막이 거의 확실시 된 만큼, 영상 마케팅과 선수단 보강을 통해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세대학교 언더우드학부 경제학 최진우

jimmy0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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