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윤지영
드림웍스, 이베이, 스티브 스필버그, 디즈니, 알리바바. 그리고 이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스타트업이 있다. Quick Bites, 줄여서 퀴비(Quibi)는 말 그 대로 ‘한 입에 즐길 수 있는’ 숏폼 컨텐츠 OTT 서비스이다. 드림웍스 공동창업자 겸 디즈니 스튜디오 회장이었던 제프리 카젠버그와 이베이 최고경영자(CEO) 출신 맥 휘트먼의 합작으로 이슈가 된 이 서비스는 스티브 스필버그, 기예르모 델 토로 등 유명 할리우드 감독들, NBC, BBC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디즈니, 알리바바 등으로부터 한화 약 2조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하였다.
퀴비는 업계 최초로 ‘턴스타일(Turn Style)’ 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제시하기도 했다. 턴스타일이란 아래 사진과 같이 영상 재생 시 스마트폰을 가로에서 세로로 돌려도 영상이 잘리지 않고 화면을 가득 채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형태의 영상, 숏폼 OTT 서비스, 유명인사들의 투자. 퀴비는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기대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퀴비는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서비스를 선보인 첫날, 앱 다운로드 건수는 30만건으로 디즈니 플러스 앱 다운로드 건수의 7.5%에 그쳤다. 론칭 1주일 기준으로도 다운로드 횟수가 170만건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주 후에는 애플 앱스토어 ‘톱 50’ 차트 밖으로 밀려났다. 결국 퀴비는 출시 6개월 만인 지난 12월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분명 출시 이전까지는 수많은 관심을 끌었던 서비스가 빠르게 자취를 감춘 이유는 무엇일까. 제프리 카젠버그, 퀴비 창립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퀴비가 잘못된 것은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라 밝혔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집에만 있다보니 오히려 넷플릭스의 사용률만 증가하여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코로나 시국에도 틱톡의 사용률은 놀라울 정도로 증폭했다. 제프리 카젠버그의 말은 적어도 필자 눈엔 창립자의 변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첫째, 숏폼 플랫폼이지만 절대 숏하지 않은 영상
애당초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퀴비는 숏폼 컨텐츠를 다루며 통근 하는 사람들, 등하교 하는 사람들 등 일상의 순간에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퀴비의 영상은 적게는 5분, 많게는 15분 가량의 영상이었다. 대표 숏폼 컨텐츠 플랫폼인 틱톡 영상이 최대 15초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퀴비가 과연 “Quick Bite” 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넷플릭스보다 짧은 영상인 것은 맞다. 하지만 MZ 세대들이 소비하는 “숏폼 컨텐츠”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퀴비는 숏폼도 아니고, 드라마 혹은 영화도 아닌 그저 그 중간에 위치한 영상인 것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틱톡과 퀴비가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둘째, 타켓을 취향저격 하지 못한 컨텐츠
앞서 언급했듯, 퀴비에는 스티브 스필버그를 비롯하여 유명 할리우드 감독들과 유명 방송사 NBC, BBC 등이 제작자로 참여하는 등 “고급화된 숏폼 컨텐츠”를 제공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타켓층인 MZ세대와 매치되지 않는 컨텐츠이다. MZ세대들은 코미디, 예능 등의 분야를 소비하지만, 퀴비는 정작 뉴스 컨텐츠들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내용들은 “굳이” 퀴비에서 보지 않아도 될 정보인 것이다.
셋째, 과도한 이용료
퀴비 이용료는 기본 월 5달러, 광고를 보고 싶지 않다면 월 8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이 가격을 보고 “생각보다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는 디즈니 플러스 (약 6달러)와 넷플릭스(약 13달러) 그 사이에 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생각했을 때,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우선 틱톡, 유튜브 등 기존에 유명 숏폼 컨텐츠들은 무료이다. 그렇다고 해서 컨텐츠 자체가 사용자들에게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심지어 기본 사용료를 지불할 경우 10분 내외인 영상 사이에 광고가 붙는다. 월 8달러가 결코 저렴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 답은 후자이다. 한마디로 퀴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OTT 서비스였다. 퀴비는 넷플릭스에 가깝기 보다는 오히려 틱톡에 가깝고, ott 서비스 보다는 숏폼에 가까운 형태이다. 퀴비는 본인이 틱톡과 넷플릭스 중간에서 틱톡과 같이 숏폼 컨텐츠 형식을 유지하되 넷플릭스와 같이 컨텐츠 자체에 대한 질을 높이고자 했겠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기본적으로 타켓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숏폼 컨텐츠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결국 그 둘과 비교해 어떤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 것이다. 적어도 퀴비가 진정 숏폼 컨텐츠를 만들었다면, 혹은 MZ 세대의 취향을 고려했다면, 6개월만에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세대학교 중어중문 윤지영
12judy@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