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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중고나라...? 는 이제 먼나라 얘기?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9기 이정운


저... 당근이세요?


  입던 옷부터 유재석의 시간까지, 몇 번의 클릭만으로 동네 사람들의 물건을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전체 스마트폰 사용 인구의 1/4, 무려 약 1,000만 명이 스마트폰을 통한 중고거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중고거래 서비스가 모바일화 되면서 보다 직관적인 UI가 구축되고 사기 피해가 최소화되는 기능적 요소가 추가되었기 때문인데, 그 중심에는 단연 당근마켓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에 '동네 직거래'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 새로운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작년 한 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쿠팡에 이어 전체 전자상거래 카테고리에서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는 '당근하다'라는 신조어가 모두에게 통용되는 대중적인 언어로 자리매김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수많은 벽돌을 선물해준 중고거래의 대명사였던 중고나라는 그동안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중고 없는 중고나라


 2020년 코로나 19 시대를 맞아 대규모 중고거래 신규 이용자 유입이 이루어졌고, 전반적인 물품거래 활성화에 영향을 끼쳤다. 이는 중고나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작년 2월~6월 내에만 신규 회원이 약 55만 명 증가했고 그중 40대 이상의 신규 가입자가 기존 대비 50% 이상 증가해 연령층의 확대 또한 발생했다. 작년 8월 1000억 원 규모의 인수가 이루어지는 등 제2의 도약이 점쳐지기도 했다. (주)중고나라 측에서도 2019년 대비 거래액의 증가를 내세워 죽지 않고 잘 살아있다는 적극적 홍보의 움직임을 가져갔다. 

출처 : (주)중고나라 공식 블로그

 그러나 해당 그래프의 품목을 보면 무언가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분기별로 거래액 증가에 영향을 끼친 카테고리들을 살펴보면 마스크, 스타벅스 신 굿즈 등이다. 이는 쓰던 물품을 거래하는 중고 거래보다 한정된 품목을 빠르게 구매해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리셀'과 업체 차원에서 운영하는 '장사'의 성격을 띠는 판매 게시물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일일 상품 등록건수가 약 39만 건에 육박한다고 하지만 이 중 미개봉 새 제품 혹은 개인이 아닌 업체에서 등록한 도배글이 대다수임이 확인된다. 중고나라에서 순수한 중고거래 물품을 찾는 것이 오히려 힘들어진 실정이다.




중고나라는 돈을 벌고 싶었다


 중고나라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선구자였다. 장을 벌려 사람들을 모았고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해 방문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 그렇지만 방문자가 수익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1) 거래 수수료 부과, 2) 커뮤니티 접근 수수료 부과, 3) 큐레이션 강화 수수료 부과, 4) 접근성 강화에 따른 수수료 부과. 중고나라는 이 중 4번째를 선택했다. 일반 사용자가 아닌 업체들의 도배글로 이미 고통받고 있던 상황에서 비등록 업자를 단속한다고 하며 오히려 협력사를 모집했다. 제휴비를 내면 합법적으로 게시물을 도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열심히 활동하는 순수한 일반 사용자 계정을 업자로 의심해 '영구정지 및 이용내역 삭제' 처분을 내리는 일도 허다하다. 게다가 이를 분명히 의식하고 있는지 문의 전용 카페를 폐쇄해 여론화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출처 : 중고나라 카페

중고나라는 이제는 하나의 기업체의 입장에서 당연히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바람직한 거버넌스(good governance)'의 3가지 기본 규칙을 위반했다. 1)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에게 언제나 가치를 제공하라 2) 자기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우위를 이용하지 말라 3) 타당한 정도 이상의 부를 취하지 마라. 중고나라는 1번 규칙과 2번 규칙을 어겼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참여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그 의의가 존재한다. 거버넌스는 그 안의 일종의 규칙이다. 중고나라의 규칙은 불공평하고 불합리적이었다. 도배를 묵인하고 허락하는 한 공정한 플랫폼이 될 수는 없다. 



사용자를 방해해서는 안된다.


 중고나라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고 사기 방지를 위해 더치트 등의 다양한 서비스 및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변화와 시도는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라는 다소 불편한 시스템 속에서도 그동안 훌륭하게 사람들을 모았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중고나라는 망한 플랫폼이다. 


 당근마켓 또한 '접근성 강화에 따른 수수료 부과'방식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광고비를 내면 상단 노출을 시켜주거나 노출 빈도를 늘려준다. 다만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 자체적인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이런 정책을 도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네이버에서 자체적으로 당근마켓과 같은 수수료 부과 정책을 펼친다면 이것이 가능하겠지만 네이버는 절대 그런 방식을 도입하지 않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 뻔하지만 그것이 플랫폼 운영에 장기적으로 방해가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용자를 방해하는 규칙은 바람직한 거버넌스가 될 수 없다. 네이버와 당근마켓은 그걸 알고 있고, 중고나라는 모르고 있는 듯하다. 플랫폼이 흥하고 망하는 것은 바로 그것을 아느냐에 달려있다.




연세대 경영 이정운

cloud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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