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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블록체인으로 그리는 미래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8기 여석원


일명 카카오 코인, 클레이튼의 시총 9조원 돌파 


클레이튼의 시세 변동 추이 (출처:코인원)

2주전,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 X에서 발행한 가상 화폐인 클레이튼의 시가 총액이 공개된 지 2년만에 9조를 돌파하였다. 현재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40조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수치이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비트코인의 상승장과 카카오라는 국내 대기업이 발행했다는 사실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려, 클레이튼의 가격은 올해에만 900% 이상 올랐다. 그렇다면 카카오는 왜 그라운드 X를 설립했으며, 클레이튼이라는 코인을 발행하게 된 것일까? 기업이 움직이는 목적은 당연히 새로운 수익의 창출이겠지만, 이 물음의 답에는 훨씬 더 복잡한 카카오의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블록체인 그게 뭔데?


블록체인 시스템 하의 은행 거래 (출처: SW 중심사회)

우선 위 물음에 대한 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이란 분산 컴퓨팅 기술 기반의 데이터 위변조 방지 기술이다. 즉, 해당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가 그 네트워크에서 일어난 모든 상호작용에 대한 데이터를 분산해서 개개인의 장부에 저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개개인의 장부를 ‘블록’이라고 부르고 그 블록들이 ‘체인’의 형태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쉬운 이해를 위해서 하나의 예시를 들어 보겠다. 기존의 은행 시스템에서는 고객들의 모든 거래 데이터를 은행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송금을 하려면 은행을 거칠 수 밖에 없다. 은행에서 그 거래에 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증명해줘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하에서는 더 이상 은행이 필요 없다. 고객들 간의 거래가 일어나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들이 해당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분산해서 저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데이터 저장 방식의 최대 장점은 위조 및 변조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은행 하나만 해킹하면 거래 내역을 조작할 수 있었지만, 블록체인 기술 하에서는 그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사용자의 컴퓨터를 동시에 해킹해야 거래 내역을 조작할 수 있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은행 거래뿐만 아니라 의료 데이터의 기록, 지적 재산권의 투명한 관리와 분산화된 소유 등에 이미 블록체인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카카오가 꿈 꾸는 블록체인 세상: Building the next Internet by Blockchain 


2019년 한 해 데이터 유출로 인한 피해 규모 (출처:IBM)

인터넷의 등장은 분명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다. 하나의 단일 네트워크로 전세계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익명성으로 인한 가짜 뉴스와 악성 댓글 등의 문제가 대두되었고, 데이터가 중앙에 저장되는 방식으로 인하여 데이터 유출과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겨났다. 카카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 블록체인을 선택하였다. 블록체인에서는 모든 데이터가 분산되어 저장되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개개인이 가진 본인의 모든 데이터가 자산으로 인정 받는 데이터 경제 시대에서 카카오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의 인터넷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리하여 카카오는 자신들이 그리는 이런 청사진의 선봉장으로 그라운드 X를 설립하였다. 



그라운드 X: 카카오의 블록체인 선봉장


그라운드 X의 로고 (출처:그라운드 X)

카카오가 그리는 미래에서 그라운드 X가 맡게 될 역할은 간단하다. 바로 세상의 모든 디지털 자산이 유통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그라운드 X는 3가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1.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과 도구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그라운드 X는 클레이튼이라는 블록체인을 발행하고,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블록체인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API 서비스인 KAS를 내놓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 모든 종류의 디지털 자산을 수용하겠다.

단순히 클레이튼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디지털 자산(분산화된 그림의 소유권 등)이 그라운드 X의 플랫폼에서 거래되게 하기 위해 펼치는 정책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이를 위해 Klip이라는 디지털 자산 지갑을 출시한 상태이다. 


3. 타 블록체인 플랫폼과 상호 운영성을 가지려 한다.

이는 이미 이더리움이라는 대형 블록체인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후발주자인 그라운드 X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정책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그리는 미래는 과연 올까? 


카카오의 이러한 움직임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일단, 이더리움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블록체인 플랫폼이 세계 시장에 없다. 따라서 패스트 팔로워로서 그라운드 X가 지금과 같이 좋은 행보를 지속할 수 있다면 전세계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확률이 결코 낮지 않다.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초기에 시장을 점유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라운드 X는 분명 다른 회사들보다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또,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자체가 이미 카카오가 가진 자산들과의 연계성이 좋다. 카카오는 이미 음악(로엔), 웹툰(카카오 페이지), 게임(카카오게임즈) 등 다양한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지적재산권의 투명한 관리와 분산화된 소유 등에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라운드 X는 블록체인하기 좋은 지적 재산권을 가지지 못한 기업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있다. 하지만 이러한 그라운드 X에도 여전히 위협 요소들이 존재한다. 첫째, 블록체인이라는 플랫폼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해당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거래의 매개가 되는 가상화폐의 존재가 필수적인데,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의 움직임을 보이려는 (혹은 이미 보인) 국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2017년부터 가상화폐의 발행과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고 얼마 전 인도 또한 같은 결정을 내렸다. 둘째, 블록체인기술 자체에 대한 의문이다. 블록체인은 분명 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지만 이미 비슷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들도 존재하고, 블록체인보다 더 효율적으로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즉, 기존 인터넷이 가진 문제들(데이터 유출, 가짜 뉴스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은 반드시 등장하겠지만 그 주인공이 블록체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라운드 X의 행보를 응원하고 싶다. 인터넷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발빠르게 움직여서 세계적인 기업이 된 국내 기업은 없었다. 하지만 그라운드 X가 존재하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물론 블록체인이 과연 새로운 시대의 인터넷이 될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 상황이지만, 필자는 그런 미래가 온다면 한국의 기업이 전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여석원

ysw110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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