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윤가원
1월 25일,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M이 카카오의 또 다른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지와의 합병하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새롭게 출발했다. 카카오M은 음원/음반 유통, 음악콘텐츠 투자/제작, 연예 매니지먼트, 영상콘텐츠 제작/유통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고, 카카오페이지는 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드라마, 영화 등을 연재 및 판매하는 서비스로, 앱 다운로드 횟수는 1500만을 훌쩍 넘겨, 상당한 규모의 국내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하였다.
이 두 기업은 카카오 계열사 내에서도 높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각 매출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카카오 자회사 간의 대규모 합병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 둘이 합병하게 된다면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연매출 1조원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공룡 기업이 된다. 이런 둘이 합병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 둘의 합병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합병을 통해 양사는 엔터 콘텐츠 사업 내 파트너들과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고, 관련 데이터를 연속적인 과정에서 수집하여 벨류체인 장악력과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이중에서도 특히, 원천 IP 확보를 통한 컨텐츠 생산 증대에 집중하여 이들의 합병을 바라보고자 한다. IP는 컨텐츠 생산에 있어서, 생각보다 지대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IP는 다양한 컨텐츠로의 변형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원천 IP만 확보하고 있어도 생산해낼 수 있는 컨텐츠는 무수히 많아진다. 마블(Marvel)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마블은 원작 만화인 마블 코믹스라는 원천 IP로부터, 마블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영화들을 비롯해 피규어, 굿즈, 게임을 넘어서 최근에는 성장한 OTT 시장에 맞게 자체제작 드라마까지 생산해내고 있다.
여기서 IP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IP는 지식재산권(지적재산권이라 불리기도 한다.)으로, 표현물이나 발명품 등 '지식재산'에 대한 폭넓은 권리를 말한다. IP를 보유한 사람의 허가 없이는 작품 자체를 비롯해 작품의 제목, 캐릭터, 음악 등을 일체 사용할 수 없다.
이런 IP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알아본 일부 기업들은 IP를 확보하기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SM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SM C&C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제작과 IP 확보에 나섰다. 소속 연예인과 피디를 통해 직접 컨텐츠를 기획하고 촬영·편집한 자체제작 컨텐츠들을 일찍부터 OTT를 통해 공급하고, 일부는 동시에 TV에 송출하며 자신이 확보한 아티스트라는 IP를 통해 새로운 IP를 생산해내는 활동을 이어갔다. 'NCT 라이프' 론칭 이후 '슈주리턴즈', '엑소의 사다리타고 세계여행'을 비롯한 29개의 오리지널 IP를 확보했다.
이렇게 보면, IP 확보의 중요성은 이전부터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긴 했다. 그러나 SM의 행보가 '발빠른' 움직임이었다고 하는 이유는, 최근 들어 IP의 중요성이 더욱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 IP가 더욱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1) IP가 주는 컨텐츠의 독창성
첫 번째 이유로는, 오리지널 IP를 통해 콘텐츠의 독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시청자 확보를 위해 인기와 화제성을 몰고 올 수 있는 단발성 IP를 활용해도 충분히 흥행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러나 OTT 시장이 발달하고, 콘텐츠의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그만큼 콘텐츠 공급량이 늘어면서 콘텐츠 간의 차별성과 다양성은 떨어지게 되었다. 이전처럼 단순한 단발성 IP로는 흥행이 보장되기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이에 제작자들은 콘텐츠의 참신성과 화제성을 위해 점차 흥행이 보증된 인기 IP를 활용하게 되었다.
인기 IP라 하면, 대표적으로 웹툰과 웹소설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하는 드라마나 영화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물론 각색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이 생기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인기 있던 웹툰이 각색되어 나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제목을 한번이라도 들어보도록 홍보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에 웹툰이나 웹소설을 좋아하던 독자들을 시청자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인기 IP를 활용한다면 팬층을 확보할 수 있고, 시즌제 드라마로의 제작 가능성도 커진다. 나아가 드라마나 영화 이외의 다양한 형태로도 콘텐츠의 제작이 가능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또, 오리지널 IP를 활용하면 기존에 흥행을 확인 받은 탄탄한 스토리라인으로 빠르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어, 보다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2) 다양한 콘텐츠에 익숙해진 시청자
두 번째 이유는, OTT 시장의 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TV가 아닌 다른 채널로 콘텐츠를 접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사람들은 여러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이 쉬워졌다. 이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콘텐츠의 독창성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TV가 아니어도 직접 만든 콘텐츠를 보여줄 창구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꼭 모두가 좋아할만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제작한 콘텐츠는 무조건 볼 매니아층을 공략해서 시청자를 확보하는 것도 가능해졌다는 얘기이다. 특히, 원형 IP를 확보한 상태라면 굿즈 등의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매니아층에게 어필하여 부가적인 수입 역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웹툰과 웹드라마 시장의 성장세는 사람들이 다양한 콘텐츠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음과 동시에, IP를 활용해 만들어낸 여러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웹소설 IP를 통해 웹툰을 만들고, 이 웹툰 IP를 통해 또 웹드라마를 만드는 형태가 앞으로는 더욱 자연스러워질 것이라는 얘기이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역시 이러한 콘텐츠 시장의 흐름에 따라, 카카오페이지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원천 IP를 확보하고, 기존 카카오M이 가지고 있던 영화 제작, 드라마 제작과 같은 콘텐츠 제작 기술을 활용하여 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들을 제작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IP의 중요성은 점점 증가할 것이다. IP를 활용한 콘텐츠들의 시장 내 점유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가 막강한 원천 IP들로 독특한 콘텐츠들을 여럿 제작한다면, 넷플릭스처럼 콘텐츠 시장을 바꿔놓는 또 하나의 흐름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다만, 원천 IP가 충분히 흥행을 이끌어낼 만큼의 퀄리티여야 하고, 동시에 다른 콘텐츠로 변형하여 제작할 때의 기술력 역시 다른 기업에 대해 경쟁력을 가질 정도의 수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기본적으로 갖춘다면,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가 콘텐츠 시장을 쿵쿵 밟고 다니는 공룡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연세대 경영 윤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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