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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K 뮤지컬컴퍼니, 황금별을 찾길 원한다면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8기 이민희


뮤지컬은 마니아층을 위한 문화다? No!


   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는 휘청이고 있다. 여느 공연 산업과 마찬가지로 뮤지컬 업계도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 해 예상치 못한 적자를 기록하며 엄청난 피해를 겪었다. 다만 이 사태가 1년이 훌쩍 넘게 지속되며 뮤지컬 업계도 최선을 다해 코로나에 대항하고 있다. 철저한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른 좌석 규정, 문진표 작성 등의 수칙을 준수하며 뮤지컬 시장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 듯 보인다.

   실제로 지난 주 위키드 공연을 보러 블루스퀘어에 찾았을 때, 당일 회차는 전석 매진이었고 공연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매우 붐비고 있었다. 사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기 전까지 한국 뮤지컬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 추이를 보였으며, 특히 2019년도의 국내 뮤지컬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을 배제하고 2019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The Musical, 현재 휴간 중)에 따르면 국내 전체 공연시장 규모는 약 8000억 원, 그중 뮤지컬 시장은 약 3800억 원대까지 성장했다. 직관적인 숫자로 규모를 느껴보니 뮤지컬을 더 이상 마니아층만을 위한 문화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국내 뮤지컬 시장을 선도하는 제작사들


   이렇듯 이제 뮤지컬은 한국에서도 견고한 대중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국내 뮤지컬 산업은 어떤 방식으로 굴러가고 있을까? 수많은 콘텐츠 산업이 그렇겠지만 그중에서도 뮤지컬은 ‘제작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산업일 것이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제작사란 한 작품의 흥행을 좌우하는 거대한 손이며, 극소수의 제작사가 시장 전체를 주도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 제작사를 몇 개 소개해보자면 1) ‘레베카’,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의 화려한 유명 뮤지컬로 대표되는 EMK 뮤지컬컴퍼니, 2)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드라큘라’ 등 눈부신 캐스팅과 볼거리의 OD컴퍼니, 3) ‘맘마미아’, ‘아이다’, ‘마틸다’ 등 대중적인 작품으로 국내 뮤지컬의 역사를 함께해온 신시컴퍼니 등이 있다. 이외에도 알앤디웍스, 쇼노트 등 다른 제작사들도 있지만, 이를 포함하여 국내 뮤지컬 제작사를 다 더해도 열 손가락으로 전부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극히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국내 대표 뮤지컬 제작사인 EMK 뮤지컬컴퍼니, OD컴퍼니, 신시컴퍼니



뮤지컬의 중심 브로드웨이를 바라보며


   전세계 뮤지컬 업계를 리딩하고 있는 곳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미국이다. 브로드웨이 리그(The Broadway League)에 따르면 브로드웨이 2019년 뮤지컬 시장은 한화로 약 2조 2400억 원 규모이고, 관객 수도 1400만 명에 달했다. 한국의 뮤지컬 시장도 점점 성장하는 추세이지만, 미국에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제작사의 권력이 막강하게 작용하는 국내 뮤지컬 특성에 비추어, 브로드웨이와 한국의 뮤지컬 제작사는 각각 어떤 특성을 가지며 한국 뮤지컬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제작사가 취해야 할 액션은 무엇이 있을지 이야기해보고 싶다.


브로드웨이의 모습 [출처: Town & Country]



디즈니 프로덕션과 EMK 뮤지컬컴퍼니


디즈니 공연프로덕션과 EMK 뮤지컬컴퍼니


   한국과 비교하여 브로드웨이는 소수의 대형 제작사가 시장을 독점하는 특성이 약하긴 하지만, 그 속에서도 뮤지컬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제작사가 있다. 영화, 미디어, 테마파크, OTT 등 수많은 영역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디즈니이다. ‘디즈니가 뮤지컬도 했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1993년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자회사인 월트 디즈니 공연프로덕션(DTP; Disney Theatrical Productions, 이하 디즈니 프로덕션)이 설립된 후 1994년부터 뮤지컬 산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알라딘’, ‘인어공주,’ ‘겨울왕국’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하는 뮤지컬이 있고, 애니메이션 원작이 아닌 새로운 작품으로는 ‘아이다’ 등이 있다.

   디즈니 급의 규모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나름 굳건한 입지를 다지며 수많은 관객들을 모으고 있는 대형 제작사에는 EMK 뮤지컬컴퍼니가 있다. EMK 뮤지컬컴퍼니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대형 스케일의 무대와 스타 캐스팅이라는 전략으로 국내에서 빠른 시간 안에 매우 큰 인기를 얻었다. 영미 뮤지컬 위주였던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유럽 뮤지컬을 스몰 라이선스(대본, 음악 외 요소를 현지에 맞게 수정하는 공연 제작 형태)로 한국에 맞게 올리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레베카’, ‘모차르트’, ‘엘리자벳’, ‘팬텀’, ‘마타하리’, ‘웃는남자’ 등이 있다.


디즈니 프로덕션과 EMK 뮤지컬컴퍼니의 라인업



디즈니 프로덕션과 EMK 뮤지컬컴퍼니, 무엇이 다를까?


   1) 창작과 수입의 갈림길 사이에서

   앞서 살펴본 두 제작사의 대표 작품을 보면, 디즈니 프로덕션의 작품은 모두 자체적으로 창작한 오리지널 뮤지컬이다. 애니메이션 원작의 작품이 많지만 이 또한 디즈니 소유의 창작물로써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반면 EMK 뮤지컬컴퍼니는 창작 뮤지컬보다는 원 제작자와 계약을 맺은 후 수입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의 비중이 훨씬 높다. 10여 년간 EMK 뮤지컬컴퍼니가 올린 13개 작품 중 라이선스 뮤지컬이 9개, 창작 뮤지컬은 4개로 라이선스 뮤지컬의 수가 2배 이상 많다.

   뮤지컬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의 디즈니 프로덕션과는 어쩔 수 없는 차이점이겠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제작사인 EMK 뮤지컬컴퍼니도 창작보다는 여전히 라이선스 수입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해외 뮤지컬 수입만으로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기업 성장이 어렵다. 뮤지컬 제작사로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공연장과 관객으로 한계가 뚜렷한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해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 재생산과 흥행 모두를 잡기 위해서

   디즈니 프로덕션이 가진 큰 강점은 디즈니 소유의 애니메이션 저작권이다. 이들은 소위 지적 재산(IP)이라고 부르는 많은 애니메이션 원작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이들을 바로 뮤지컬화할 수 있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을 영화로 만들고 영화에서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기도 하고, 이를 디즈니랜드 등에서 팔 수도 있고 OTT로 유통할 수도 있다. 하지만 EMK 뮤지컬컴퍼니는 아직 다양한 계열사를 둘 정도의 규모는 아니기에 재생산을 통한 수익 창출을 꾀하기 어렵다. 

   한 작품을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제작비용이 매우 높은 뮤지컬의 특성 상, 해당 작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디즈니 프로덕션은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끌어 흥행이 보장된 작품을 선택해 뮤지컬화 할 수 있다. 실제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의 ‘라이온 킹’은 전세계 뮤지컬 중 매출액 1위를 기록했으며, 2위인 ‘오페라의 유령’보다 약 20억 달러 높은 82.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EMK 뮤지컬컴퍼니는 어떠한 작품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미리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 유명 뮤지컬을 수입하거나 안정적으로 티켓 파워를 가져왔던 뮤지컬을 다시 올리는 경향이 높다.



EMK 뮤지컬컴퍼니, 그 눈을 떠!


   이러한 비교를 바탕으로, 앞으로 EMK 뮤지컬컴퍼니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뮤지컬 업계에서의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취해야 할 액션에는 무엇이 있을지 살펴보겠다.


   1) 창작의 힘을 기르자

   대형 제작사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창작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해외 뮤지컬 수입과 라이선스 뮤지컬에 대한 의존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창출이 어렵다. 또한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 한국에서는 대중들의 정서에 맞지 않아 국내 시장 겨냥 마저 실패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이에 디즈니 프로덕션처럼 다양한 창작 콘텐츠를 생산해내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창작의 힘에 대한 신뢰와 투자일 것이다. EMK 뮤지컬컴퍼니의 경쟁력을 위해 창작 뮤지컬의 확보는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하며, EMK만의 개성 있는 오리지널 뮤지컬을 제작하기 위해 예술가 육성과 교육에 힘써야 한다. 다만 희망이 보이는 것은 EMK 뮤지컬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웃는남자’가 초연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상을 휩쓰는 등 매우 큰 인기를 얻었고, 일본 수출에도 성공한 바 있다는 것이다. 2023년 ‘베토벤’이라는 또 다른 창작 뮤지컬을 제작 중인 EMK가 지속적으로 성공적인 창작 뮤지컬을 만들며 입지를 다지고, 곧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도 견줄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2) 자회사 내에서 파생되는 지속적인 수익을 꾀하자

   사실 계열사 확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앞으로 EMK 뮤지컬컴퍼니가 몸집을 키워 계속해서 새로운 시장을 노린다고 했을 때 매우 중요하다. 국내 뮤지컬 산업은 몇 개월 간 준비 기간을 거쳐, 이후 예정된 몇 개월의 기간 동안 공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한정된 공연장의 대관 문제와 인력 문제 등으로 인해 뮤지컬 제작사는 정해진 기간 안에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과 항상 함께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제작사들이 수익성이 보장되는 라이선스 뮤지컬이나 이전에 올렸던 뮤지컬 위주로 개막하는 것이다.

   디즈니 프로덕션처럼 여러 개의 자회사를 가지게 된다면 어떠할까? EMK 뮤지컬컴퍼니는 뮤지컬로 시작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기업으로서 충분히 견고해진 이후 뮤지컬 산업에 뛰어든 디즈니와는 조금 다르긴 하다. 하지만 뮤지컬을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할 수 있는 서비스, 뮤지컬 굿즈를 판매하는 플랫폼, 혹은 뮤지컬 작품을 영화로 재생산 하는 회사 등 다양한 계열사가 생긴다면 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적 수익 창출은 또 다시 뮤지컬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유도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퀄리티 높은 뮤지컬을 새로이 창작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 이러한 구조를 기반으로 EMK 뮤지컬컴퍼니는 뮤지컬이라는 단일 장르를 넘어 종합적인 문화 콘텐츠를 선도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MK 뮤지컬 '웃는남자'의 장면들 [출처: 연합뉴스]


   꼭 뮤지컬 팬이 아니더라도 미국이나 영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뮤지컬을 보러 가는 것처럼, 한국의 뮤지컬 시장도 더욱 성장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날이 오길 바라는 바이다. EMK 뮤지컬 ‘모차르트’의 넘버 황금별의 가사를 빌려 글을 마무리해보자면, EMK 뮤지컬컴퍼니가 한국 뮤지컬의 세계 진출에 앞장서서 “높은 성벽을 넘어 황금별을 찾길, 날아오르길” 기도한다!



연세대 불어불문 이민희

2mini031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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