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0기 최지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P2P 방식을 기반으로 생성된 체인 형태의 연결고리 기반 데이터 저장 환경에 분산 처리하는 신개념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즉, 데이터를 여러 대의 컴퓨터에 동시에 저장하는 기술로, 모든 데이터의 거래내역이 투명하게 여러 대의 컴퓨터에 기록되기 때문에 안전하고 투명한 데이터 관리가 가능하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의 약자 NFT는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자산이다. NFT는 디지털 자산을 토큰화하여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기 때문에 상호 교환이 불가능하며, 블록체인 상에 모든 거래 내역이 기록돼 자산의 소유권과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혁신 기술을 미술시장에 적용시킨 기업이 있다. 국내 미술품 투자 플랫폼의 대표주자 테사(TESSA)는 ‘디지털 분할 소유권’을 통해 누구나 원하는 만큼 안전하게 미술품 재테크를 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테사(TESSA)는 해외 경매장에서 작품의 실물을 매입하고 작품의 소유권을 분할하여 대중들에게 판매한다. 즉, 작품 소유권을 분할 판매하기 때문에 최소 거래 금액인 천 원만으로도 거액의 예술계 거장의 작품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하나의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나눠가지게 되며, 테사(TESSA)는 각 투자자들에게 지분에 상응하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을 발급해준다. 투자자들은 소유권을 사고팔며 자유롭게 거래할 수도 있는데, 이때 토큰 전송내역이 블록체인 상에 투명하게 기록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자신이 작품의 실물을 보유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소유권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도를 보장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미술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기업 테사(TESSA), 만일 해외로 진출하게 된다면 어느 국가가 적합할지, 또 성공적인 진출전략은 무엇일지 살펴보았다.
지난 10년간 미술시장의 판도는 큰 파도를 맞이하였다. 세계적인 경매 회사 크리스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미술품 경매 매출이 35억 달러를 기록하였으며,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이었던 2019년 상반기에 비해 13% 늘어난 규모이자 2015년 이후 최근 6년이래 가장 높은 금액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던 미술시장이 다시금 호황기를 맞이한 것이다. 크리스티는 올해 미술 경매시장의 호황기를 이끈 주축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을 손꼽았다. 아시아 미술시장은 올해 상반기 총 경매 매출의 39%를 차지하며 급속도로 성장하는 추세를 보였고, 그 중심에는 상당한 구매력을 자랑하는 ‘큰손’ 국가, 중국이 있다. 2006년만 해도 세계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5%에 불과한 점유율을 보여주던 중국은 2016년 34%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였고, 현재는 미술품 거래시장 규모 20조 원을 기록하며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미술시장에 올라서 있다.
중국 미술시장의 역사는 몇백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서양 미술시장과는 달리 4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중국이 세계 1위 미술시장에 오를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미술시장은 문화대혁명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1976년 마오쩌둥의 죽음과 동시에 당시 예술가들의 억압받던 예술적 본능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들은 시대적인 억압과 고통, 그리고 이로부터 해방하려는 그들의 자유의지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예술 양식은 '혁명 예술'로 불리면서 분류되고 있다. '혁명 예술'은 중국 현대미술의 4대 거장인 팡리준, 쟝샤오강, 쩡판즈, 유에민쥔을 낳기도 하였다. 역사적으로 정치적인 규제와 억압 등의 거듭된 고비를 거친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기점으로 뒤늦게 미술시장이 활성화되었고, 이는 중국인의 예술적 본능을 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이 시장 경제 체제로 전환한 1990년대, 중국 미술시장은 또 한 번의 중요한 전환점은 맞이했다. 이 시기에는 차이나가디언과 같은 중국 국내 경매사가 등장 속속히 등장하였는데, 이들은 국가의 엄격한 시장 경제 규율에 따라 경매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3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차이나가디언과 같은 중국 경매사들의 거래량은 전 세계 3, 4위에 오르며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여주었다.
'큰손' 국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중국은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놀라운 구매력을 보여주었다. 중국에는 인구가 많은 만큼 억만장자도 셀 수 없이 많으며, 그들의 경제력 규모는 상상 그 이상이다. '2021 중국 개인 부자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투자자산(총자산에서 거주용 부동산과 당장 현금화가 어려운 자산을 제외한 금액) 1000만 위안(약 17억5100만원) 이상 자산가는 262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자산 총액은 무려 84조 위안(약 1경4711조원)에 달한다. 자산가 규모 역시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2012년 이래로 꾸준히 자산가 규모가 늘고 있고, 올해 말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의 경제적 규모가 확대되고, 엄청난 자산 규모를 자랑하는 '큰손'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세계 미술시장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 또한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트테크(Art+Tech)가 뜨고 있다. 아트와 재테크가 합쳐진 아트테크는 예술품을 관람을 넘어 수익창출이 가능한 투자상품으로 보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부유층에게만 국한되어 있었던 미술투자가 대중들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코로나19로 미술관과 갤러리는 문을 닫았고, 미술시장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 점차 확대되었다. 사람들은 온라인 전시를 즐기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사고파는 등의 거래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포함한 IT기술의 발달은 테사(TESSA)와 같이 미술품의 소유권을 '분할 구매' 하는 신개념 투자 방식을 가능하게 했고, 이는 미술투자의 진입 장벽을 낮춰 많은 대중들의 참여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세계적인 아트테크 붐, 과연 중국에서는 어떨까? 중국도 세계 미술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과거에 비해 해외 온라인 미술 플랫폼을 활용해 미술품에 투자하는 컬렉터들이 많이 생겨나긴 했지만, 중국의 온라인 미술시장의 발전 속도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편에 속한다. 이는 중국 미술 투자자들의 투자성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의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부문을 차지하는 것은 서화와 도자기 같은 고미술품 부문으로, 고미술품의 거래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컨템포러리 아트에 비해 훨씬 크다. 고미술품의 경우, 작품 실물의 상태가 매우 중요할뿐더러, 정밀하고 복잡한 과정을 수반하는 감정과 고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온라인 미술시장의 발전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미술시장이 점차 온라인으로 확장해나가고 있고, 중국 역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컨템포러리 아트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인지도 및 안전한 투자상품으로써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미술시장에서의 아트테크 미래 전망은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중국 온라인 미술시장의 발전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중국에서 테사(TESSA)와 같은 아트테크 플랫폼이 아직까지 블루오션 아이템임을 입증하기도 한다.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라
아트테크 붐의 중심에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가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만족을 극대화하는 '취향 소비'를 추구하고, 디지털 소비에 매우 익숙하다는 특징이 있다. 적은 금액으로도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의 작품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수익 창출까지 가능한 아트테크의 메리트는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주관사인 아트바젤과 후원사 UBS가 펴낸 "2021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국, 홍콩 등 10개국 고액 자산가 컬렉터 2569명 중 52%가 밀레니얼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미술투자 열풍은 뜨거우며, 중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와 X세대(1965~1980년생) 미술 컬렉터의 경우 고미술품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미술 투자 성향은 이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의 컬렉터들은 서양에서 교육을 받은 경우가 많고, 서양의 컨템포러리 아트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부를 축적한 30대 젊은 층의 경우 전통적인 투자 상품보다는 신흥 상품 및 이색 투자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컨템포러리 아트 작품을 주로 판매하는 테사(TESSA)의 가장 적합한 중국 타겟층은 밀레니얼 세대일 것이다.
중국 소비자 취향에 맞게 현지화하라
최근 중국 MZ(밀레니얼+Z) 세대를 중심으로 애국 소비 '궈차오'가 열풍이다. '궈차오'란 자국 브랜드 소비를 선호하는 트렌드로, 단순 제품을 넘어 문화, 일상생활, 취미생활까지 범위가 넓게 적용된다. 테사(TESSA)에서 중국 밀레니얼 세대를 더 잘 공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소비 취향에 맞게 서비스를 현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국의 현대미술은 전 세계 미술시장에 '황색 돌풍'을 일으킬 만큼 놀라운 영향력을 자랑한다. 이를테면 중국 작가 치바이스(1864~1957)의 작품의 총거래액이 3억 19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거장 앤디 워홀(1928~1897)을 제치고 전 세계 인기 작가 2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테사(TESSA)에서 서양 컨템포러리 아트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현대미술품을 사들여 투자상품으로 오픈한다면 애국 소비 성향이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니즈를 더 잘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컨템포러리 아트에 대한 관심도 및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서화와 도자기 같은 고미술품이 중국 미술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고미술품은 실물의 상태가 매우 중요하고, 정밀한 감정과 고증의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테사(TESSA)는 작품의 실물을 매입하여 직접 보관하고, 작품의 소유권을 대중들에게 '디지털 분할 소유권'의 형태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기업이 고미술품의 정밀한 감정과 고증 과정 및 품질 관리까지 직접 담당할 수 있다는 잠재력이 돋보인다. 더불어, 테사(TESSA)에서 매입한 고미술품을 갤러리 혹은 전시장에 대여해주고 얻은 렌탈비로 고미술품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가 가능하다면,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 말고도 X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미술 컬렉터까지 유입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다.
"나 어제 앤디 워홀 작품 샀어"가 더 이상 터무늬 없는 소리가 아닌 시대에 도래했다. 유난히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은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지를 특히나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문화를 가진 중국에서, 적은 금액으로 예술 거장의 작품 소유권을 구매할 수 있고, 또 돈까지 벌 수 있는 테사(TESSA)는 꿩도 먹고 알도 먹는 그야말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이 가능한 투자 플랫폼으로서 포지셔닝(Positioning)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연세대 문화디자인경영 최지원
jiyomi63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