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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매틱, 프리쿠라의 나라 일본으로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0기 박리아


집콕 대신 차콕의 시대가 온다.

포토매틱에서 촬영한 사진 (출처: 포토매틱 홈페이지)

  우리는 이제 이 사진을 보고도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촬영하기 위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용도의 리모컨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포토매틱은 2018년에 론칭한 국내 최초의 셀프 스튜디오이다.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본인이 스스로를 사진에 담을 때 가장 자연스럽다는 홍승현 포토매틱 대표의 생각은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MZ세대의 감성과 톱니바퀴처럼 딱 맞물렸다. 사진사 없는 사진관에서 사람들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어색해 하지 않으며, 눈치보지 않고 자신을 프레임에 담는다. 가로수길과 홍대에 스튜디오를 두고 전국 20개 이상의 포토부스를 입점시킨 포토매틱은 현재 스튜디오 예약이 어려울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리쿠라의 나라 일본으로


  부스에 들어가서 직접 찍는 사진, 이라고 하면 '스티커 사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스티커 사진의 원조 격인 프리쿠라(Print Club의 일본식 발음, 스티커 사진을 일컫는다.)의 나라 일본에서의 포토매틱은 어떨까?


  필자는 다음과 같은 근거로 일본 진출의 가능성을 보았다.




1. 셀프로 찍는 사진에 대한 익숙함


 프리쿠라기기 시장의 규모 추이 (출처: 東洋経済, 한국어로 번역)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프리쿠라의 인기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젊은층의 문화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프리쿠라는 2000년대 초반,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등장에 밀려 1990년대에 비해 시장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일본 어뮤즈먼트 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프리쿠라 기기 시장은 2008년 이후 현재까지 10년 이상 200억 엔 이상의 시장 규모를 유지하는 추이를 보이며 디지털 문화와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꾸준히 유지되는 시장 규모를 통해 알 수 있듯, 문화로 자리잡을 만큼 오랜 시간 동안 프리쿠라를 접한 일본인들은 해당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콘텐츠를 이용하는 상황맥락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의 이용자들은 부스에 들어가는 것, 제한 시간 동안 포즈를 취하는 것, 커튼으로 가려진 개인 공간에서 진행되는 것 등 이용 방식에도 익숙하다. 이처럼 프리쿠라와 포토매틱이 공유하는 유사성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낯설지 않음'은 신규 이용자의 심리적 허들을 대폭 낮춘다.




2. 새로이 나타나는 일본인들의 니즈

프리쿠라로 촬영한 사진 (출처: 트와이스 라인 라이브 캡쳐)

  유사한 이용 방식을 가졌지만, 프리쿠라와 포토매틱의 결과물은 완전히 다르다. 프리쿠라는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엄청난 보정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사진을 찍으면 기계에서 자동으로 인물의 얼굴을 인식하여 눈을 확대하고 턱을 줄인다. 이외에도 그림이나 글을 써넣거나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등의 편집 기능이 주 콘텐츠가 된다. 하지만 포토매틱은 '있는 그대로'와 아날로그를 지향한다. 과한 후보정을 배제하면서도 여러 번의 촬영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것이다. 최고로 끌어올린 사진의 화질 또한 차이점 중 하나다.



'증명사진프리' 유행을 알리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출처: 인스타그램 @ps20_official)

  그런데 최근 일본 내 기사에 따르면 일본의 MZ세대들 사이에서 프리쿠라가 아닌 즉석 증명사진 기계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증명사진프리(証明写真プリ)'의 유행이 시작되고 있다고 한다. 언론 라지토피(ラジトピ)에서 2021년 7월 이에 관해 10대 여학생들의 의견을 인터뷰 한 결과, "과한 보정을 거친 사진은 내가 아닌 것 같다", "가공되지 않은 레트로한 느낌을 원하게 되었다." 라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의 패션미디어가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포스트에서도 "보통의 프리쿠라는 이제 질렸다!하는 당신은 지금 유행하는 증명사진프리에 도전해봐", "보정 기능이 없는 만큼 감성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등의 문구로 증명사진프리의 유행을 알리고 있다.

  프리쿠라의 인위적인 보정이 일본의 감성과 맞아떨어져 오랜 시간동안 수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증명사진프리의 유행은 새로운 세대의 있는 그대로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비단 한국 MZ세대의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다만, 현재 이들이 촬영에 사용하는 증명사진 기계는 본래 규격을 갖춘 증명사진을 빠르게 촬영하기 위해 제작된 기계이기 때문에 사이즈 선택의 어려움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원하는 사이즈와 프레임으로, 더 감성적이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매틱이 이들의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다.




3. 현재 일본 시장의 상황

'한국에서 유행중', '한국에서 인기' 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들 (출처: 유튜브 검색 결과)

  앞서 언급한 MZ세대의 수요에 일본에도 셀프 스튜디오가 생겼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현재 그 수가 매우 적어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 해당 스튜디오 관련 콘텐츠에 하나같이 "한국에서 유행하는"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현재 일본 내 경쟁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블루오션 시에 제4차 한류열풍까지 이어지고 있는 지금, "오리지날"이 상륙할 완벽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일본에서 성장하려면


  포토매틱은 현재 가진 특성만으로도 일본의 MZ세대를 공략할 수 있다면 일본으로의 성공적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필자는 기존의 전략에 그치지 않고 일본 시장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1. 남녀 모두 즐길 수 있는 셀프 스튜디오

남성만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판 (출처: 日経クロステック)

  현재 일본에서 대부분의 프리쿠라 부스는 남성'만'의 출입은 금하는 것을 규칙으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규칙에 대하여 남성이 혼자 들어와 프리쿠라를 찍으러 온 여성을 도촬하는 등 프리쿠라 이용자를 성범죄의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있었으며, 이로 인해 고객 이탈이 일어나 시설 측면에서 매우 곤란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모든 부스에 이런 규칙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프리쿠라 산업이 대부분의 남성 고객은 타겟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포토매틱이 남녀 모두, 또한 남성만으로 이루어진 구성원도 이용할 수 있는 셀프 스튜디오라는 이미지를 준다면 기존의 프리쿠라 시장보다 더 넓은 고객층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이미지를 줄 수 있을까? 마케팅 측면에서는 기존 포토매틱의 방식 중 하나인 셀럽 혹은 특정 집단과의 콜라보를 활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 국군장병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협업처럼 남성 연예인, 남성 군인 등이 포토매틱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프리쿠라 부스와 포토매틱 부스의 입점 위치 간 차이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프리쿠라 부스는 1)게임 센터 내 특정 층/구역에 여러 대 배치, 2)프리쿠라 부스만 모여있는 가게에 배치, 의 형태로 나뉜다. 두 유형의 공통점은 한정된 공간에 여러 대의 부스가 밀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와 달리 포토매틱 부스는 입점 가게 내부 혹은 외부에 한 대씩 배치된다. 유동 인구가 많고 폐쇄되지 않은 곳에 딱 한 대씩 배치되는 것이다.

  현재 프리쿠라 부스와 관련하여 [주요 이용자가 여성인 프리쿠라 기계가 모여있음 -> 그 구역에 무조건 여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됨 -> 성범죄의 표적이 됨 -> 남성 출입 금지를 내걺 -> 주요 이용자가 여성임을 더 확실히 하게 되는 역효과] 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포토매틱은 기존 프리쿠라 부스와는 다른 위치적 특성, 그리고 남성 고객을 유저층으로 여김을 보여줌으로써 해당 악순환을 되풀이 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할 수 있다.




2. 만화 산업과의 콜라보

  

포토매틱 팝업 이벤트 예고 카드 뉴스 (출처: 포토매틱 홈페이지)

  콘텐츠의 왕국 일본에서 만화를 그냥 지나친다면 아쉽다. 현재 포토매틱은 한국에서 사진전, 패션레이블 등 업종과 분야에 구분을 두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의 콜라보를 보여주고 있는데, 일본에서 수없이 많이 진행되는 만화 관련 팝업스토어들과의 콜라보를 진행한다면 분명한 고객 파이를 가져올 수 있다. 일본에서 '만화'는 특정 소비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매우 대중적인 콘텐츠이며 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만화는 계속 생겨나고 변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전략을 통해 신규 이용자의 꾸준한 유입 뿐 아니라 장기 이용자로의 전환 또한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포토메틱에서 제공하는 프레임 중 하나 (출처: 포토매틱 홈페이지)


  포토매틱에서 제공하는 프레임 틀에 협업하는 만화에 걸맞는 테마를 제공하는 방식을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생산은 반드시 유효할 것이다. 또한, 이는 내가 좋아하는 만화를 통해 나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용자의 자아 표현을 돕고자 하는 포토매틱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최초'의 포토매틱, '최고'를 향하여


  모두가 생각했지만 아무도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실천에 옮긴 포토매틱이 최초가 될 수 있었다는 홍승현 대표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혁신의 시작이자 완성은 '실행'이라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서 공감하고 감동했다. 포토매틱의 콘텐츠 뿐만 아니라 그 시작에 담긴 정신이 한국을 넘어 일본, 그리고 세계에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연세대 경영 박리아

riapar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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