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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스페이스클라우드 타고 구름 위로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임수연


스페이스클라우드,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


  “공간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에게 공간을 돌려주겠다.” 이 한 문장이 스페이스클라우드에 숨을 불어넣었다. 스페이스클라우드(SpaceCloud)는 2014년에 창립된 공간 공유 플랫폼으로, 공간 소유자와 공간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공간 오픈마켓이다. 아래 사진은 스페이스클라우드의 메인 페이지이다. 세분화되어 있는카테고리에서 가장 필요한 공간 형태를 클릭하면, 그에 해당하는 전국의 모든 공간이 리스트업 된다. 소비자는 스페이스클라우드를 통해 대관하고자 하는 공간 유형의 지역, 가격, 시간, 시설 등을 한 번에 비교하며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을 손쉽게 예약할 수 있게 된다.

스페이스클라우드 메인 화면

  2019년 12월 기준 스페이스클라우드는 누적 거래액 250억 원을 돌파했으며, 2019년 한 해에만 연간 예약이 60만 건 이상이었다. 현재는 입점된 호스트가 2만 팀, 회원 수는 70만 명 이상, 그리고 전국 예약 가능 공간은 2만 5천 개 정도인, 명실상부 국내 대표 공간 공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페이스클라우드의 정수현 대표는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거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부동산 혁신 공유 공간 전문 회사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스페이스클라우드



에어비앤비한테 밀리는 거 아닌가요? NO!


  시작하기에 앞서, 공간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라 하면 떠오르는 거물급 기업이 하나 있다. 바로 에어비앤비(airbnb)이다. 2008년에 창립된 에어비앤비는 현재 없어서는 안 될 숙박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업가치가 완전히 꺾였지만, 그 명성은 여전하다.)

에어비앤비 로고

  그렇다면 에어비앤비에 대항해 스페이스클라우드가 가지는 차별점은 무엇인가? 답은 바로 ‘목적’과 ‘시간’이다. 에어비앤비의 주목적은 숙박으로, 주로 여행자들이 한 지역에 묵을 때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 가능한 최소 시간이 대부분 일 단위이다. 반면 스페이스클라우드는 공간 사용 목적을 한정 짓지 않는다. 스터디, 파티, 춤 연습 등 그 용도가 천차만별이고, 목적에 적합한 각기 다른 공간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여 시간을 더욱 세부적으로 쪼갤 수 있는 것이고, 시간 단위로 공간을 대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공간 대여 목적과 이용 시간이 ‘숙박’ ‘최소 1박’에 국한됐다면 요즘은 사무, 회의, 스터디, 이벤트 등 다용도 공간을 시간 단위로도 빌려 쓸 수 있도록 확대되는 추세다. 즉, 에어비앤비가 공간 공유 플랫폼의 시초라면, 스페이스클라우드는 공간 공유 플랫폼의 고도화된 버전이다. 그렇다면 스페이스클라우드는 어느 국가로의 진출이 적합할까?



신짜오, 베트남! 신짜오, 스페이스클라우드!


  본격적인 설명을 하기에 앞서, 필자는 스페이스클라우드의 해외 진출 국가로 미국이나 유럽을 고려하지 않았다. 스페이스클라우드의 공간 공유란 아이디어 자체가 미국과 유럽에서부터 차용된 것이므로 스페이스클라우드의 차별점이 본 지역들에선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간 관련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공간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개념이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으나 이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을 잠재력 있는 영(young)한 국가를 찾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낙점된 것이 베트남이다. 스페이스클라우드가 특히나 베트남과 어울릴 것이라 판단한 이유는 베트남 인구 증가 및 베트남의 도시화와 인구 유입으로 인한 베트남 도시 공간 부족 이슈 때문이다.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에선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베트남 총인구 수가 1억 명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나 베트남의 잠재력은 청년 인구에서 온다. 유엔 인구기금(UNFPA)은 베트남이 인구 황금기에 진입했다고 보고했다. 여기서 인구 황금기란, 만 16~59세의 노동 가능한 사람의 숫자가 비노동 인구의 두 배 이상인 시기이며, 베트남의 인구 황금기는 204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청년 인구가 도시로 모이고 있다.


  현재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은 연간 6-7%이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 상황에서도 상승 곡선을 그린 몇 안 되는 국가이다. 이는 1) 베트남의 적극적인 무역 자유화, 2) 각종 규제 철폐 및 국내외 개혁을 통한 해외 기업 진출 허용, 3) 정부의 공공 투자 덕분이다. 특히 인구 증가에 대응해 교육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덕분에 현재 베트남 내에서 사교육 열풍이 부는 등 교육열이 매우 높아졌다. 이 과정을 통해 도시에 위치한 대학에 입학한 청년층이 졸업 후 직장을 다니기 위해 도시에 정착한다. 베트남 도시 인구는 1989년부터 20년 간 2배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2040년엔 도시 인구가 5,000만 명을 웃돌 것이라고 보고된다. 

출처: 미래에셋자산운용

  그러나 급격한 도시 인구 유입 속도에 비해 도시 개발 속도는 현저히 느려 베트남은 현재 가용 주택 부족, 녹지 공간 부족 등 수많은 공간 부족 문제를 이미 직면하고 있다. 여전히 현 농촌 인구가 베트남 전체 인구의 60%인 것을 고려했을 때, 꾸준한 인구 증가와 사그라들지 않는 도시 인구 유입 추세가 맞물린다면 앞으로 베트남의 도시 공간 부족 문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자연스레 공간 공유란 개념이 필수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라 예상한다.

  


스페이스클라우드에 베트남을 물들이면


  글 맨 앞에 첨부한 스페이스클라우드 메인 화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페이스클라우드는 수많은 수많은 공간 유형 선택지를 제공한다. 그러나 저 모든 유형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동등한 니즈를 가지지 않는 것처럼, 베트남에서는 어떤 공간 유형에 초점을 둬야 사람들에게 가장 환영받을지에 대해 고찰해보았다.


  첫째,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각광받는 산업 중 하나는 공유 오피스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베트남이 수년간 경제 성장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FDI 투자 규모는 2011년 49.4%에서 2017년 기준 72.6%으로 증가했으며, 신규 기업 등록 수 역시 2013년 기준 7만 7,000여 개에서 2017년엔 12만 7,000여 개로 몸집을 불렸다. 베트남 기업의 90% 이상은 현재 중소기업이므로 경제적 효율성이 가장 높은 공유 오피스가 이들로부터 환영받는 상황이다. 베트남 3대 공유 오피스 브랜드로는 퉁(Toong)과 업(Up), 드림플렉스(Dreamplex)가 있는데, 이들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베트남 3대 공유 오피스 브랜드 제공 서비스 종류 및 가격

  공유 오피스가 몸집을 불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유연한 업무 공간 모형 때문이다. 베트남 인구의 30% 이상이 만 34세 이하의 MZ세대이고, 이들은 대체로 고정되지 않은 공간에서의 작업을 선호한다. 환기가 가능한 새로운 환경을 제공하는 공유 공간의 인기는 MZ세대의 업무적 특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이고, 스페이스클라우드가 공유 오피스 관련 공간을 디벨롭할 수 있는 좋은 근거이다. 


  그러나 아무리 베트남에서 공유 오피스가 인기라고 해도, 이는 주로 이미 적당한 틀을 잡고 본격적으로 경영을 진행시키겠다고 선언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베트남 정부가 청년 창업 육성을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원하면서 베트남 내에서는 스타트업 붐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창업을 위한 아이디어만 있고 자본이 없는 청년들, 혹은 창업을 갓 시작해 적당한 인프라조차 없는 신생 스타트업에게는 공유 오피스마저 사치일 수 있다. 스페이스클라우드가 위 공유 오피스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시간 예약과 (오피스의 경우) 날짜 예약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편하게 동료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스타트업을 구상하는 사람들에겐 단기적 대관을, 어느 정도 달릴 준비가 완료된 스타트업에게는 장기적 대관을 가능하게 하며, 동시에 통임대를 주장하다 계약이 파기되는 등의 문제로 가진 공간을 유휴 공간으로 방치한 소유주들의 서비스 참여를 유도해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보다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요약하자면, 스페이스클라우드는 여타 공유 오피스와는 달리 창업 이전의 과정을 거치는 청년들에게 공간을 시간제로 제공하며 이들을 스페이스클라우드로 락인(lock-in)시킨 후 창업 후에도 스페이스 클라우드를 습관처럼 이용하게 만드는, 소위 말하는 "물 밑 작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연습실이다. 앞서 언급했듯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도시 내 거주 및 녹지 공간 등의 부족으로 베트남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택도 없는 상황에서 당장 베트남 정부가 도시 내 문화예술 시설에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며, 한국에 있는 것만큼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공간이 등장하기 위해선 상당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화예술, 특히나 춤을 향한 베트남 청년층의 관심은 매우 뜨겁다. 단편적인 예시로 K-Pop을 들어볼 수 있다. 블립에서 진행한 2019년 도시별 K-Pop 체감 지수 분석에 따르면, 호찌민이 K-Pop의 본고장인 서울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는 신기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상 베트남의 모든 청년층이 이미 K-Pop에 익숙해지고 이를 자신들의 문화로 수용한 셈이다.

출처: 아세안 문화 경제 미디어

   K-Pop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자연스레 춤을 향한 베트남 청년층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유튜브 검색창에 "베트남 케이팝"을 치면 야외에서 사람들이 모여 버스킹 하듯 함께 K-Pop 안무를 추는 영상들이 뜬다. 이들 중엔 조회수가 100만 회를 넘는 영상들도 꽤나 많고, 함께하고 싶다는 뉘앙스의 댓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도 있다. 게다가 춤은 직접 당사자가 "참여"를 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덕질을 넘어 장기적인 취미로 발전할 수 있다. 베트남 청년층의 대부분이 도시에 거주하거나 현재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베트남에서 연습실에 대한 니즈는 꽤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는 달리, 베트남의 현 춤 인프라를 살펴보면 연습실 개수가 한국에 비해 훨씬 부족하고(애초에 연습실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대부분이 호찌민 등 도시 내에서도 특정 지역에만 분포되어 있다. 연습실은 어디든 간단히 노래를 틀 수 있는 시설(어쩌면 이것조차도 필요가 없다)만 갖추면 당장 활용이 가능하므로 스페이스클라우드가 다양한 지역의 잉여 공간을 소유한 소유주들과 논의를 거친다면 이를 보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례로,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 창고 공간 소유자와 협의 하에 간단한 인테리어 과정을 거친다면 충분히 창고를 연습실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다소 비약일 수 있으나, 장기적, 그리고 낙관적으로 봤을 때 스페이스클라우드는 공간 중개에서 더 나아가 공간 재디자인 역할을 통해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간, 그 본질에 대하여


  공간이란 단순히 소유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공간의 본래 가치는 사람들에 의해 사용될 때 빛을 발한다. 현재 공간은 부동산 자산을 넘어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MZ세대에게 공간이란 단순한 장소 그 이상이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 타인과 교류하는 장으로써의 장소적 콘텐츠이다. 공간의 현명한 소유와 사용이 한국에서도, 베트남에서도 활성화되길 기대하며, 사람들이 잃어버렸던 공간을 다시 되돌려 받고, 이를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선순환이 지속되길 바란다.



연세대 아시아학과 임수연

sysl031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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