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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가 베트남으로?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0기 유희재



"책 읽는 5%가 아니라 책 안 읽는 95%를 공략한다." 


  앱스토어 책 카테고리에서 1등을 달리고 있는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내건 슬로건이다. 

국내 최초로 전자책 월정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밀리의 서재는 이미 리디북스, 교복문고에서 장악하고 있었던 전자책 시장에서 한참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출시된 지 5년만에 어느덧 회원 350만명을 거느리고 있다. 

현 시점이 단군 이래 최저의 독서율을 기록하고 있는 시기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에서는 독서 인구가 다른 OECD국가에 비해 현저하게 적고 점점 줄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 1년에 3권 이상의 책을 구매하는 사람은 5%에 지나지 않고 독서 시장은 이 5%의 고인물에 의존하는 기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출판업계가 몰락하고 있다는 예상은 다양한 디지털 매체가 등장하면서 기정된 사실이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밀리의 서재는 책을 열심히 읽는 5%의 사람들이 아니라, 책을 읽지 않는 95%의 사람들을 공략하면서 혁신을 꾀했다. 실제로 밀리의 서재는 책 카테고리에서 1등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출시된지 2년만에 구글플레이 선정 '올해를 빛낸 자기계발 앱'에서 최우수앱으로 꼽혔다. 이는 밀리의 서재가 '도서 카테고리'안에서의 경쟁을 넘어 그보다 더 넓은'자기계발분야'에 포지셔닝을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록 책을 안 읽지만, 책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책을 읽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2030세대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은 것이다.   


자료=밀리의 서재 /컴퍼니 타임스

특별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밀리의 서재는 다음과 차별점을 만들었다. 


1. 쉬운 독서를 위한 여러가지 콘텐츠

밀리의 서재에서는"읽는 것만이 꼭 독서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오디오북, 리딩북, 북클럽의 동영상,챗북까지 다양한 형태로 독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특히 전문가가 독서를 요약하고 그 부분을 유명인이 낭독해주는 '리딩북'과 마치 책의 저자나 등장인물과 채팅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챗북'은 밀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서다. 또한, 밀리의 서재는 회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독서 시간을 설정하게 하고 그 시간에 알림 보내서 회원들의 습관적인 독서를 제공하고 있다. 루틴 서비스를 통해 출근길, 점심시간 등에 짬을 내서 가볍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독서에 대한 무거운 인식을 개선한다.이렇게 독서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밀리는 유저들을 독서의 세계로 이끌었다. 


2. 알고리즘

밀리의 서재에 접속해서 특정 도서를 선택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 

자료=밀리의 서재

밀리의 서재는 도서를 완독자수와 완독시간을 기준으로 '홀릭, 히든, 마니아, 밀리 픽' 4가지로 분류한다. 

이러한 체계는 도서의 난이도와 대중성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서 유저들로 하여금 쉽게 책을 고를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밀리의 서재는 회원 300만명의 데이터를 이용해 도출한 '취향 지수'를 통해 개인맞춤화된 추천 알고리즘을 제공한다. 취향이 비슷한 회원들이 재밌게 읽었던 책을 제시함으로써 회원들의 연속적인 독서 활동을 유도한다. 


3. 참여를 통한 경험 제공

밀리가 제공하는 나만의 서재는 단순히  읽었던 책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블로그와 같은 역할을 한다. 책에 대한 포스트를 남길 수 있고 다른 유저들은 댓글과 달면서 소통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 밀리의 서재는 '내가 만든 오디오북'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저가 자신이 목소리로 오디오북을 녹음하고 플랫폼에 공개해서 수익창출을 할 수 있다. 

참여를 강조하는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에게 단순한 전자책 제공, 그 이상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밀리의 서재는 위와 같이 독서를 최대한 쉽게, 재밌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로 승부하면서 밀리의 서재를 단순히 전자책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아닌, 책을 매개로 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밀리의 서재가 해외로 진출하려면 어떤 나라를 공략해야할까?

원점으로 돌아가, 국내에서 밀리의 서재가 노린 시장을 생각해보자.

우선, 한국처럼 독서율이 낮고 독서문화가 잘 형성되어있지 않으면서도 지적인 욕구가 있어, 독서에 대한 관심이 있는 나라여야 한다. 독서 문화가 잘 형성되어있는 유럽과 미국 시장은 독서가 일상에 이미 자리잡아있고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서 쉬운 독서를 제공하는 밀리의 서재가 강점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유럽과 미국은 출판시장과 전자책 시장이 이미 견고하게 연결되어있어서 시장에 진입하기 힘들다.

두번째로, 밀리의 서재는 앱을 통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독서를 하는데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스마트폰 보급이 잘 되어있어야 하고,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활발한 국가여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조건에 잘 부합하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한국과 비슷한 베트남"


흔히들 베트남을 동남아시아권 국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베트남은 직접 가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와 비슷하다.

동남아시아의 문화권에 속한다기보다는 오히려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권 국가들과 같은 유교 문화권이자 한자 문화권에 속해 있다. 베트남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점과 현재 한국이 밟고 있는 산업의 전반적인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베트남과 한국은 특히 유사한 면이 있다. 


다음 두가지 요소가 밀리의 서재가 베트남 시장에 진출 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한다. 


1. 베트남은 교육열이 높고 독서율은 낮다.

베트남의 교육과학사에서 2010년에 발간된 책, [사교육:현실과 대응]에 따르면 베트남 중학생의 76.7%가 사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그 당시 한국 중학생의 사교육 비율이 77%인 것을 감안했을 때 베트남과 한국은 비슷한 정도의 교육열을 가지고 있고 2021년 지금 사교육 비율이 그때보다 더 올랐을 것으로 추측한다. 실제로, 2018년 베트남 교육 시장의 규모는 78억달러(약 8조 7천억원)로 이는 2013년부터 매년 7%씩 성장한 수치다. 그러나 독서율은 한국보다 더 낮은 동향을 보인다. 2019년 발생된 [베트남 콘텐츠 산업 동향]에서 베트남의 연간 독서량은 3.4권으로 한국(7.8권)보다도 낮은 수치다.

한국과 비슷하게 보이는 교육열과 독서율의 괴리는 베트남도 마찬가지로 독서와 관련된 지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현재 베트남의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키워드가 [자기계발]이라는 사실 또한 이 추측을 뒷받침해준다. 


2. 베트남은 IT에 진심이다. 

베트남은 인터넷 환경이 가장 잘 갖춰져있는 국가 중 하나다. 길거리에도 무료 와이파이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국의 글로벌 디지털 리서치 회사 위아쇼셜에 따르면 2021년 베트남 스마트폰 보급율은 66.6%이다. 베트남의 도시화율이 30%인 것을 감안하면 도시에 있는 모두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전세계에서 페이스북 이용자가 가장 많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어있다. 

최근 베트남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OTT서비스의 전체 규모가 1000만달러(매출 기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닐슨에서 베트남의 17세~59세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대상의 66.5%가 OTT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베트남에서는 온라인 콘텐츠와 그에 대한 구독경제가 성공적으로 자리잡혀있다는 뜻이다. 

밀리의 서재의 '모바일 어플'의 특성과 밀리의 서재도 일종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고려했을 때  앱을 이용해서 독서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을 것이라 추측한다. 


 



위 두 가지 지점이 밀리의 서재가 베트남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밀리의 서재가 베트남에 진출했을 때 필자는 다음 2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1. 키즈관을 만들고 가족할인 이벤트를 진행하자.

베트남의 1980대는 현재 3~40대로, 부모가 많다. 베트남의 개혁 정책으로 급변의 시대에 태어난 80년대생은 유년시절 생필품 부족을 겪었으며 베이비부머의 시대며 여러명의 형제자녀와 함께 부족한 자원을 나누는 것이 당연했다. 따라서 1980년대는 대체적으로 꼼꼼한 소비를 하는 경향이 나온다. 하지만 자녀에 대한 교육만큼은 관심이 많은 세대기도 하다. 

유아 교육과 관련된 서적 콘텐츠를 만들고 가족 4인이 동시에 등록하면 할인해주는 제도를 만든다면 밀리의 서재는 베트남의 밀레니얼 세대를 저격할 수 있을 것이다. 


2. 참여컨텐츠를 활성화하자

콘텐츠 사업이 베트남을 진출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베트남의 저작권 의식이다. 불법 유통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어 이는 베트남의 출판업계의 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텍스트본 유출, 영상 유출이 불가피한 문제라면 밀리의 서재는 참여 콘텐츠를 활성화해서 단순히 독서를 통한 정보 습득, 혹은 쾌락을 넘어선 가치를 제공하여 밀리의 서재 구독권을 구매해야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밀리의 서재는 국내에서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을 통해 독서의 이미지를 환기한 것 같이, 베트남에서도 독서가 '힙'하다는 것을 강조할 만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우선이다. 또한,  밀리의 서재는 '활자'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넘어, 독서를 매개로 한 SNS 플랫폼으로 방향성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는 포스트와 댓글을 통해 밀리의 서재 회원들간의 소통이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채팅 기능을 추가해서 밀리의 서재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리고 앱 자체가 가지는 매력도를 높이는 것은 어떨까? 서재를 꾸미는 기능을 강화하여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재미를 제공하거나 나아가 타 SNS 플랫폼과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밀리의 서재가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을 잘 공략해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베트남과 같은 비슷한 시장을 해외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밀리의 서재에게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베트남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기반으로 위와 같은 전략을 행하면 베트남에서도 필적할 만한 성과를 취할 것이다. 






연세대 경영 유희재

alley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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