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30th BITor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공간은 내가 만들게, 누가 뛰어놀래?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최지원


지금은 플랫폼 시대, 앞으로도 플랫폼 시대! 플랫폼 산업의 현재와 미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 구글 알파벳,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알파벳,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가고 있는 이 기업들은 모두 플랫폼 비즈니스이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발달과 함께 플랫폼 산업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09년 말 기준 전 글로벌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플랫폼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뿐이었으나 10년이 지난 2019년 기준 글로벌 시총 10대 기업 중 7곳이 플랫폼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 기업 시가총액은 총 5조 1243억 달러(약 6026조원)에 이른다. 플랫폼의 비약적 성장은 국내에서도 잘 살펴볼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작년 말만 해도 각각 국내 시가총액 6위와 9위를 차지했지만 올해 6월 기준 각각 3위와 4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플랫폼 산업의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플랫폼이 다른 산업분야에 미치는 영향 또한 커지고 있다. 플랫폼은 전자상거래는 물론, 음식 배달, 모빌리티, 숙박, 교육, 영화, 금융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여 소비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이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커져가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플랫폼에 접속하며 이동수단, 뱅킹, 쇼핑, 예약, 콘텐츠 등 일상생활의 많은 영역을 플랫폼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어느새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스며든 플랫폼. 플랫폼 산업이 이토록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켜왔고, 근미래에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이번 글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플랫폼이란? 


플랫폼은 대중적으로 지하철 승강장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광의적인 의미는 구획된 평평한 땅을 의미하는 plat과 형태를 의미하는 form이 합성된 말이다. 즉, 경계가 없던 땅이 구획되면서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애플, 아마존, 구글 알파벳, 페이스북 등의 기업들은 플랫폼의 이러한 광의적인 의미에서 비롯하였다. 기업이 경계 없는 디지털 세상에 공간을 구축해 놓으면 사용자들이 모여들어 용도에 따라 공간을 다양한 형태로 활용한다


다소 추상적이게 들리는 플랫폼의 개념, 사례와 함께 플랫폼의 대표적인 특징을 몇 가지 더 알아보도록 하자. 


플랫폼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양면시장이라는 점이다

플랫폼에서 공급자와 소비자는 만나고, 그 안에서 생산. 소비. 유통 등의 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 즉, 플랫폼은  공급자와 소비자, 두가지 사용자 집단을 보유하며, 이 두 집단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 창출을 해나간다는 양면시장의 특성을 가진다. 

양면시장을 잘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는 에어비앤비(airbnb)이다. 에어비앤비는 숙박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이 플랫폼에 가입하는 유저에는 호스트와 게스트,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빈 숙소를 가지고 있는 호스트는 에어비앤비에 자신의 숙소를 사진과 설명과 함께 올릴 수 있다. 반면, 여행이나 모임 등의 목적으로 숙소가 필요한 게스트는 머무를 지역과 가까운 지역 범위 안에 숙소를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다. 빈 숙소를 가진 이라면 누구나 호스트가 될 수 있기에 에어비앤비에 올라오는 숙소는 작은 1인용 원룸부터 호화로운 별장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플랫폼의 특성 덕에 게스트는 다양한 선택지에서 자신의 목적에 꼭 맞는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의 비즈니스 모델

이어서, 플랫폼은 두 사용자 집단의 성향은 완전히 다르지만 그 경계가 투명한 경우가 많다 특징을 지닌다. 비즈니스 모델마다 다를 수 있지만, 다수의 플랫폼의 경우 누구든지 공급자가 될 수도, 소비자 집단이 될 수도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한 달 전 즈음, 개강을 앞두고 블루투스 마우스가 필요했던 필자는 사고 싶었던 브랜드의 제품을 검색했고 마우스 하나에 8만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설치한 어플은 바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었다. 구매하고 싶은 마우스의 제품명을 검색하니 가까운 동네에 중고거래 상품으로 나온 마우스 목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태가 좋아 보이는 마우스를 골라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성공적으로 거래까지 완료할 수 있었다. 당근마켓에는 ‘자신이 소유한 물건 중 쓰지 않는 것을 판매하려는 공급자’와 ‘비교적 싼 가격에 원하는 물품을 얻고자 하는 소비자’ 두 사용자 유형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전, 가을 옷을 정리하다 입지 않을 것 같은 옷을 골라 당근마켓에 올렸고, 구매를 원하는 사용자가 있어 아깝게 버릴 뻔한 옷을 팔아 푼돈을 벌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매자 집단에 속해있던 필자는 어느새 판매자 집단에 속해있었다. 이렇듯, 플랫폼에는 두가지 사용자 집단이 존재하고,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두 집단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용도와 형태로 활용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존속한다. 

양면시장 환경의 플랫폼은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인터랙션이 증가하면 할수록 각 두 집단이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커진다는 특징이 있다. 플랫폼 사용자들끼리 상호작용을 활발히 하여 두 사용자 집단 간의 네트워크를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결국 두 집단 모두에게 더 큰 효용을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급자와 소비자는 플랫폼을 통해 각각 어떠한 효용을 얻을 수 있을까? 먼저, 공급자는 자신의 서비스나 제품을 플랫폼화하여 소비자에게 더욱 쉬운 경로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에어비앤비 사례를 생각해보자. 올해 3월 기준, 서울시에 호텔업만 총 464개소로 6만 771실이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속에 숙박업소가 이렇게나 넘쳐나는 포화상태인데, 개인이 빈 숙소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으로 수익창출이 가능할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이 생기고 대중들이 플랫폼에 모여들자, 빈 숙소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호스트가 되어 자신의 숙소를 게스트에게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이 있었기에, 또 해당 플랫폼에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모여들어 그 안에서 공급자와 소비자 간 네트워크 효과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가치는 바로 접근 용이성이다. 소비자는 플랫폼을 통해 필요한 서비스나 제품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언급한 당근마켓의 예시를 생각해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필자에게 필요한 것은 "헌제품이기는 하지만 값이 싼 00 블루투스 마우스"였고, 당근마켓을 통해 몇 분도 안돼 거래 약속을 잡고,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제품을 흡족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만약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이 없었다면, 짧은 시간 내에 필요한 물건을 원하는 가격에 구할 수 있었을까? 당근마켓이라는 플랫폼이 있었기에 검색 한 번으로 판매자 탐색부터 거래단계까지 단시간에 쉽고 편리하게 해치울 수 있었던 것이다. 


플랫폼 기업은 판메이커다름없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리고 마케팅을 통해 대중들을 플랫폼에 불러 모으는 것까지는 기업의 몫이지만, 그다음은 사용자에게 달려있다. 두 사용자 집단의 상호작용과 가치 창출,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플랫폼을 유지시키는 근본적인 원동력인 것이다.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네트워크 효과가 사라지고 그들이 얻을 수 있는 효용가치가 0이 되어버린다면, 사람들이 플랫폼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지게 되며 플랫폼은 그 형태와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 


왜 플랫폼 시대일까?

출처:이데일리

오늘날 우리는 일상의 대부분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코로나19는 이러한 전환 속도를 가속화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전체가 플랫폼에서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미래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이 미래는 머지않아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아마존, 구글 알파벳, 페이스북을 포함한 '글로벌 빅 테크(Global Big Tech) 5'라고 불리는 기업들이 플랫폼 산업에 뛰어들면서 플랫폼의 기술력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플랫폼의 탄탄한 기술적 배경은 점차 다양한 산업분야가 플랫폼화 되는 현상과 함께 플랫폼이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결과를 낳았다. 


세계를 선도하는 정보통신기술 기업이 플랫폼화 되는 현상 역시 플랫폼 산업의 눈부신 전망을 나타낸다. 기존 PC 운영 체제 윈도를 주력 사업으로 진행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B2B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며 글로벌 시가 총액 1위에 등극했다. 


이제는 품질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보다 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이 안에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대가 온 것이다. 


플랫폼 산업의 근미래 - 기술적 측면

AI를 미래 핵심 기술로 꼽은 페이스북 CEO 마크 저크버그

현재 플랫폼은 기술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에서 모두 패러다임이 바뀌는 단계에 놓여있다. 먼저, 기술적 측면이다. '글로벌 빅 테크(Global Big Tech) 5' 기업에 힘입어 모바일 기술력의 정점을 찍은 플랫폼의 기술 패러다임은 현재 AI(인공지능)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페이스북은 AI를 미래 핵심 기술로 꼽으며 AI를 플랫폼에 적용시키는 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를 통해 사용자 개개인의 특성을 매우 정교한 수준으로 파악하고, 서비스를 통해 개인화된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있는 것이다. 실제 페이스북을 사용하다 보면, 나의 성향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내가 관심있는 광고들만 계속 뜨는 현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AI는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플랫폼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유튜브는 사용자의 시청 기록에 기반하여 알고리즘에 따라 개인화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주며, 이외에도 쇼핑 플랫폼, 음악 재생 플랫폼 등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AI를 활용하여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 '개인화된 가치'라는 플랫폼의 새로운 효용가치와 함께 플랫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앞으로 플랫폼은 '얼마나 사람들을 많이 불러모으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사용자가 '얼마나 개인고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지'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넘쳐나는 플랫폼 비지니스 중에서 새로운 AI 기술력을 선점하는 기업이 미래 플랫폼 시장의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분야를 가리지않고 모든 곳에 적용될 수 있는 AI의 범용적 특성이 플랫폼에 적용된다면 플랫폼이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플랫폼 산업의 근미래 - 사회적 측면

국내 대표 플랫폼 비즈니스 카카오와 네이버

다음은 사회적 측면이다. 최근 국내 플랫폼 규제에 관한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부는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의 독점 문제를 지적하며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규제 시동에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이틀 만에 무려 20조 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플랫폼의 급격한 성장에 이를 혁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심각한 독점 문제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플랫폼은 사람들을 많이 불러모으는 것이 급선무이고, 국내의 경우 네이버 혹은 카카오가 일상의 거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며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네이버 혹은 카카오를 꼭 거치게 되는 현상이 생겨버렸다. 단순히 서비스나 제품에 접근이 용이해졌다고 판단하기보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규제를 계기로 플랫폼 산업이 꺾어지게 될까? 필자는 현재 플랫폼 독점 논란 및 정부 규제를 문화지체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플랫폼 산업은 급격한 성장을 맞이하였고, 이를 뒷받침하고 안정감 있는 산업으로 자리잡게하는 제도나 문화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플랫폼이 국민들의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해버린 것이다. 


사람을 많이 불러 모아야하는 산업 특성상, 플랫폼이 독점문제와 직결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플랫폼끼리의 경쟁 역시 "어떻게 하면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할까?"의 방향이 아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많이 불러 모아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까?"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플랫폼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전에, 본질적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여 가치를 창출해내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현재 플랫폼 산업의 초점이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불러 모아 공급자와 소비자 간 거래를 활성화시켜 수수료로 수익을 많이 내고 시장을 독점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면, 분명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플랫폼 비지니스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근미래 몇 년 동안에는 기존 플랫폼 기업이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시장을 지배하는 식의 성장을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플랫폼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어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그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효용가치를 극대화한다면, 플랫폼 기업과 그 안에 속해있는 두 사용자 집단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보다 더 바람직한 플랫폼 산업의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세대 문화디자인경영 최지원

jiyomi6314@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빵빵, 배달왔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