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윤가원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 홀로 돌아다니는 로봇. 잘 알겠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바로 "자율주행" 기술이다. 자율주행이란 사람의 개입 없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나아가 주변 상황을 판단 후 스스로 제어하는 기술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며,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의 사람들이 기술 발전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과 관련된 산업의 미래가 대체 어떻길래,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자율주행 기술에 달려드는 것일까?
자율주행 산업의 보다 구체적인 성장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자율주행 기술의 단계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 기술 단계는 시스템이 운전에 어떻게 얼마나 관여하는지, 운전자가 차를 어떻게 제어하는지에 따라 비자동화에서 완전 자동화까지 총 6단계로 구분된다.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International)에서 분류한 단계가 현재 국제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Level 0 (비자동화) : 자율 주행 기능이 없는 일반 차량
Level 1 (운전자 보조) : 차선 이탈 정보, 자동 브레이크, 자동 속도 조절 등 운전 보조 기능이 들어감
Level 2 (부분 자동화) : 운전자 개입 없이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제어 가능
Level 3 (조건부 자동화) : 앞차를 추월하거나 스스로 장애물을 감지하고 피할 수 있음
Level 4 (고도 자동화) : 지정된 조건에서 운전자 없이도 운전이 가능한 단계로, 시스템이 주행을 모두 제어하고 주변 환경을 인식하며 비상상황에서의 대처도 가능함
Level 5 (완전 자동화) : 운전자도 운전석도 필요 없는 무인 자동차 단계로, 탑승자가 원하는 목적지를 말하면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스스로 운전함
자율주행차로 분류되는 것은, 조건부 자동화 단계인 Level 3부터이다. 현재 상용화된 자동차 중에서는 테슬라의 최신 모델이 레벨 2.5의 자율주행 수준으로 가장 성능이 앞서고 있으며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양산해 판매하는 자동차 제조사는 아직 없다. 레벨 3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교차로 통행도 자연스러워야 하고 교통 흐름 전반을 스스로 인지해야 하지만, 현재 테슬라를 비롯해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자동차는 대부분 레벨 2보다는 발전했지만 이런 기준을 아직은 만족하지 못해 레벨 2.5 수준으로 분류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작인 레벨 3는 생각보다 먼 이야기가 아니다. 레벨 3는 운전자가 감시자 개념으로 항상 탑승해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주행은 자동차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단계를 말한다. 본격적인 '자율주행'의 시작인 것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레벨 3 수준의 안전기준까지 도입한 상태이며, 레벨 3 자율주행 자동차의 생산도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인 레벨 5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 자율주행 기술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4개 부처는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 의 2021년 신규과제 공모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총사업비 1조 974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2027년까지 융합형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상용화 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올해에는 53개 신규개발과제에 850억 4천만 원을 지원한다. 총 373개 자율주행 관련 기관의 석박사 1524명 포함, 총 3474명의 연구 인력이 참여하여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다. 현대모비스, 서울로보틱스, SK 텔레콤,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기업 역시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자율주행 산업은 지금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벌써 세종시에서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4단계에 준하는 자율주행 버스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또, 서울시는 상암동을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로 정하고 상암동을 순환하는 호출형 자율주행버스 실증사업에 들어가기 위해 사업자 모집을 시작했다.
자율주행 산업에 대한 투자는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국가도 자율주행 산업의 발전을 위해 시험 주행을 허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7개 주가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운행을 허용하고 있고,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도 공공도로에서 레벨 3의 시험주행을 허가했다. 중국도 베이징 등에서 레벨 4의 시험주행을 허가했다.
정부의 노력과 함께,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지금도 3단계 이상의 자율주행을 위해 큰 투자를 하는 중이다. 구글 웨이모는 운전석을 비운 상태로 완전한 자율 주행 시스템을 시범운행하기 시작했다. 혼다는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인 '혼다 센싱 엘리트' 를 개발하여 양산차 기준 세계최초로 인증을 받았다.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도 자율수행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자율주행 기업 앱티브와 합작사 모셔널을 설립한 이후, 세계 6위권으로 평가받는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했다. 최근 2023년 로보택시 상용화를 위해 데이터를 구축하고자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지역에 아이오닉5로 구성된 테스트 차량을 투입했다. 이에 이어 현대자동차는 2024년에는 국내에서도 로보택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2024년에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을 위한 안전 기준과 보험 제도 등이 법 개정을 통해 확정될 계획이므로 산업의 성장세에 한층 더 박차를 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자율주행 산업은 특히 연관된 기술과 사업체가 많기 때문에 산업의 성장 규모와 영향력이 생각보다 거대할 것이다. 현대자동차, 혼다와 같이 차량을 만드는 완성차 및 부품업체를 비롯해 수요처인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업체, 자율주행차 운행과 관련된 반도체, 센서, 5G 인프라 업체가 모두 이 자율주행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자율주행 레벨 3를 넘어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된다면, 자율주행 산업은 상상 그 이상으로 파괴적인 성장을 보이며 일상을 바꿔놓을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아래와 같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는 어려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2,200만 대의 차량이 등록되어 있으며 자동차 보급률은 휴대전화 보급률에 버금갈 정도로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다. 그럼에도 빠른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상용화가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안전' 때문이다. 탑승자를 비롯해 예기치 못한 사고의 발생으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다 꼼꼼하고 높은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또,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상황에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대처하기 위한 법 개정과 적절한 정책 마련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자율주행 기술은 의외로 자동차가 아닌 다른 수단을 통해 가까운 미래를 변화시키고 파괴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를 기준으로 그 레벨을 나누긴 하지만, 자동차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레벨 3에서 4에 가까운 기술 수준에서, 자동차보다는 저속으로 이동하고 탑승자의 안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지 않은 자율주행 로봇이 가까운 미래에 보다 빠르게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일 수 있는 로봇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의 고도화로 이러한 비대면 서비스 제공은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그 속도가 예상보다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AI 로봇에 자율주행 기술을 더함으로써 AI 로봇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범위를 더욱 넓히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로봇의 상용화는 자율주행 기술을 시범 상용화 해봄으로써 기술 자체에 발전을 가져오는 것을 물론,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자율주행 물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자율주행 로봇은 스스로 주변을 살피고 장애물을 감지하면서, 바퀴나 다리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최적 경로를 찾아가는 로봇이다. 자율주행 로봇의 가장 익숙한 형태는 바로 로봇청소기일 것이다. 낮은 레벨의 기본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사례이다.
최근에는 이보다 조금 더 고도화된 형태로, 서빙, 물류, 안내 등 보다 넓은 실내에서 다양한 장애물을 감지하며, AI 기술을 통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로봇들이 일상에서 함께하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은 안정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대면 접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없이 다가가고 있다. 특히, 서빙과 물류 로봇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운반하기 힘든 무거운 물건들도 척척 옮겨내며 서비스 제공자의 부담도 줄여주고 있다. 또, 서빙과 안내 로봇은 마스코트처럼 활약하며 손님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서빙 로봇
- SK 텔레콤은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서빙로봇 '서빙고' 10대를 운용한다.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거나, 물품을 객실로 전달하는 임무다. 정문에서 환영인사를 하고 로비에서 웰컴 드링크를 권하는 마스코트도 겸한다.
-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딜리플레이트'라는 서빙 로봇을 제공한다. 위치추적, 장애물 감지 센서 등을 탑재해 사고를 방지하고 무거운 음식과 음료도 거뜬히 운반할 수 있다.
▶ 물류 로봇
- 자율주행 솔루션 전문기업 유진로봇이 적재하중 250kg의 자율주행 물류로봇 ‘고카트(GoCart) 250’을 출시했다. 물류산업에서 취급되는 제품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제품 크기와 더 많은 무게의 적재량을 운반하기 위해 로봇의 사이즈와 적재하중을 높인 로봇이다. 물류작업 및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 및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 안내 로봇
- 차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은 비대면 안내가 가능한 스마트 자율주행 로봇을 도입했다. 로봇은 검진을 위해 방문한 학생들과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검진장소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장애물 회피 기술을 이용해 장애물을 감지하면 “죄송합니다, 잠시만 양보해주세요.” 라는 음성과 함께 장애물을 피해가며,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 로봇을 통해 학교 학생 검진 안내뿐만 아니라 향후에는 의료진 업무 지원 및 스마트 행정 시스템 확립 등을 통해 스마트 병원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확충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자율주행 기술이 더 발전해 상용화된다면, 우리는 또 다른 길거리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자율주행 로봇을 살펴보면, 주로 제한된 실내의 공간을 돌아다니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들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자율주행 로봇이 제한된 공간인 실내를 벗어나, 예측할 수 없는 지형지물이 있는 외부도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수준의 자율주행 로봇이 상용화된다면 우리는 곧 길거리에서 로봇들과 함께 걸어다니게 될 것이다. 음식 배달과 편의점 배달 로봇은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배달 로봇 중에서도 적재하는 물건의 양과 크기가 적어 벌써 상용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들이다. 이외에도 순찰하는 CCTV, 길안내 로봇과 같이 길거리에서 서비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봇들도 기대해볼 수 있다.
▶ 음식 배달 로봇
: 음식을 싣고 직접 배달을 가는 로봇을 상상해볼 수 있다. 이제는 사람이 아닌 무인 로봇이 음식을 가장 빠른 경로로, 안전하게 배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2017년 설립된 뉴빌리티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상품이 소비자에게 최종 배송되는 마지막 과정) 에 적합한 자율 주행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해외에서는 스타십 테크놀로지스가 이미 도로를 다니는 로봇을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 완성된 상태는 아니다. 배달 로봇은 인도나 이면도로, 골목길 등 변수가 많은 도로에서 음식물을 안전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신호와 교통체계가 잘 갖춰진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비해 높은 소프트웨어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편의점 배달 로봇
: 음식보다는 쏟을 위험이 적고, 비교적 작은 상품들을 배송하는 로봇이다. 배달하기에는 거리가 가깝고, 그렇다고 걸어나가기는 귀찮을 때, 이제는 간편하게 로봇으로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LG전자는 편의점 배달 로봇 ‘딜리오’를 지난해 11월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내 편의점 GS25에 배치했다. 올해 5월엔 서울 강남구 GS타워 내 GS25 편의점에도 ‘딜리오’가 도입됐다. 카카오톡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건물지도를 학습한 딜리오가 엘리베이터를 갈아타며 최단거리로 달려간다. 가장 먼 9층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5분이다. 도착 직전 전화로 주문자에게 알리고, 문자메시지로 적재함 비밀번호를 안내한다. 딜리오의 적재량은 3칸 15kg이다. 한 번에 3곳 배달이 가능하고 도난과 분실을 막는 보안장치도 탑재됐다. 40일간 배달건수는 880건에 달했고, 매출은 직전 40일 대비 50.1% 뛰었다.
- 이에 더해, 최근 LG전자는 실내는 물론 실외 주행도 가능한 통합배송로봇을 공개했다. 4개의 바퀴가 자유자재로 간격을 조절할 수 있어 울퉁불퉁한 지면에서 진동을 최소화하고, 그리 높지 않은 턱은 거뜬히 올라가며, 이를 올해 말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발췌: http://www.yonhapmidas.com/article/210805181220_578777)
▶ 순찰 CCTV
: CCTV를 탑재한 자율주행 로봇이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순찰용 CCTV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CCTV 사각지대인 곳도 해당 로봇이 랜덤하게 설계된 경로와 시간에 따라 순찰한다면, 범행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 길안내 서비스
: 동행하며 길 안내를 돕는 자율주행 로봇도 생각해볼 수 있다. 목적지를 물으면 목적지까지 최단 경로로 동행하며 길을 안내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아이들 픽업 서비스로도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등하교 시간에 맞춰서 부모님의 아이의 하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귀여운 모양의 소형 자율주행 로봇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자율주행 로봇이 상용화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작은 로봇들이 사람들과 함께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자율주행 기술에 익숙해지고 기술과 정책도 더욱 발전하여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우리의 일상은 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그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한 만큼, 자율주행 산업의 성장가능성 역시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도 해당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기술의 발전을 위해 기업 단위는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꾸준한 지원을 약속한 만큼, 자율주행 산업은 가까운 미래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파괴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