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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못하는 모든것, 메타버스에서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0기 황정아

SM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멤버는 총 몇 명일까?

정답은 4명이 아닌 8명이다.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멤버 4명과,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제2의 자아 아바타 멤버 '아이(ae)' 4명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멤버가 '아이'를 만나 모험을 떠난다는 세계관 속에는 메타버스 개념이 접목되어 있어 에스파를 '메타버스 아이돌'이라 부르기도 한다.



메타버스, 세계를 초월하다


메타버스는 Meta와 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이 융복합된 디지털 세계, 초월 세계를 뜻한다. 쉽게 말하면 현실 세계를 동일하게 또는 변형해 구현한 온라인 공간으로,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디지털 캐릭터인 아바타를 이용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다양한 활동이라 함은 게임, SNS 등 기존 가상세계 활동을 넘어 현실 세계의 경제, 사회, 문화 활동과 연결되는 개념으로, '실제 현실 같은' 세계에서 '실제 현실 같은' 사회활동을 한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전에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는 방식으로 존재했지만, 메타버스는 실제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구현된다. 이는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위인 증강현실의 더욱 더 진화한 버전이다. 

순천향대 입학식. 출처: 순천향대


언뜻 보기에 어렵고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이지만,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삶의 곳곳에 들어와 있다. 가상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주로 가상을 2D 웹사이트로 접해왔고, 3D 가상 공간은 크게 고도화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가상과 현실을 이어주는 네트워크,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의 데이터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 가상&증강현실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며 복합적으로 적용되어 지능화된 3D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과거의 메타버스는 소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지금은 유저들이 메타버스 안에 있는 생산플랫폼에서 가상자산을 만들어내며 생산을 한다. 메타버스 플랫폼 속에서 생산과 소비는 선순환되며 더욱 강력해지고, 네트워크 효과가 생겨나고 있다. 



게임을 넘어 일상 속으로 스며들다


몇 가지 예시들을 통해 메타버스의 성장 근거를 설명할 수 있다.


1) 내가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출처: 제페토

메타버스를 구현한 플랫폼에는 대표적으로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동물의숲 등이 있고, 국내에는 제페토가 있다. 그 중 필자는 국내에서 가장 핫한 메타버스 플랫폼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에 집중하고자 한다. 2018년에 출시된 제페토는 현재 누적 가입자가 2억명에 달한다. 제페토는 AR 콘텐츠, 게임, SNS 등의 기능을 모두 담고 있어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기능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우선 제페토를 시작하기 전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선택지가 300개가 넘는 아이템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눈 모양, 악세서리, 헤어스타일 등을 고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가상공간에서 캐릭터를 통해 자아를 표현한다는 것에서 매력을 느낀다. 오래된 원조 SNS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활동반경, 소통의 속도감, 취향 등에는 사람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메타버스 속에서는 수많은 옵션을 통해 맘껏 나 자신을 표출하면서도, 나의 성향에 따라 장소, 활동의 범위, 내용, 소통의 범위와 정도 등을 모두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가지 못하는 장소까지 활보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출처: 제페토

제페토 속에서는 학교, 해외 관광지, 놀이공원, 한강공원 등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 접속할 수 있다. 평소 좋아하는 한강공원에 접속했다고 치자. 그 안에서 여러명이 뛰어놀고 있다. 그 중에는 버스킹 공연을 관람하거나,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치킨을 시켜먹는 유저들도 있다. 실제 내가 한강에 간 것처럼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지만 제페토 안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새롭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원한다면 지금 당장 파리로 넘어가 에펠탑을 구경할 수도 있다.



2) 게임을 넘어 경제로

제페토 내에서 이용자들이 모여 게임을 즐길 수도 있지만,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 굳이 사무실에 모일 필요 없이 회사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 전 직원이 메타버스로 출근하는 회사가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강남역에 있던 본사를 '메타폴리스'로 이전했다. 메타폴리스는 직방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메타버스 공간으로, 직원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회사로 출근한다.

출처: 한겨례

메타폴리스로 들어가보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에 내리면, 가상 테이블과 회의실에서 아바타들이 근무중이다. 이남일 직방 부사장은 당장 내일 1000명의 인원을 추가로 고용한다고 해도 바로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확장성은 무한대라고 말했다. 지하철로 왕복 2시간을 출퇴근했던 직방의 신현식 CR 팀 직원은 "지옥철로 불리는 9호선으로 이동하며 괴로웠는데 지금은 너무 편하다. 두 시간이 온전히 나의 시간이 된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이 값지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면접을 보러 서울까지 와야 했던 지원자들의 편의성도 높아졌다.


3) 성장하는 엔터 산업과 함께

출처: 하이브

제페토는 네이버 제트의 플랫폼으로,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와 YG, JYP 등 대형 소속사들이 주주로 있다. 연예기획사들이 제페토를 선택한 것은 팬들을 겨냥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중국, 일본 등 해외 사용자가 90%의 비중을 차지하고, 북남미와 유럽 지역에서도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티스트들은 제페토 세상에서 아바타로 공연을 한다. 블랙핑크와 있지는 제페토 내에서 팬미팅을 진행했고, 방탄소년단은 경복궁을 배경으로 공연을 했다. 미국의 래퍼 트래비스 스콧은 9분동안 진행한 공연으로 2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 공연으로 스콧이 벌어들인 매출은 오프라인 투어 20번으로 벌어들인 매출과 맞먹는다. 이 콘서트를 계기로 사람들은 메타버스 콘서트의 시장성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연예인 뿐 아니라 지난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은 '동물의 숲'에서 바이든 섬을 열고 선거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4) 가상 체험을 통해 커머스 분야에 진출

이케아의 앱 '이케아 플레이스'는 커머스 분야에서 AR/VR 기술을 통해 고객이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앱을 실행해 카메라로 공간을 비추고 가구를 선택하면, 공간의 크기와 기존 가구를 스캔하여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다.

출처: 구찌

구찌의 앱도 마찬가지로 운동화 피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원하는 신발을 선택한 후 카메라로 발을 비추면 운동화를 가상으로 착용한 모습이 화면에 보여진다. 이러한 아이템들은 메타버스 속 아바타의 아이템과도 연결지을 수 있다. 구찌가 가상 전시를 통해 판매한 가방은 실제 가방보다도 비싸게 팔렸다. 나이키와 루이비통 등도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아이템 자체를 팔거나, 아이템과 같은 실제 옷을 현실에서 팔고 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제페토에 전시관을 열고 이용자가 아바타로 간접 시승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5) 빠른 데이터 학습으로 다양한 산업군에 기여

자율주행차 회사 '웨이모'는 2016년 출시 후 5년 동안 다양한 환경변화 속에서 오프라인 2000만 킬로를 주행하며 데이터를 모았고, 이걸 토대로 자율주행 성능을 높였다. 다만 웨이모는 최근 소개한 '시뮬레이션 시티'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하루 3400만 킬로를 주행하고, 4만여가지의 외부환경 변수를 학습하고 있다. 루만에 지난 5년보다 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킨다=일상을 변화시킨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확장가능성은 메타버스가 미래에 파괴적으로 성장할 것임을 시사하며,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메타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에서 충족받지 못하는 니즈를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메타버스가 대중적이지 않지만, 조금 더 발전된 기술로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면 우리의 일상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직접 출근하지 않는 회사, 직접 매장으로 가 신어보지 않아도 구매할 수 있는 신발,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직접 보러오지 않아도 되는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직접 경주까지 가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유적지, 빠른 데이터 학습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되는 기술 등 이 든 모든 것이 실현된다면, 그 무엇보다 우리의 "일상" 그 자체가 파괴적으로 변할 모습이 그려진다.


정부는 메타버스 시장이 더 확대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메타버스를 포함한 '5G특화도시' 계획을 발표했으며, 메타버스 기반 마켓사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또한 통신 3사, 현대차, 네이버랩스, 방송3사 등이 합류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하기도 했다. 메타버스의 특성 중 하나인 빠른 데이터 학습이 메타버스의 발전과 성장에 기름을 부어 줄 것이며, 위와 같은 다양한 기업들과 정부의 투자와 지원이 합쳐진다면 메타버스는 더욱 더 파괴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30대 김민수 과장, 메타버스로 출근하다


9시까지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30대 김민수 과장은 8시 55분에 일어났다. 급하게 컴퓨터를 키고 네트워크에 접속해 출근을 했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아바타를 회사 건물 안으로 이동시키는데, 다른 아바타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고 있다. 출근길은 1분도 걸리지 않는다. 김민수 과장의 회사는 모든 직원이 영구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메타버스 기업이다. 회사동료들은 오직 메타버스 안에서만 만난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김민수 과장은 네트워크 출근 덕분에 기존에 서울에 있던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아바타의 머리 위에는 직원의 이름과 소속이 떠 있다. 김민수 과장의 사수 아바타가 다가오자 거리가 가까워지며 실제 얼굴을 볼 수 있는 웹캠과 마이크가 작동되어 소통했다. 팀별로 앉아서 회의를 하는데 옆 사람이 커피 마시는 소리가 들렸고, 김민수 과장은 방해금지모드를 켜서 마이크와 카메라를 껐다. 

출처: 페이스북

그가 회사 업무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쇼핑과 덕질이다. 퇴근 후 쇼핑몰 앱에 접속해 옷을 입어본 후 구매를 진행하였고, 떨리는 마음으로 최애 아이돌 팬싸인회에 참여했다. 팬싸인회가 끝나자 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그대로 이동하여 친구를 만나 팬싸인회에 대한 수다를 떨었다. 

김민수 과장이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지도 벌써 5년이 되었다. 5년 전 실제 돈을 주고 산 땅이 크게 올라 조만간 땅을 팔 예정이다. 그렇게 번 돈으로 새로운 차를 뽑을 생각이기에 다양한 곳들을 방문하며 차를 시승해보는 중이다.

이 모든 것이 메타버스 속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최근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대표가 5년 내에 회사를 메타버스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을 밝혔을 만큼 메타버스는 파괴적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급성장과 동시에 메타버스는 현실에서의 문제가 고스란히 재현되기도 한다. 아바타로 개인 간 상호관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욕, 비하, 인신공격과 같은 문제가 생기고, 청소년의 이용 비율이 높은 만큼 탈선의 장소로 활용되거나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 메타버스 속에서 미성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한 남성이 징역 2년과 5년간의 성희롱 예방 명령을 선고받았다. 전인류의 생활을 바꿀 초혁신적인 플랫폼이 도래하고 있지만, 메타버스 내의 범죄와 부작용, 불안 요소에 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메타버스의 윤리적인 문제에도 귀 귀울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연세대 경영 황정아

jenniferh70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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