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최유리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대는 물음이다. 올해 초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 관광 전망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종식 이후 가장 하고 싶은 여가 활동은 ‘여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놀랍지도 않다. 코로나와 더불어 ‘방콕’여행이 일상화된 지금, ‘방콕’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픈 마음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음을 필자도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단연 근 3년 내 다시금 폭발적인 성장을 할 산업이 여행이라고 함에 부정할 이는 그 누구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 하늘길은 막혔고 공항은 먼지만 날렸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여행산업은 위기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크게 위축되었다.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85.6% 감소했고, 2020년 1월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국내여행마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한국 여행협회가 운영하는 여행정보 센터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폐업한 여행사는 4878개에 달하며 휴업을 택한 여행사는 101개다. 이에 전문가들은 2020년을 세계 관광업계에게 역사상 최악의 해라고 평가한다. 이렇듯 여행이 단절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코로나19 그 이후의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비대면, 온 택트가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며 사람들은 이제 여행과 비대면, 그리고 온 택트를 결합하기 시작했다. 폭발하는 여행 욕구의 대체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나아가, 코로나가 종식되거나 위드 코로나가 도래한 미래의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트래블테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트래블테크(Travel tech)는 여행을 뜻하는 ‘트래블(Travel)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결합한 것으로 기존의 OTA(Online Travel Agency)보다 진보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여행 서비스를 말한다. 이는 코로나19를 기준으로 더욱 성장한 개인 성향 맞춤형 관광에 대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 세대가 트렌드 리딩 그룹으로 부상함에 따라 트래블테크의 효용이 더 인정받고 있다. 이에 한국관광공사에서도 국내 관광 업계의 디지털 전환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20 한국 관광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데모데이 Beyond.K ‘를 개최하며 트래블테크의 발전을 장려하고 있다.
트래블테크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는 AI, 빅데이터 엔진을 기반으로 숙박, 레저, 교통, 식음, 언어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이다. AR · VR을 채택해 객실 미리 보기, 길 안내 및 지역 가이드 서비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객실 환경 제어 및 수하물 관리, 생체 인식 기술을 통한 비대면 결제, 체크인·체크아웃 등은 여행산업 전반에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주자들로 클룩과 마이리얼트립을 뽑을 수 있다. 여행자는 자유여행 시장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여행 액티비티 플랫폼인 클룩에서 다양한 여행 액티비티를 손쉽게 예약할 수 있다. 클룩의 미션은 더욱 쉽고 즐거운 여행으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잊지 못할 순간을 예약하세요"라는 슬로건 하에 렌트카, 액티비티 투어, 티켓, 호텔 등에 대한 원스톱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관적인 디자인과 철저한 보안 시스템 하에서 간편하면서도 안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누적 여행자 820만 명을 넘어서며 국내 최고의 트래블테크 회사로 빠르게 성장 중인 마이리얼트립도 마찬가지이다. 마이리얼트립은 "모든 경험을 연결하여 여행을 혁신한다"라는 슬로건 하에 여행 준비, 항공, 숙박, 현지 교통, 현지 경험 (투어, 티켓, 특가여행, 패키지) 등 모든 여행 경험을 연결하여 새로운 여행 방식을 제공한다.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의 관광이 다가오기 이전, 현시점의 여행에 대한 니즈를 내버려 두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을 떠나 보자.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이다. VR과 여행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한 기업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통해 Phase 2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VR과 여행의 결합의 성공 사례 중 하나로 디안트보르트를 뽑을 수 있다. 디안트보르트는 VR 과 함께하는 새로운 여행을 제시한다. 일례로 디안트보르트는 작년 제주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VR을 통해 미리 여행을 가볼 수 있는 '제주 투브이알'을 출시했다. VR 헤드셋을 쓰면 제주도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성산일출봉, 백록담과 같은 유명 관광지는 물론, 다른 여행자들은 알지 못하는 숨겨진 명소까지 방문할 수 있다. 이러한 VR 기술과 여행의 결합으로 사람들은 이제 제주도 여행에 대한 간접 체험은 물론, 뉴 노말 시대의 여행을 미리 철저하게 계획할 수도 있다.
VR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일부 여행기업들은 메타버스 플랫폼과 협업하여 가상현실에서 여행의 자유와 재미를 제공하고 실제 여행을 유도하는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간접 경험은 간접 경험일 뿐, VR과 메타버스를 통한 여행은 여행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여행 욕구를 온전히 충족해 주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영상을 보면서 대리 경험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여행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을 심어주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또한 현재 제안되는 비대면 여행의 트렌드가 코로나 종식 이후 다시 원점으로 회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랜선 여행을 통한 간접 여행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일시적 해소 방안에 불과하다.
이에 뉴노멀 시대의 랜선 여행은 쇠퇴하고, 랜선 여행은 오히려 관광취약계층을 위한 선별적 복지 수단으로 전환될 것을 예상한다. 현재 정부는 문화누리카드를 통해서 삶의 질 향상과 문화격차 완화를 위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국내여행, 체육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혜택을 받는 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트래블테크의 발전을 계기로 정부의 여행 지원금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고 '더 많은 사람이 더 쉬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여행 복지의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예측해본다.
여행을 떠나기 전 당신을 괴롭히는 한 가지, 바로 일정 수립이다. 여행 당 평균적으로 숙소, 식당, 액티비티 검색과 예약에 여행자들은 평균적으로 5시간 이상을 투자한다고 한다. 가고자 하는 곳을 찾고 이들을 연결하는 숙박, 교통 등을 고민하고 예약하는 과정은 생각만 해도 당신을 괴롭게 만든다.
이러한 당신을 위해 트래블테크는 당신이 고민에 고통받지 않도록, 당신을 위한 당신에게 최적화된 일정을 짜 준다. 여행자들의 여행 코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여행 코스를 추천하고, 투어 택시 중개까지 해 주는 ‘로이쿠’ 가 있는가 하면, 자체 구축한 여행 취향 데이터와 여행지 데이터베이스, 추천 알고리즘에 기반해 개인 취향에 최적화된 여행 일정을 제공하는 ‘스토리시티’도 당신의 여행 일정을 책임진다. 코로나19이후 재편되는 여행시장에서, 이러한 맞춤형 여행 디자인 서비스들은 알려진 관광지 이외에도 여행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새로운 여행지를 제안하며 색다른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 MZ 세대를 자극하는 리뷰들을 한곳에 모아주어 가고 싶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또한 트래블테크가 확장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일이다. 로이쿠는 여행 코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코스를 추천할 뿐만 아니라 ‘여행 친구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여 혼자서 택시 요금을 부담하기 어려운 여행자의 금액적 부담은 덜고 편리함은 더한다. 또한 스토리시티에서는 일정 추천에서 한 단계 나아간 원스톱(one-stop)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여 숙소 및 액티비티 예약까지 한 번에 모두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맞춤형 여행 디자인 서비스들이 제공할 놀라울 정도의 편리함과 새로운 여행지의 발견의 매력은 500스타트업의 눈도장을 받아 두 회사 모두 프리 시드 단계의 투자유치를 진행했다. 요동치는 관광 산업의 주가도 트래블테크의 성장 잠재력을 모두가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뉴 노멀 시대의 관광에서 여행지를 선택할 때 '볼거리 제공(12.1%)', '코로나19 확산이 적은 지역(12.0%)'이 1, 2위로 차지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트래블테크가 '사람이 밀집되지 않은', '나만 아는 여행지'를 추천해 줄 수 있다는 데에 소비자들은 트래블테크를 매력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해당 서비스가 해외로 진출하였을 때 세계의 여행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리함과 매력 유인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트래블테크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이처럼 스타트업들의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 속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빛내며 발전하고 있는 트래블테크는 코로나19의 진탕에 빠진 여행산업의 한 줄기 빛과 같은, 코로나19의 위기를 딛고 새로운 여행 패러다임을 구축해낼 수 있는 이른바 ‘슈퍼루키’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뉴 노말 시대의 관광은 우리가 알던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UNWTO에서 최근 실시한 전문가 패널조사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오는 2023년을 관광시장이 살아나는 시점으로 지목했다. 2023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트래블테크의 성장과 더불어 우리가 여행 계획에 소요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고 여행 자체의 즐거움에만 집중할 수 있을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여행 방식의 중심에 트래블테크가 굳게 뿌리박고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을 테니, 코로나19가 끝나면 부디 여행을 갈 수 있게 트래블테크가 만들어낼 여행산업에서의 혁신을 손꼽아 기다려보자.
연세대 독어독문 최유리
urisys23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