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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웹툰이 틀린 말이라구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박리아



'웹툰'

국내 웹툰 기업들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아는 단어인 '웹툰', 그러나 그 단어가 한국에서 처음 조합되어 사용된 것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Web(웹)과 Cartoon(만화)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인 웹툰은 한국의 인터넷 만화를 지칭하는 말이다. 영미권에서는 웹상에서 볼 수 있는 만화를 Web Comics로 부른다. 종이 만화를 그대로 디지털로 옮겨와 옆으로 넘기는 형식이었던 이전까지와는 달리 화면을 세로로 스크롤해 읽는 방식의 만화는 한국에서 처음 도입한 방식이다. 이런 새로운 형식으로 ‘웹툰’은 한국식 디지털 만화를 일컫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만화 강국 일본의 만화를 ‘망가’라는 고유명사로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웹툰이 점점 글로벌하게 성장해 가면서 국내 언론에서는 'K웹툰'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이것은 틀린 단어일 수 있다. 망가를 J망가라고 부르지 않듯, 동어 반복의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웹툰, 종이 만화랑 뭐가 달라?


  다르다! 


  1. 웹툰은 100% 풀컬러, 매주 업데이트 되는 연재물의 형식이다. 미국의 코믹스는 컬러풀하고 단편적인 성향의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일본의 망가는 흑백이고 오래 연재하는 시리즈물이다. 이 둘의 장점이 적절하게 혼합되어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 웹툰이다.


  2. 웹툰은 '만화'라는 분야에 대한 기존의 접근 방식을 깼다. 이전에는 정식으로 배운 사람만이, 꼭 만화가만이 만화를 그릴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웹툰은 그렇지 않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그림으로 표현해내 독자들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웹툰을 연재하는 것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꼭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 등을 주 소재로 하는 웹툰들이 늘어났다. 만화 콘텐츠의 장르 자체가 확장되며 이러한 만화들이 웹툰 플랫폼 자체의 경쟁력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좌)출판 만화의 컷 구성, (우)웹툰의 컷 구성

  3. 웹툰은 스캔한 종이책을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해준다. 앞서 언급했듯,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큰 시장 규모를 가진 일본과 미국에서도 디지털 상으로 제공하는 만화들은 그저 종이책을 스캔한 형식에 불과하다. 그러나 웹툰은 나누어진 칸이라는 틀을 깨고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컷 구성을 만들어냈다. 일본 만화를 좋아해 자주 보는 필자만 하더라도 많은 컷과 대사가 담긴 휴대폰 화면을 한 눈에 볼 수 없어서 계속해서 화면을 확대하며 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 적이 있고, 그러는 순간마다 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와 다르게, 웹툰은 독자가 스마트폰 화면을 세로로 스크롤 하며 한 컷씩 보게 하는 방식으로 시각적으로 집중도를 높인다. 출판 만화의 컷 형식에 비해 연속되는 연출을 할 수 있어 부드러운 흐름으로 만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에서 웹툰은...


국내 웹툰 시장 규모와 세계 디지털 만화 시장 규모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19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사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국 웹툰의 글로벌 거래액은 전년 대비 13.6% 성장하며 사상 최초 1조원을 돌파하였다. 또한, '2020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만화 분야는 전체 콘텐츠산업 매출액 126조 368억 원 중 전년 대비 21.2%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들의 디지털 만화 시장 규모와 비교해보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디지털 만화 시장은 일본이 4조 5410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뒤로 미국이 1조 7925억 원의 미국 시장이 차지하며 2위에 올랐고, 한국은 1조 5535억 원의 시장 규모를 가지며 글로벌 디지털 만화시장의 강자들을 바짝 쫓고 있다.


일본 내 만화앱 시장 매출 점유율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압도적인 시장 규모를 가진 만큼 오랜 역사와 탄탄한 기존 콘텐츠들의 입지를 가진 일본이 시장 내 웹툰의 진출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2020년 6월,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웹툰은 매출 기준 70%의 점유율을 합작했다. 만화 왕국을 상대로 만화앱 서비스 중 연간 매출 1위를 달성한 카카오의 픽코마를 시작으로 네이버의 라인망가 등 일본 시장으로의 웹툰의 진출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눈을 돌려 또 다른 국가들에서는 어떤지 살펴보자. 2021년, 태국과 대만 시장에 출사표를 내민 카카오웹툰은 각 국가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만화 분야 어플 1위를 달성하였다. 네이버 웹툰은 글로벌 시장에서 2020년 8월 기준 월간 67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남아시아 뿐 아니라 유럽까지 뻗어나가는 중인 네이버 웹툰은 프랑스 진출 후, 프랑스 구글플레이 만화 부문에서 200일동안 1위를 유지하였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큰 만화 시장을 가진 독일로도 진출한 상태이다.




웹툰이 가진 무한한 성장 가능성


앞으로 웹툰의 매력에 빠질 사람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진행한 국외 디지털콘텐츠 시장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만화 시장은 2022년까지 1조 598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계속해서 성장하는 웹툰의 기세와 더불어 웹툰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혹은 이미 진출한 국가이더라도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웹툰이라는 콘텐츠는 독보적인 존재이다.

  유럽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에서도 만화의 디지털로의 전환 속도는 매우 느린 상태인데, 그 이유는 한국외의 나라에서 디지털 만화라고 한다면 기존의 종이책을 스캔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단행본으로 이미 한 번 본 만화를 스캔본으로 또 볼 이유는 없다. 그래서 관련 플랫폼은 발전하지 않고, 작품의 다양성도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웹툰의 원작 작품은 오직 웹툰 플랫폼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출판사와 인쇄소의 일정에 구애받지 않는 온라인 유통 방식으로 훨씬 다양한 장르의 수많은 작품을, 그것도 매일 새로운 에피소드로, 웹툰 이용에 가장 적합하게 발달한 플랫폼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다. 현재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웹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다. 곧 웹툰의 매력을 알게 될 사람들에게서 앞으로 가져올 수 있는 파이가 너무나 크다.




만화 그 이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웹툰이 단순히 '만화'라는 분야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도 폭발적 성장을 예상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웹툰은 애니메이션부터 드라마, 영화의 원천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게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가공할 수 있는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OSMU) 콘텐츠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화 된 네이버 웹툰 원작 '스위트홈'

  네이버 웹툰 원작의 '스위트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고 공개되었다. 이 때, 전 세계 70개국 이상에서 인기 순위 TOP10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웹툰의 스토리가 '먹힌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웹툰 시장에서 이미 한 번 검증을 거쳤다는 점에서 흥행보장수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웹툰이 인기를 얻고, 인기를 얻은 웹툰이 다시 영상화 되어 인기를 얻게 되면 다시 웹툰으로도 신규 유입이 되는 선순환의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류정혜 부사장은 2021년부터 향후 3년 동안 65개 이상의 웹툰 기반 IP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단순히 만화 산업 뿐만이 아니라 OTT 서비스 등 관련 시장의 성장까지 함께 고려해보았을 때, 웹툰의 잠재력은 말그대로 무한하다.




종이책에선 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웹툰이 스마트폰으로 이용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도 앞으로의 성장에 간접적으로나마 힘을 실어준다. 스톡앱스(StockApps)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7월에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수는 거의 53억 명에 이르렀으며 이는 세계 인구의 67%에 해당한다. 거기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스마트폰 사용량도 늘었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하루 평균 약 1시간 55분으로 2019년 대비 16분 증가했다. 웹툰을 즐기기 위한 준비물과 환경은 앞으로 점점 더 마련되어 갈 것이다.

카카오웹툰의 새로운 이용자 경험 IPX

  또한, 종이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제공되는 만큼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에 발맞춰 계속해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다. 웹툰 페이지에 들어가면 노래가 흘러나오고 컷마다 화면 효과가 나타나는 간단한 수준부터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 작품 추천, 웹툰 캐릭터들을 움직이게 만들거나 화면을 상하좌우로 확장할 수 있게 하는 등 기존의 출판 만화에서는 불가능했던 모든 것들을 웹툰이 해나갈 수 있다. 아직 웹툰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그동안 알고 있던 만화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주는 것이다.




  만화라는 단어 앞에 디지털이 붙기 전까지 만화는 만화 잡지와 단행본 등의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주간 혹은 월간으로 발매되는 만화 잡지나 신문에 연재되는 작품 중 인기를 끄는 작품들로 단행본을 내는 방식이 주를 이뤘으며, 그렇게 출판된 단행본이 수익을 얻는 주요한 경로였다. 이후 출판 만화 산업이 199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인 하락세를 겪는 상황에서 디지털 만화가 존재하지 않던 것도 아니었으나, 이런 상황에서도 디지털 만화의 방식은 부가적인 요소로 여겨졌을 뿐이다.

  그러나 모바일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콘텐츠 이용 환경이 완전히 바뀌어가면서 디지털 만화는 빠르게 성장했고 종이책을 중심으로 하던 만화 시장은 변화의 국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흐름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현재 만화 산업 내 이런, 어쩌면 이보다 더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웹툰이다.


  이 '한국식' 디지털 만화인 웹툰은 단순히 만화를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해왔던 것처럼 만화 작화에 있어서의 새로운 방식 뿐만 아니라 만화 생산의 주체부터 소비자, 콘텐츠 생산 구조, IP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까지 만화의 출판을 넘어 그 이상의 것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지하철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웹툰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으며, 어제까지 회사원이던 친구가 웹툰 작가가 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신(新)한류 콘텐츠


  BTS가 빌보드에 오르고 기생충이 칸과 아카데미를 석권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전세계 순위 부문에서 며칠 내내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제는 모두가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스크롤할 때가 왔다. 지금까지 앞에 K자를 달고 전세계를 빠지게 했던 한류 콘텐츠들처럼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의 세계적 지위를 굳힐 신(新)한류 콘텐츠로서의 웹툰을 기대해본다.





연세대 경영 박리아

riapar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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