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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는 현재진행형 그리고 미래진행형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0기 백지현


소유도, 공유도 아닌, 구독의 시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넷플릭스, 멜론, 이모티콘 플러스, 뉴스레터. 우리 주변에서 사용자들을 아주 쉽게 그리고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서비스나 재화를 소유하는 것도, 타인과 공유하는 것도 아닌 '구독'하는 구독경제라는 것이다. 


    경제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는 소유경제이다. 초기 인류는 사냥과 채집을 통해 식량을 '소유'하였으며, 소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현대 사회까지 이어져왔다.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은 노력의 불씨가 된다. 원초적인 형태의 소유경제에 이어서, 몇 년 전에는 공유경제가 우리에게 새로운 경제의 흐름으로 다가왔다. 에어비앤비(airbnb)와 우버(uber)는 대표적인 공유경제의 예시로, 차량과 거주공간 등 우리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의 공유를 제공하며 우리 삶의 큰 부분으로 자리하였다.


 소유경제도 공유경제도 아닌 구독경제란 무엇일까? 구독경제란 일정 기간 동안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 혹은 제품을 이용하는 형태의 경제를 뜻한다. 공유경제가 차량 혹은 거주공간과 같이 값 비싸고 부담이 되는 제품의 비용을 분산하며 부담을 덜어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면,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필요한 만큼만 쓰고 경험하는 효율성에서 시작되었다. 구독경제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기간만큼 많은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구독경제에서 소비자는 본인이 쓴 만큼만 내고, 다양한 선택의 여지 중 본인의 취향에 맞는 경험을 구매할 수 있다

    


계속해서 커지는, 구독경제 산업


출처: 카드고릴라

    금융감독원과 크레디트스위스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시장의 경우 시장규모가 2016년부터 2020년 4년 사이 16조원에서 40조원으로 150% 가량 상승하였고, 세계 구독경제 시장의 경우 5년 사이 4,200억 달러에서 5,300억 달러로 1,100억 달러가 상승하였다. 상승한 규모도 규모이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구독경제 시장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시장이 더욱 커지고, 이에 따라 더 많은 분야의 구독경제 서비스가 나타나고, 새로운 형태의 구독경제가 세상을 놀라게 할 가능성도 높다.


 구독경제 시장의 확대는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구독경제 서비스가 늘어감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구독경제는 크게 넷플릭스와 같은 OTT서비스나 클라우드와 같은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이 포함되는 온라인 시장과 제품을 직접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오프라인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나 우리에게 이젠 익숙해진 온라인 구독 서비스외에도 면도기, 생리대, 타올 등 마트에 가서 직접 구매한다는 인식이 강한 생필품들 역시 구독경제 시장에서 이제는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 구독경제 시장이 우리 삶에 아주 근접해왔으며 이와 같은 우리 삶의 기초적인 부분들에도 더 많은 변화를 줄 것임을 시사한다. 많은 구독 서비스 중에서도 구독경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OTT의 제왕, 넷플릭스


출처: 넷플릭스

    두둥, 소리와 함께 우리에게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넷플릭스 역시 사업 초창기에는 오프라인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1997년에 설립된 넷플릭스는 1998년부터 비디오 대여 사업을 시작했고, 1999년 구독자에게 택배로 무제한 DVD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월 구독료는 16달러였고, 현재는 월 구독료를 내고 영상을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형태가 친숙하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모델이었다. 파격적인 모델이었지만, 넷플릭스가 현재의 명성을 가지게 된 것은 2009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서 부터이다. 


 넷플릭스의 이러한 구독 서비스는 영상 매체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TV채널을 돌리는 것에서 이용자들은 넷플릭스에서 무엇을 볼지 고르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됐다. 2017년 넷플릭스 구독자 수가 케이블 TV 이용자 수를 넘어서게 된 것으로부터 이를 알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역시 '넷플릭스 감성'의 새로운 작품들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기묘한 이야기 (Stranger Things)>, <오렌지 이즈 더 뉴블랙(Orange Is The New Black)>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봉준호 감독의 <옥자>외에도 넷플릭스는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알폰소 쿠아론, 폴 그린그래스와 같은 거장 감독과 협약하여 작품성 높은 작품들을 제공하며 자리잡고 있다.



생리대는 매달 필요하니까, 해피문데이

출처: 해피문데이

 월경을 하는 여성이라면, 한 달에 약 20개-25개 정도의 생리대 혹은 탐폰을 필요로 한다. 여성에겐 생리대란 매달 구매해야하는 생필품이다. 생리대를 구매하는 주기는 보통 한 달로, 구독경제 모델이 도입되기에 아주 적합하다. 해피문데이는 2017년 유기농 생리대 정기배송 서비스를 론칭하였고 동해 국내에서 자체 브랜드 생리대 생산을 시작하였다. 2020년에는 월경관리앱 헤이문을 선보였다. 해피문데이의 정기구독 서비스는 월경주기(28일±α,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다)마다 제품을 보내주고, 제품 구성 역시 탐폰, 소형, 중형, 대형, 오버나이트 등 여러종류의 생리대 중 자신과 맞는 제품으로 본인이 직접 구성할 수 있다. 


출처: 헤이문

 필자 역시 해피문데이 구독 서비스와 어플 헤이문을 사용한지 1년 정도가 다 되어간다. 월경 주기를 따로 기록해주는 어플을 사용했었는데, 헤이문에서 월경 주기를 기록해주고 해당 어플에서 해피문데이 정기 구독 배송주기 확인이나 구성 변경까지 한 번에 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이 외에도 월경을 하는 여성에게 유용할 피임약 정보, 산부인과 질병, 혹은 월경통에 대한 정보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IT 기술의 발전은 구독경제 발전의 어머니


출처: 어도비

 

 IT 기술의 발전은 현재 구독경제 산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프트웨어 구독 시장의 발굴과 발전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어도비, 웹 메일, 구글 클라우드, 네이버 클라우드, 드롭 박스 등이 구독경제 산업에서 수익을 내는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SaaS*라고 부른다. SaaS는 사용 기간이나 사용량을 바탕으로 비용이 책정된다. 즉 구독자가 사용한 시간만큼, 사용한 양만큼 결제를 하게 되는 구독경제의 장점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서비스이다. 또한 대부분의 SaaS가 제공하는 무료 체험 서비스를 통해서 소프트웨어를 구매할지 말지 직접 사용해보고 결정할 수 있다.

*SaaS: Software as a Service


 SaaS를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는 부담이 가는 프로세스이다. 또한 소프트웨어의 실적이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독경제의 무료 체험 모델은 이러한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기업은 고객의 반응을 살피며 업데이트를 진행하여 사용자 이탈을 최소화하며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 IT기술의 발전이 구독 모델의 시장을 넓히고, 이것이 다시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선순환이다.


 구독 모델을 도입한 소프트웨어 회사 중 대표적인 예시가 어도비이다. 어도비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애프터이펙트 등 유명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상당한 매출을 내는 기업이 구독 모델로 전환하는 것은 기존의 판매 매출을 급속도로 순간 감소시키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다. 어도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소프트웨어 판매 대신 구독 모델로 비즈니스의 중심을 옮겼다. 그리고 어도비의 실적은 구독 모델로의 전환 이후 크게 상승했으며, 주가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어도비의 성공적인 사례 이후 SaaS 기업에서 구독 모델은 비즈니스의 중심축이 되었다. 구독자 입장에서는 비용적으로 부담이 되는 프로그램 구매 대신 훨씬 저렴한 월 구독료를 지불하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무료 체험을 통해 지속적 사용 여부 또한 결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독 모델의 장점은 구독자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구독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탈을 없애기 위해 사용자의 불편 사항에 집중하고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는 더욱 고도화된다. 소프트웨어 기능이 중요한 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구독모델의 특징은 성장할 수 있는 커다란 발판이 된다.



소유에서 경험으로, 그리고 MZ


 MZ세대는 1980~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로, 온라인 상의 활동에 적극적인 MZ세대는 빠른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소비를 촉진시킨다. MZ세대 소비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서비스를 단순히 소유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는 것에 큰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월급을 꾸준히 모아서 내 집과 차를 '소유'하는 것보다도 필요한 만큼, 비용도 딱 그만큼 지불하고 '경험'하고자 한다. 소유 대신 경험을 제공하고, 이 경험에 바탕하여 지속적인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구독경제 산업의 특징은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다.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구독경제는 새로운 모델을 끊임 없이 내보이며 근 3년 안에 우리 삶의 기초적인 부분들부터 여가 생활 영역까지 굳건히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앞선 언급한 해피문데이를 예시로 들어보자. 생리대는 필수품 시장이고, 수많은 생리대 기업들이 존재한다. 기존의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제시했다. 저렴하게, 그리고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홍보를 했다. 해피문데이는 어떠한가? 소비자에게 직접 경험할 기회를 준다. 무료 체험팩을 보내주고, 마음에 들면 구독을 시작할 수 있다. 또한 구독자의 주기에 맞추어 정기적으로 제품을 보내준다. 그 제품 구성 역시 본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이니스프리 공병공간 팝업 스토어, 출처: 이니스프리

 

 미래의 구독경제 산업은 제품과 서비스 외에도, 브랜드 스토리와 브랜드 철학에 대한 경험을 구독자에게 제공할 것이다. MZ세대는 단순한 제품력 외에도 선한 소비,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기 때문에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 또한 그들의 관심사이다. 현재 이니스프리 공병공간,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하우스도산 등 많은 기업들이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통해 MZ세대에게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을 전달하며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있다. 구독 경제 산업 내에서도 브랜드 철학을 뉴스레터 방식 등으로 구독자에게 전달하고,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등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측한다.



 당신만을 위한 구독 서비스


구독경제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그 분야 역시 너무나도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사람들의 취향은 더욱 다양해져가고 자신의 취향이 존중 받기를 원한다. 따라서 미래의 구독 경제 산업은 더욱 개인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구독경제 산업에서 기업과 고객은 한 배를 탄다. 기업은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의 불편을 적극반영하여 각각의 구독자에게 맞춤인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구독의 모델에서 각 고객은 페르소나가 된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속에서 고객 한 명의 불편사항은 그저 묵살 당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 각각의 소비자의 의견이 중요해지고, 구독경제 산업은 소비자의 지속적인 구독에 따라 존폐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더더욱 구독자의 의견을 존중해야한다. 


사람의 피부는 다 다르니까, 와이즐리


 미래 구독경제 산업에 큰 방향성이 될 이 개인화 전략을 현재에도 아주 잘 수행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면도기 구독서비스인 와이즐리이다. 와이즐리는 사람의 피부와 수염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다. 와이즐리는 고객에게 얼마나 자주 면도를 하는지, 피부 타입은 어떠한지, 면도할 때 불편 사항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면도기 핸들 생상도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와이즐리는 고객의 피부 타입과 불편사항에 근거한 구독 패키지를 제안한다. 와이즐리는 이러한 전략들로 질레트, 고루코, 쉬크에 이어 우리나라 전체 면도기 이용률 4위를 차지했다. 4위이지만 1~3위 기업은 수십년의 역사가 있는 반면 와이즐리는 3년만에 이러한 성과를 거두었다.


출처: 와이즐리

최근 출시된 와이즐리 프로를 보고 필자가 느낀 것은, 와이즐리는 정말 개인화 전략의 강자이다. 와이즐리는 기존의 자사 제품에 낮은 평점 후기나 불만의 후기를 남긴 고객들에게 신제품 라인인 WISELY PRO 키트를 증정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WISELY PRO는 별 1개짜리 후기들을 바탕으로 개발된 제품이다. 와이즐리는 고객의 불편 사항을 직접 반영하여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WISELY PRO 한정판 키트에는 '절삭력이 살짝 부족한 느낌', '털 많고 수염 굵은데 와이즐리 못 씀'과 같은 실제 후기들이 패키지에 여과없이 삽입되어 있다. 그리고 해당 후기를 남긴 고객에게 단점을 보완한 제품을 가장 먼저 증정했다. 와이즐리 브랜드 팀은 "안 좋은 후기를 쓴 분들에게 가장 먼저 평가받고 싶었다. 와이즐리에 악플을 남기셨던 소비자도 결국 와이즐리의 고객이다. 와이즐리와의 만남이 후회로 끝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고객 각 개인의 의견에 이보다 더 집중할 수가 있을까. 와이즐리의 마케팅 전략은 구독경제 산업에서 개인화 전략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무한대로 발산할, 구독경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오래된 것은 더더욱 도태되고, 새로운 것은 더더욱 각광받는다. 구독경제 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한다. 특히 앞서 설명된 IT기술은 굉장한 속도로 발전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구독경제 모델이 끊임 없이 나타난다. 근 3년 안에, 소비와 트렌드의 큰 축이 되어갈 MZ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여 경험을 제공하고, 각 개인의 취향에 맞추는 구독경제는 성공할 것이다. 또한 구독 경제의 개인화 전략의 큰 성공 아래, 많은 산업들이 개인화 전략을 적용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듯이, 그 초심을 잃지 않았을 때의 무한대로 발산할 구독경제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보며 글을 마친다. 



연세대 경영 백지현

wlgustt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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