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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주문하신 똑똑한 호텔 나왔습니다!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임수연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전례 없던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산업들이 있다. 항공업, 관광숙박업 등 관광레저 부문의 소비지출액이 작년과 비교해 약 24조 5000억 원 감소했다. 이중 호텔업의 누적 피해액은 1조 8406억 원에 달한다. 언제 끝날 지 모를 팬데믹 상황에서 이 산업들도 나름의 살 길을 찾고자 다양한 시도들을 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을 디뎠다. 그리고 약 2년이 지난 현재, 코로나19가 뉴노멀이 되고 백신 접종률이 과반수 이상을 넘어가며 잠시 움츠려 들었던 산업들이 다시 자리를 박차고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필자는 이 중에서도 숙박의 꽃, 호텔 산업, 특히나 스마트 호텔 산업은 어떠할지에 대해 초점을 두도록 하겠다.  



호텔, 그리고 스마트 호텔의 잠재력


  그렇다면 스마트 호텔이 근미래에 각광받을 산업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 섹션에선 1) 호텔 산업 전반의 수요, 2) 호텔 방문 목적의 변화/확장, 3) 새로운 기술 접목을 통한 스마트 호텔로의 진화와 성장 가능성을 소개하겠다.

  

1. 관광/여행 산업의 부활

  일단 호텔이 가지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고, 그중 우리가 가장 근본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목적은 숙박이다. 바꿔 말하면, 타지나 해외로 가는 항공길이 막히는 순간 호텔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숙박 수단으로써의 호텔이 큰 침체기를 맞이한 것은 사실이나, 현재 이 침체기의 끝이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조금씩 오르는 데 맞춰 해외여행권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과 사이판이 트래블 버블(방역관리에 대한 신뢰가 확보된 국가 간 격리를 면제해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는 제도)을 시행하자 사이판행 항공권이 올해 12월까지 예약 완료되었다. 앞으로 트래블 버블은 태국, 싱가포르, 괌까지 그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이다. 더불어 영국, 미국 등이 위드코로나 체제로 들어가며 많은 국가들이 점점 폐쇄했던 국경을 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항공사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해외 노선을 열기 시작했고, 약 2년간 여행을 떠나지 못했던 사람들의 여행 수요가 폭발했다. 여행이 허용되자 자연스럽게 숙박 예약도 비례적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Criteol의 자료에 따르면, 2021 겨울 기준 전 세계 호텔 예약 비율이 가을 대비 2배가량 증가할 것이란 예측을 확인할  있다.

출처: Criteol


  2. 여가 트렌드의 변화


   코로나19로 인해 하늘 길이 막히자 사람들은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렸고, 그 과정에서 호텔이란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확장되었다. 국내 숙박 플랫폼 야놀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한 여가 트렌드를 SUPER - 특급(Supreme), 언택트(Untact), 개인화(Private), 의미 있는 경험(Experience), 반등(Rebound) - 이라고 정의했다. 이 중 특급, 언택트, 개인화, 경험 모두가 호텔에 적용 가능한 개념들인 만큼, 여가 트렌드의 중심에 호텔 산업이 있다.


  최근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리랙셔리(relaxury) 등 여가와 관련한 새로운 개념이 많이 등장했는데, 이 중에서도 스테이테인먼트(Staytainment)에 집중해보고 싶다. 스테이테인먼트는 stay + 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호텔 등에 머물며 객실을 넘어서 호텔 내부 전체에서 부대시설  각종 서비스/액티비티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서교동에 위치한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은 홍대만의 청년 문화와 예술을 반영한 새로운 분위기의 호텔로, 사라져 가는 홍대 문화를 재조명하기 위해 '사이드 노트 클럽'이라는 루프톱 바&라운지를 운영한다. 이곳에선 각종 칵테일을 즐기며 LP 음악, 디제잉, 라이브 공연까지 즐길 수 있다. 1-3층에는 스트리트 패션 편집숍이 있으며, 3층 라운지에선 바이닐, 매거진 등이 빽빽한 프린트 컬쳐 라운지를 마주할 수 있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 내부


  이 외에도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의 고온보드(Go on board) 호텔에선 골든블루마리나 보트 승선 기회를 제공하며, 롯데호텔제주에서는 주상절리를 모티브로 한 프라이빗 인피니티 풀에서 칵테일을 즐기고, 빔 프로젝터를 통해 영화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변화로 코로나19에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현재, 국내 호텔/숙박 결제 금액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동향을 보이고 있다.


출처: 와이즈앱·리테일·굿즈


  국내외 호텔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앞으로 호텔 산업은 코로나19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부분의 활동이 개인 단위로 바뀌었고, 사람들은 이에 익숙해졌다. 각자의 선호와 취향에 따라 관광 아이템이 달라지고 있으며, 이를 가장 잘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곳이 호텔이 되었다는 의견이 상당수이다. 소위 말하는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란 마인드로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를 구비한 호텔들은 고가이고 코로나19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어렵다. 현재 국내 고객만을 고려한 저 상승 그래프에 해외여행객들까지 더해진다면, 위 그래프의 결제 추정금액은 분명히 더 급격히 올라갈 것이라 예상한다. 요약하자면, 이전엔 단순 여행  숙박이 호텔의 주요 역할이었다면, 현재, 그리고 앞으로 호텔의 역할은 이보다  단계 나아간 '여가'  자체가  것이며, 그에 따라 커버하는 투숙객의 범위와 수가 이전에 비해 훨씬 증가할 것이다.


  3.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접목

   이렇게 호텔 산업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가 넓어지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적용되며 일반 호텔들이 스마트 호텔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 호텔에 적용된 가장 대표적인 기술들이 바로 IoT, AI, AR/VR이다. 실제 사례를 확인해보겠다.


  뉴욕의 요텔 호텔에선 키오스크를 통한 체크인을 하고 내부 로봇 YOBOT에게 짐을 맡길 수도 있으며, 객실 내에서는 테크노 월을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스트리밍 할 수 있다. 런던의 에클리스턴 스퀘어 호텔에선 침대 옆 키패드로 조명부터 음악까지 모든 기술적 기능을 간편히 컨트롤할 수 있으며, 방마다 아이패드가 구비되어 있어 방해 없이 모든 컨시어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코오롱호텔에선 국내 최초 언택트 기반 AI 골프 카트 서비스 헬로우캐디를 전면 도입했다. 헬로우캐디는 1인 1캐디 역할을 하는 지능형 자율주행 골프 로봇 하트로, 실제 캐디처럼 골프 코스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코오롱 호텔의 헬로우캐디


  앞서 언급한 호텔들이 스마트 호텔로써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들을 갖추었다면, 어로프트 방콕 수쿰윗 11과 도쿄 긴자의 헨나 호텔은 한 단계 더 앞서 나간 기술을 보유한다. 어로프트 방콕 수쿰윗 11 객실 내에는 음성 인식 기술과 개인용 로봇 집사가 마련되어 있다. 이 로봇 집사는 투숙객을 위한 어매니티를 가져다주며, 심부름도 해준다. 또한, 음성 인식 기술을 통해 투숙객들은 움직임 없이 조명과 온도 조정, 알람 설정, 목욕 설정까지 간편히 세팅할 수 있다. 헨나 호텔 리셉션에는 사람 형태를 띤 로봇이 투숙객을 맞이한다. 키가 아닌 안면 인식을 통해 입실이 가능하며, 객실마다 태블릿이 구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용 로봇을 통해 현지에서의 식사와 오락거리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전자기파를 이용한 냉난방 장치는 투숙객 맞춤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온도를 자동으로 맞춰준다. 최근엔 사람 로봇이 아닌 공룡 로봇이 투숙객들을 맞이하는 등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해 화제가 되었다.

출처: 국제뉴스

  아직 VR/AR에 대한 기술은 완전히 정착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 사례를 살펴보자면, 최근 롯데호텔 서울은 비건 뷰티 브랜드인 샹테카이와 함께 2021 Must Be Strawberry: Wild Future이란 프로모션을 진행해 AR 속에서 코끼리와 함께 인증샷을 찍는 이벤트를 제공했으며, 웨스턴 조선 서울은 LG유플러스와 함께 "Feel the Westainment Vibe" VR 기기 및 랜선 여행 콘텐츠 패키지를 제공했다.


  요약하자면, 스마트 호텔 산업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1) 호텔에 대한 수요는 다시 페이스를 찾았고, 2) 여행의 목적 그 자체 및 색다른 경험 제공까지 호텔의 의미가 넓어져  많은 고객을 유입시킬  있으며, 3)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4 산업 혁명의 가장 선두에 있는 산업  하나가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호텔이 궁금해요


  그렇다면 포스트코로나, 혹은 위드코로나 시대인 근미래의 스마트 호텔은 어떤 모습을 띨까? 그리고 앞으로 이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하이테크, 하이터치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점은, 앞으로 스마트 호텔 내에서 '사람'인 직원은 정말 필요한 인력이 아닌 이상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지브라 접객서비스산업 비전 보고서에 의하면, 66%의 투숙객들이 최신 기술과 연관된 경험을 할 때 더 긍정적인 인상을 받는다고 답했으며, 68%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체크인 속도를 더 빠르게 하고 싶다고 말한 만큼 앞으로의 호텔 경험은 전부 온라인화 될 것이고, 이는  하나의 통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번거로움 없이 이루어질 것으로 추측된다. 동시에 웨어러블 기기들이 호텔에 구비될 것인데리셉션, 혹은 호텔 내의 스마트 안경을 통해 객실이나 호텔 전반에 대한 영상을 보거나, 각종 이벤트 및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또한, 클라우드에 연결된 호텔 내부의 고속 이더넷(Ethernet)을 통해 고객들이 실시간으로 어떤 정보를 탐색하는지 확인하고, 즉각적으로 개인 맞춤형 프로모션 제안 및 혜택 제공을 하는 등 투숙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련의 데이터가 쌓이며 스마트 호텔은 고객이 예상하고 기대하는 것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게 되는 IoB 기술 측면까지 뻗어나가지 않을까 한다. 머지않아 Access & Networking의 패러다임이 일상에 자리 잡으면, 이러한 기술 도입은 스마트 호텔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직접적인 요인들이 될 것이다.


지브라 접객서비스산업 비전 보고서


  이렇듯 편리하고 빠른 호텔도 좋지만, 사람과의 상호작용 없이 기계로만 모든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호텔이 과연 이상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보통 호텔에 방문하면 친절한 태도와 밝은 미소로 고객을 응대하는 호텔리어가 있고, 룸서비스 등을 요청하면 마치 나만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바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호텔 방문 경험의 핵심은 집보다 나은 투숙 경험을 얻을  있는지이다. 그 과정에서 기술만이 접목된다면 편리함 측면에서는 당연히 스마트 호텔이 본분을 다하는 것이겠지만,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실제 사람과 소통할 때보다 그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따라서 개인적으론 무조건적으로 모든 방면에 기술을 도입하는 것보단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까지의 스마트 호텔 기술들을 보면, 대부분이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일을 처리하는지, 그리고 객실 내에서 얼마나 개인 맞춤형 환경을 조성하는지 정도이다. 대부분 객실마다 아이패드 혹은 개인 집사 로봇이 구비되어 개인화를 도입하고 있지만, 과연 이것들이 사람 사이 인터랙션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결국 앞으로 스마트 호텔의 숙제는 하이테크와 하이터치를 어떻게 균형 있게 가져갈  있을지이다.


  현재 필자가 생각하는 하이테크 하이터치를 균형 있게 가져가고자 하는, 미래 스마트 호텔의 선두에 서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르네상스 뉴욕 미드타운 호텔이다. 이 호텔은 로비를 Virtural Concierge 공간, 바꿔 말해 첨단 기술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본 컨시어지 공간에서는 근처 식당, 쇼, 이벤트, 쇼핑 등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Interactive Wall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 제공의 역할을 하며, 동시에 고객이 직접 Interactive Wall 등 첨단 기술이 도입된 시설을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 역할을 수행한다. 본 기술이 본래 호텔 직원들의 역할 중 하나인 안내 기능을 해주기 때문에, 호텔 직원들은 실질적인 개인 맞춤 고객 응대에 더욱 포커스를 맞출 수 있다. 즉, 일상적이고 다소 번거로운 안내 과정들은 주어진 전자기기를 통해 고객들이 직접 해결하며 그 과정에서 재미를 얻고, 직원들은 더 핵심적인 업무에 집중하며 고객과 호텔 사이 고도화된 인터랙션을 가능케 한다. 


르네상스 뉴욕 미드타운 호텔 Virtual Concierge


   다만 그렇다고 해서 르네상스 뉴욕 미드타운 호텔이 완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곳 역시 고객 유입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해보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하이테크적 부분은 눈에 띌 만큼의 성과를 낸 것이 사실이나, 하이터치적 부분에선 아직 이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똑똑, 주문하신 스마트 호텔입니다!


  이전부터 필자는 호텔이란 공간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았다. 호텔로부터 극대화되는 여행에 대한 설렘, 지친 일상 속 재충전을 위한 휴식의 거점, 혹은 공간적 개념을 넘어선 엔터테인먼트 경험까지. 현재의 호텔 산업은 다양한 기술과 개념의 접목을 통한 혁신의 과정 한가운데에 있다.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점은 앞으로의 호텔은 이전보다 더 똑똑하고, 더 빠르고, 더 편리한 공간이 될 것이며, 동시에 방문객들에게 숙박을 위한 수단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닐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스마트 호텔이 반짝했다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향후 천천히 진행될 예정이었던 호텔 산업의 진화를 가속화했으며, 그 과정 속 많은 트렌드적, 기술적 혁신들을 압축적으로 향후 몇 년간 더 이어나갈 것이라 전망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사람들의 라이프 트렌드가 바뀐 현재, 스마트 호텔이 얼마나 똑똑해질지, 동시에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두드릴 것인지 기대해본다.



연세대 아시아학과 임수연

sysl031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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