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박준현
부끄럽게도 본인은 아직 면허 미소유자다. 거창한 표현을 썼지만 쉽게말해 뚜벅이다. 올해 드디어 처음으로 시험도 보고 낙방도 하면서 운전이라는 세계에 발을 살짝 담궈봤는데, 운전을 배우면서 관심도 없던 자동차 유튜브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아버지께서 신차 구매를 고려하시면서 이차 저차 얘기도 많이 나눠봤다. 당연히 묵직한 세단을 사시겠거니 했는데 신기하게도 무조건 전기차를 살 생각이라고 하셨다. 당신 말씀으로는 향후 5년안에 내연기관 자동차는 시장에서 사라질것이라고. 친환경 자동차 보조금도 나오니까 일석이조다!라고 말씀하신 아버지에 더해 이맘때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출시 등 전기차 시장을 뜨겁게 달군 뉴스도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키운 계기가 되었다.
현재 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 자동차 시장은 화끈하게 성장중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93만 8966대가 집계됐다. 작년 5월 대비 40.6% 증가한 수치다. 그중에서도 전기차와 수소차는 각각 50.7%,98.7% 급증했다. 단순 통계뿐만 아니라, 자동차 기업들도 앞다투어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공략중이다. 국내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기차 출시에 더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들의 하이브리드/전기차 버전을 출시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 시장은 정책적으로도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데, 친환경차 보조금이 가장 대표적인 지원 정책이다. 특히 올해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더욱 많은 운전자에게 더 많은 금액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9만 9650대, 수소차 1만 180대에 구매 보조금을 지급했던 것을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수는 12만 1000대로 전년 대비 21.4% 증가시켰고, 수소차 보조금 지원 대수 역시 1만 5185대로 49.2% 증가시켰다.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더욱 친환경 자동차에 관심을 쏟는 것은 결국 이 시장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근거가 될 것이다. 분명 친환경 자동차 산업은 이미 각광받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주목받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관심은 그중 전기차에 몰려있지 않는가? 필자는 수소차의 미래를 이 글에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여러가지 근거와 전망을 통해 수소차 산업이 어떻게, 얼마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같이 알아보자.
사실 수소차에 대해 이름만 들어봤지, 전기차랑 뭐가 크게 다른지 구분이 안가는 분들도 많으실 것이다. 본인도 아버지 신차를 알아보면서 공부하기 전까진 뭐가 다른지 잘 몰랐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수소차는 기본적으로 수소연료탱크로부터 수소를 공급받아서 즉각적으로 전기를 발전시킨다. 그리고 이 전기로 바로 주행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전기 배터리를 통해 에너지를 얻어 주행하는 전기차와 연료가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다.
본격적으로 수소차의 장점들을 꼽아보자면
우선 배출하는 배기가스가 제로에 가깝다는 압도적인 장점이 있다. 수소와 산소의 반응을 통해 연료를 공급하다보니 물 이외 배출하는 물질이 없다. 그렇다보니 온실가스에 의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물만 내뿜는 자동차라 말만 들어도 얼마나 혁신적인가. 게다가 수소차는 공기청정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 수소차는 연료전지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깨끗한 공기가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수소차는 공기를 빨아들여 정화시키고 수소연료전지에 사용한 다음 다시 깨끗한 공기를 내보낸다. 운전자 입장에선 실감하기 힘든 효과지만 대략 한시간만 운전해도 성인 49명 정도가 한시간 숨 쉴 수 있는 공기량을 내뿜는다.
수소 연료 제조에 들어가는 단가가 저렴한 것도 수소차의 이점이다. 현재 나프타 분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수소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 1kg 당 5천원의 단가로 값싸게 생산되고 있다. 이때의 생산단가는 화석연료에 비해 훨씬 저렴한데다가,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2040년까지 kg당 단가를 3천원까지 낮출 계획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다.
더불어 연료 자체로써도 성능이 우수하다.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이 비교적 짧은 주행거리임을 생각한다면 중요한 지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가장 대표적인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차 '넥쏘'의 완충시 주행거리를 비교하자면 넥쏘가 최대 609km를 가는 반면 아이오닉5는 최대 43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이런 지점에서 장거리 운행 시 수소차가 전기차에 비해 큰 강점을 보여줄 수 있다.
추가적으로 수소차가 전기차에 비해 확실히 빠른 충전 시간을 지니고 있다. 수소차의 완충에는 5분 정도가 걸리면서 전기차의 대략 6분의 1 정도인데,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1분 내외인 것을 감안한다면 전기차보단 수소차가 더 이점을 지니고 있다. 또 전기차에 비해 확실히 가볍다는 것도 중요한 장점이다. 배터리만 400kg에 달하는 전기차에 비해 수소차는 연료탱크가 100kg정도에 불과해 무게에서도 우위 지점을 선점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가 모든 부분에서 좋았다면 이미 여러분들에게 익숙할 정도로 상용화가 되었을 것이다. 아직 수소차가 보완해야하는 점들도 함께 짚어보자.
가장 큰 단점으로는 역시나 부족한 인프라를 꼽을 수 있다. 수소차 충전소는 전기차 충전소에 비하면 아직 그 숫자가 현저히 부족하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전국에 69개 정도 밖에 없어서 수소차를 충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비싼 충전소 건설비로부터 기인하는데, 최소 200만달러로 전기차에 비해 5~6배 정도 비싸다. 충전소와 충전기 건설 모두 값이 많이 들다보니 얼마 없는 충전소에도 충전기가 충분히 배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운송비용이 상당히 비싸다. 가벼운 기체인 수소를 아주 강력하게 압축시키다보니 단순 액화 가스보다 운송이 훨씬 어렵고 비싸다. 그러다보니 트럭으로 운송 시 튜브 트레일러라는 특수차량을 사용하게 되는데 기존 천연가스보다 2~3배 정도는 더 지불해야한다. 충전소 건설비같은 초기비용과 운송비가 비싸다보니 에너지 회사에서도 수소 연료를 공급하는 것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여기에 더해 연료를 만드는 단가에 비해 연료비가 비싸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리고 세간에 알려진 것에 비해 훨씬 더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수소 연료지만 어쨌든 가연성이 상당히 높은 고압가스이기때문에 일반인의 입장에선 취급에 아주 큰 주의가 필요하다는 불편사항도 있다.
그렇다면 대체 수소차에겐 어떤 미래가 있을까?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본 것일까?
수소차가 지금 당장 부족한 인프라를 견디고 전기차가 차지한 친환경 자동차의 선두 자리를 뺏을것이라 예상하진 않는다. 수소차는 아직 성장의 초기 단계에 있고 여러 개선 지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세계적인 파리기후변화 협정이나 국내의 정부주도 친환경에너지 정책들을 미루어 보았을 때 향후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차와 수소차의 비중이 늘어난다는 예측은 필연적이다. 그 안에서 수소차의 향후 위치를 생각해보려 한다. 현재 가솔린과 디젤 기술이 동시에 공존하는 것과 비슷하게, 수소차와 전기차는 공존할 것이라고 예측 가능하다. 맥킨지, 블룸버그 등은 2030년 이후에도 수소차와 전기차는 공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수소차와 전기차는 서로의 기술이 비슷하기도 하며 부품 공유율이 70%에 이른다는 점에서 어느 한 기술이 사라질 것이란 예측은 맞지 않다. 다만, 두 자동차의 포지셔닝은 서로 달라질 것이다.
수소차는 향후 버스, 트럭등 상업용 차량인 상용차에 초점을 맞추어 발전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마켓앤마켓츠의 예측에 따르면 2025년에는 전세계 수소 사용차 시장의 규모가 1만 8823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아직 기존 내연기관에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이것도 거의 1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에서 예측한만큼 수소차의 포커스가 상용차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수소차의 단점을 상쇄하면서 장점을 더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내연기관 상용차들은 무겁고 많은 짐을 운송해야하는 특성 상 강력한 힘을 출력하는 디젤 엔진을 주로 사용한다. 디젤 엔진은 폭발적인 힘 만큼이나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여러 유해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환경오염 유발 물질인 질소산화물이 휘발유 대비 2배 이상이나 함유되어 있다. 상용차가 큰 만큼 배기량도 크고 엔진도 클 수 밖에 없다. 또한 상용차는 승용차에 비해 장거리 운행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오염물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만큼 상용차는 빠르게 친환경적으로 변화해야하는 필요성이 있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수소차가 상용차에 유리한 지점이 분명하다. 앞선 문단에서도 언급했듯이 디젤 엔진의 무게나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수소연료전지가 훨씬 가볍다. 또한, 주행거리나 차체를 늘릴 경우 전기차는 추가되는 무게가 수소차에 비해 훨씬 무겁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전기차로 비교를 해본다면 엔진 1kg당 주행거리가 6km와 0.9km로 수소차가 7배에 가까운 높은 효율을 보여준다.
이런 강점을 살리면서도 상용차에 집중한다면 높은 초기 비용을 크게 만회할 수 있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도 승용차가 아니라면 비교적 상쇄할 수 있게 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연구소는 2025년 이후 초기 시장이 정착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특히 유럽 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전기차 리더인 중국이 뛰어들면서 2030년엔 100만대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더해 맥킨지는 2050년에 이르면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약 70조원의 경제효과와 60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수소 에너지 산업을 통해 창출될 것이라 전망했다. 2019년 정부도 야심차게 2040년까지 수소 경제를 통해 사진과 같은 여러 경제효과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수소차 산업으로 대표되는 수소 에너지 산업은 아직 더 많은 기술 발전이 필요하고 도모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확고한 선두주자인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굴지의 기업들이 열렬히 기술 개발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3~5년간 수소차의 발전이 우리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내 전망에 따르면 수소차가 승용차 시장보단 상용차에 힘쓸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수소차 인프라는 확장될 것이고, 수소 버스는 지금의 서대문03처럼 더 많이 우리 옆으로 다가올 것이다.
연세대 영어영문 박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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