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디지털 사이니지와 함께라면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임수연
나 지금 영화 속에 있니?
올해 7월, 거대 고양이가 일본 신주쿠역을 점령했다. 강남에선 누군가가 바다 한 조각을 도려내 코엑스 건물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놀라지 말자. 이것이 바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의 힘이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쉽게 말해 IT기술이 접목된 광고/안내 표지판이다. 사실 신주쿠역의 고양이나 코엑스 역의 파도는 하나의 공공예술이면서 동시에 “이러한 전광판을 활용할 기업을 찾는다”는 일종의 광고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 기술(네트워크, 디스플레이), 공간, 예술까지 다양한 분야의 집약체인 디지털 사이니지는 그 쓰임과 유형이 굉장히 다양한데, △미디어 파사드 △미디어 보드 △미디어 폴 △미디어 월 △미디어 테이블 △디지털 뷰 △디지털 키오스크 등으로 종류를 나눌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디지털 사이니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지하철 종합 안내도이다. 위치나 크기를 불문하고 특정 정보를 전달하는 스크린이면 디지털 사이니지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고인 물” 디지털 사이니지, 그런데 이제 진화를 곁들인
디지털 사이니지. 사실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어려운 명칭 때문에 최근 등장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디지털 사이니지는 무려 2000년대 초반부터 성장하는 시장이었고, 지금까지도 진화를 거듭해오고 있다. 가장 먼저 1세대 디지털 사이니지는 단순 노출형 안내판으로, 광화문이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옥외 광고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제2세대인 상호작용형에는 이미 보편화된 무인 키오스크 등이 있다. 기업들은 현재 제3세대인 상황인지형 디지털 사이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세대 디지털 사이니지 패러다임에선 사용자가 주체가 되어 정보를 얻었다면, 3세대 디지털 사이니지는 역으로 사람들에게 먼저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쇼핑을 하는 고객의 데이터를 파악한 후 미리 그 고객의 취향이 반영된 물건을 추천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결국 미래의 디지털 사이니지는 카메라를 통한 사용자 인식과 음성 인식은 물론, 네트워크, 클라우드, AR 등 각종 ICT 기술이 한데 모이는 결과물일 것이다.
2보 성장을 위한 1보 후퇴
코로나 19로 인해 외부 활동의 비중이 줄어들며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2020년 기준 약 10% (560만 대)의 하향세를 보였으나, 오히려 잠시 주춤하는 이 기간이 디지털 사이니지 성장의 도화선이 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2년에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이 1.25배 이상 증가해 700만대에 육박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는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언택트 트렌드가 일상에 완전히 자리 잡았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기기를 활용한 무인 상호작용이 오히려 일 처리 등의 측면에 있어 더욱 신속하고 편리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기본적인 시설들이 갖춰진 상황에서 발전된 기술의 도입은 더욱 디지털 사이니지의 확산을 가속화하기 쉬워질 것이다.
현재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의 큰손은 단연 삼성전자와 LG전자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7.6%, LG전자는 17.1%로 각각 해당 업계의 독보적인 1, 2위임을 입증했다. 실제로 3위 기업 NEC는 점유율이 3.5%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로선 이 두 대기업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당연하다. 디스플레이가 디지털 사이니지 존재를 위한 필수 조건인데, 이들 모두 압도적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의 선두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스플레이는 필수 조건일 뿐, 일정 수준 이상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보급된 현재, 앞으로 디지털 사이니지의 경쟁력은 공간과 미디어 콘텐츠로 옮겨갈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신흥 강자들 중 눈길이 갔던 스페이스애드(SpaceAdd)라는 기업을 간략하게 소개해보겠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종합선물세트, 스페이스애드
2017년에 설립된 스페이스애드는 공간미디어 서비스 전반을 다루는 디지털 옥외광고상품 개발사이다. 스페이스애드는 이름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 ‘공간에 가치를 더하다’라는 기업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기업 목표는 “개발되지 않은 공간을 미디어화해 공간주와 임차인 및 방문객 모두에게 공간 가치 향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올해 알토스벤처스와 ARK로부터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받는 등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스페이스애드의 미디어 라인업은 공유오피스 기업인 스파크플러스 (SPARKPLUS) 18개 지점과 패스트파이브 (FASTFIVE) 27개 지점, 수도권에 위치한 프리미엄 골프 센터 연습장 21개 등이 있으며, 구체적인 타깃 설정을 통해 광고 콘텐츠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일례로, 패스트파이브에서의 광고는 2039 남녀 직장인을 타깃으로 하며, 연간 400만 명의 사람들을 커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타 기업과 차별화되는 스페이스애드의 장점은 단순 광고 컨설팅이나 중개 플랫폼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페이스애드는 1) 공간미디어 기획 및 설치, 2) 콘텐츠 기획 및 편성, 3) 미디어 유지보수 및 관리, 4) 광고 및 프로모션 유치까지 디지털 사이니지와 관련해서 올인원(all-in-one) 종합선물세트 같은 스타트업이다. 실제로 기업 내 조직 역시 미디어 개발 및 하드웨어 설치를 하는 SPACE Group,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담당하는 CONTENTS Group, 공간미디어 솔루션 제공 및 BM 개발 등을 담당하는 MARKETING Group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공하는 콘텐츠 종류 또한 미술 작품, 자연경관, 광고, 정보까지 디지털 사이니지 하면 떠오르는 대부분의 장르를 건드린다.
작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이스애드 오창근 대표는 “스페이스애드의 매출은 (2020년 하반기 기준) 2019년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각종 기업, 특히나 스타트업이 큰 피해를 본 상황 속 스페이스애드의 경쟁력이 극명히 드러난다. 오창근 대표는 “지금까지 특화된 공간 대상의 사업을 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영역을 넓히고자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저희와 함께 갑시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호텔, 쇼핑, 전시 등 사실상 어디에서든 디지털 사이니지는 적용될 수 있다. 최근 롯데뮤지엄의 <김정기, 디아더사이드> 전시회에선 LG전자가 6미터가량의 비디오월을 통해 김정기 작가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구현했다. 디지털 사이니지가 광고판 그 이상의 잠재력을 가졌으며,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사이니지를 “제4의 미디어”라고 칭한다. 디지털 사이니지가 “스마트”해지면 도시 역시 자연스레 ‘스마트’해지는, 일명 ‘스마트 시티’의 등장 역시 예측한다. 터치 한 번으로 불편함이 해결되는 미래 도시, 우리 상상 속에나 있던 그곳. 디지털 사이니지가 열쇠가 될 것이다.
연세대 아시아학과 임수연
sysl0310@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