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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치를 구매합니다 -ESG와 소셜벤처-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0기 최서진

 당신이 물건을 살 때 고려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누가 뭐래도 가격이 최우선인 사람이 있고, 비싸도 질이 좋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브랜드 가치나 유행이 중요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은 소비에 있어 가치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제품일지라도 그 기업이 윤리적이지 못하다면 한순간에 소비를 멈추며,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며 가치를 추구한다. 개인의 소비가 갖는 영향력이 크지 않더라도 행동으로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좋다. 


가치를 더하다, ESG 경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소비자만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기업이 그에 발맞추어야 가능한 일이다.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에게서 가치를 고려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 현상은 요즘 핫한 트렌드 'ESG'로 설명할 수 있다.

ESG =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영향력, 사회적 가치 창출력,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뜻한다. ESG 경영은 이러한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여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목적이 있다. 용어가 생소할 뿐, 여러분은 주변에서 이미 ESG를 접한 적이 있다. 기업의 사회봉사, 친환경 제품, 캠페인 등이 모두 이것의 일환이다. 

SK 홈페이지
DB그룹 홈페이지


ESG가 핫한 이유

 그렇다면, 과거부터 있었던 개념인 ESG가 최근 급부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자본의 요구와 시민의식 변화 때문이다. 

 자본의 요구란, 자본이 있는 투자자들이 기업에 ESG 성과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통상적으로 ESG는 자본을 불러일으키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익 극대화를 막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이를 요구하는 것은 지속가능성 때문이다.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면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ESG 성과 지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많은 국가가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두 번째 핵심 요인은 시민의식의 변화이다. 시민들이 환경, 인권, 빈부격차 등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누군가는 기업의 좋은 이미지에 끌려 상품을 구매하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소비하기도 한다. 시민의식은 환경적 요소와도 관련이 있지만 특히 사회적 가치 창출을 촉진하는 주요 원인이다.

ESG의 초점은 S로

 ESG는 아직 환경 분야에 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회적 가치창출을 위한 시도는 환경 분야보다 훨씬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이라 섣불리 추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신념과 가치관이 중요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없게 된다. 

“The S of ESG will take center stage”

2021 그린핀 컨퍼런스에서 언급된 ESG 트렌드이다. ‘ESG 중 S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가까운 미래의 ESG 트렌드 초점은 점차 S로 옮겨갈 것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큰 논의 주제인 다양성과 포용성,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 사회문제는 S와 관련된 시장을 더 넓힐 것이라 생각한다.

S를 이끌어갈 기업, 발달장애인 예술 에이전시 '디스에이블드'

 향후 ESG의 S를 이끌 기업을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발달장애인 예술 에이전시 ‘디스에이블드’이다. 디스에이블드의 영문표기는 ‘Thisabled’로 장애인을 뜻하는 ‘Disabled’에서 한 단어를 바꿔 할 수 있다는 뜻을 담았다. 발달장애인 예술가의 작품을 굿즈로 판매하고 전시, 브랜드 협업, 캠페인 등을 진행한다. 새로운 발달장애인 예술문화를 만들고 있는 디스에이블드는 궁극적으로 예술가를 위한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디스에이블드는 현재 39명의 발달장애 예술가들과 함께 약 4000점의 작품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래와 같은 수익 구조로 발달 장애 예술가에게 지속적인 예술 활동의 기반을, 소비자에게는 가치 있는 소비의 기회를 제공한다.

출처: 디스에이블드 소개리플렛


디스에이블드의 경영철학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기업답게 이들은 발달장애 예술의 정체성을 흥미롭게 정의하고 있다. 바로 ‘하티즘(Heartism)’이다. 하티즘이란 ‘마음주의’로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예술가들의 순수한 의도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활동중인 예술가를 하티즘 작가라고 부르며 아래는 하티즘 작가 ‘금채민’씨의 소개란과 그의 작품이 담긴 굿즈의 사진이다.


출처: 디스에이블드 홈페이지
출처: 디스에이블드 홈페이지



디스에이블드의 혁신성

 발달장애인의 능력을 보이고자 한 시도가 이때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디스에이블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전과 달리 혁신적이고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발달장애인 예술가를 개별적인 존재로서 전면에 소개하고 있다. 본인은 발달장애인이 수작업한 제품들을 몇 개 지니고 있는데 한 번도 누가 만들었는지 생각해본 적도, 알 수 있었던 적도 없다. 발달장애인이 한 집단으로 묶여 단지 제품의 특징으로서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스에이블드는 제품을 통해 소비자와 작가를 연결시켜주고 있다. 

 두 번째로 제품의 완성도가 높고 가성비가 좋다. 가끔 사회적 기업의 물건을 소비하다 보면, 제품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의미에 집중하며 소비할 때가 있다. 그러나 디스에이블드의 제품은 그 디자인이 훌륭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이 특징은 소비와 가치실현의 목적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일반적인 시장가와 비교했을 때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세 번째로 ‘굿즈 가게’가 아니라 ‘예술가 에이전시’라는 점이다. 굿즈도 중요한 사업의 일부분이지만 이들은 발달장애인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렌탈하는 등 확장적인 성격의 사업을 하고 있다. 예술가의 노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제품을 판매하는 수익으로 장애인 자립 기반을 마련했던 이전 비즈니스 모델들과는 달리 주체적인 예술가로서 경제적인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마치며

이때까지 사회문제는 비영리의 전유물로 취급되어왔다. 정부가 해결해야 하고 자선으로 해결되어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자. 우리가 일반적인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사실 다 일상의 불편함과 문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이동의 불편함에서 파생된 자동차도, 소통의 불편함에서 나온 통신기술도 전부 사람이 느끼는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런데 왜 사회문제의 영역은 비즈니스가 다루지 않는 것일까? 이제는 사회문제도 많은 이들이 보다 일상적인 문제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영역이다. 기업은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긍정적인 파급력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ESG의 부상과 S의 트렌드화는 사회문제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촉구할 것이고, 비즈니스의 영역도 효과적인 모델로서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디스에이블드처럼 사회적 기업이 보다 일반적인 기업으로서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



연세대 사회복지 최서진

keosan200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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