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30th BITor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여행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김수빈


  시간, 돈, 건강. 이 세 가지가 모두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아마 많은 독자가 ‘해외여행’이라고 답하지 않을까 싶다. 여행이 주는 가치는 감히 측정할 수 없다. 사는 곳에서 볼 수 없었던 자연경관을 보고, 색다른 향의 요리를 맛보고, 낯선 언어를 들으며 걷는 여행은 경험 그 자체로 시야를 넓혀준다. 많은 돈과 시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유를 내어 여행을 떠나왔다. 하지만,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하늘 길이 봉쇄 되었다. 이렇게 해외여행을 그리기만 하는 시간이 벌써 2년이다.


  코로나와 함께하는 뉴노멀 시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학교 수업도 집에서 듣고, 회사 일도 집에서 한다. 하지만, 여행은 비대면으로 할 수가 없다. 여행 영상을 시청하며 간접적으로나마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려 하지만, 아무래도 비대면으로 여행이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다 작년 여름, 유럽연합이 한국을 포함한 14개 국가에게 여행의 문을 열어주었다. ‘이제 여행 갈 수 있는건가?’라는 생각도 잠시, 주춤했던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급격히 늘면서 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번에는 가능할 것 같은데!’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좌절되기를 반복하며, 속절없이 시간은 흘렀다. 최근에 다시 해외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진짜 같다. 높아지는 백신 접종 완료율, 위드 코로나 정책 실시 국가 확대, 항공편 수 증편. 모든 지표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여행,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비단 필자만이 해외여행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 아닌 것 같다. 우리도, 국가도, 기업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의하면, 10명 중 7명이 코로나 19 종식 이후 가장 원하는 여가활동으로 여행을 꼽았다. 코로나 19 백신 1차 접종률이 70%에 육박했던 이번 9월 한 달간 항공주 주가가 급상승했는데, 이는 백신 접종률이 더 높아질 경우 여행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임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한 달이라는 기간동안 대한항공 주가는 7.7% 상승했고, 진에어의 주가는 14.65%나 급등하였다. 


  외국인의 여행 목적 입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 2월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입국을 제한한 국가는 62개 국가였지만, 현재는 47개국으로 그 수가 줄었다. 또한, 서로 신뢰하는 국가 간에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인 ‘트래블 버블'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트래블 버블이 체결된 국가 간에 여행하는 국민은 특별한 격리 조치 없이 서로의 나라를 여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싱가포르, 대만, 태국, 괌, 사이판 등과 협약이 체결되었다. 



  이렇듯 여행의 소비자인 우리와 국가 모두 해외여행 재개에 대해 기대감이 큰 상황이지만, 이 두 주체보다 더욱이 해외여행의 재개를 기다려온 주체는 아무래도 여행 관련 산업군의 기업들이지 않을까 싶다. 여행알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모두투어의 경우 “여행이 돌아왔다", “다시 시작되는 여행"이라는 문구 하에 파격적인 가격의 여행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맞추어 여행기업 관련 주가도 함께 상승 중이다.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 20일, 코로나 19 이후 새로운 국면의 여행 트렌드에 맞추어 11년 만에 슬로건을 변경하였다. 위드 코로나로 접어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여 그에 맞추어 여행 사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새로운 국면, 새로워진 여행


  그런데 예전과 같이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과연 여행의 양상이 예전과 같게 나타날까? 팬데믹은 직간접적으로 우리 일상을 크게 변화시켰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새로운 삶에 적응했다. 이에 필자는 여행의 양상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크게 바뀔 것으로 예측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규모 모임이 지양되면서 모임 인원은 8명에서 4명으로, 또 2명으로 줄어왔다. 사람들은 약 1년 동안 이러한 생활을 지속해오며 소규모 모임에 익숙해졌다. 이에, 예전에는 흔했던 단체관광, 패키지여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공공보건과 위생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많은 인파가 몰리는 유명 관광지를 찾는 사람의 수도 줄 것이다. 안면이 없는 여러 명과 관광을 하는 것 보다는 돈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친밀한 관계의 지인과 소규모로 떠나는 여행이 선호되는 것이다. 일명 ‘팟트래블' (작은 규모의 모임을 의미하는 ‘Pod’과 여행을 의미하는 ‘Travel’의 합성어)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는데 그 시간에 유튜브 등 개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온라인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온라인/모바일 콘텐츠를 이용하는 비율이 54.8%였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에는 69.1%로 유의미한 증가가 있었다. 알고리즘, 쿠키 등을 활용하여 사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온라인 콘텐츠 이용률의 증가를 통해 사용자의 취향이 강화되었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이전에 비해 뚜렷한 개성과 취향을 갖고 있는 잠재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여행사에서 일관적으로 정한 호텔, 항공편을 이용하는 여행보다는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할 수 있는 맞춤형 여행이 크게 인기를 끌 것이다. 


  여행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유명 관광지보다는 개별 소비자의 요구를 고려하는, 잘 알려져있지 않는 ‘숨겨진' 명소들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여행을 계획하는 데에 있어서 소비자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위기를 잘 이용하면 기회가 된다는 말도 있듯이, 팬데믹으로 인해 변화한 여행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여행 기업들은 코로나 19 기간의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호황기를 찾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세대 계량위험관리 김수빈

iamsubini@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가치를 구매합니다 -ESG와 소셜벤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