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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시장에 부는 혁신의 바람, 반반택시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박준형


집에 가야하는데...


  10시면 소리 없는 사이렌과 함께 흩어지는 요즘에야 와닿지 않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내딛는 걸음 뒤로 가게의 하루도 함께 닫히고 어느덧 시간은 자정과 아침 사이 어디쯤. 버스도 지하철도 모두 끊긴 그 시간 신촌의 밤거리에 서 있을 때면 걸어갈까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스쳐 지나가지만,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곤 했었다. 정해진 셈법에 맞춰 무심하게 더해가는 요금을 보고 있자면 얼마간이라도 좋으니 저 숫자를 소위 말하는 ‘N빵’해줄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운행하는 택시의 수가 부족한 심야 시간대에는 그마저도 잡히면 다행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난감한 상황이지만 이 글을 읽는 우리 깐부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반반택시’는 2018년 설립되어 현재 국내 유일의 택시 합승 플랫폼을 운영 중에 있다. 반반택시 앱에 접속하여 ‘반반호출’ 서비스를 선택할 시 이동구간이 70% 이상 겹치는 승객과 자동으로 매칭되어 택시에 동승하고 요금을 나누어 낼 수 있다. 번거로움은 금전으로 상쇄된다 하더라도 합승 모델에서 가장 염려되는 것은 역시 안전일 것이다. 반반택시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같은 성별의 승객들에 한하여 합승을 허용하고 합승한 승객 중 한 명은 앞좌석에, 다른 한 명은 뒷좌석에 앉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렇게 살펴본 바 반반택시의 사업 모델은 분명히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매력을 지닌다. 


  그러나 반반택시 서비스에 참여할 택시 기사가 없다면 지금까지의 구상은 공상에 불과해진다. 결국 여느 플랫폼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반반택시 역시 서비스의 공급자에게 마땅한 참여의 유인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반택시의 사업은 택시 기사에게도 매력적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승객이 요금을 나누어 내는 방식으로 최대 40% 수준의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면 택시 기사의 부가적인 수익은 호출료로부터 창출된다. 3,000원 수준에서 형성된 호출료를 2명의 승객으로부터 모두 받으며 추가 운임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반반택시의 영업이 본격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던 2019년 12월 기준, 반반호출을 이용한 승객들은 한 달 간 평균적으로 1만 2,093원의 요금을 절약하였고 택시 기사 중 상위 10%는 한 달 동안 7만 8,912원의 추가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사업 초반 8,000명에 불과하였던 반반택시 가입 기사 수는 현재 전국 택시 기사의 절반 수준인 13만명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또한 배차성공률, 평균 배차거리 등의 지표 역시 업계의 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며 지난 2차례의 시리즈 A 라운드를 통해 본엔젤파트너스, 휴맥스 등으로부터 7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 받아 성공가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승차공유 서비스의 비극


  반반택시의 사업 영역은 넓게 보자면 승차공유 시장에 해당한다. TNC(Transportation Network Company) 혹은 Ride-Hailing이라고도 불리우는 승차공유 서비스는 해외에서는 이미 모빌리티 시장의 혁신을 이끄는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그 사업 방식을 불문하고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고전의 배경에는 엄격한 규제가 존재하는데, 2014년 서울시에서 시범 운영되었던 ‘Uber X’는 정책 당국과의 마찰을 이유로 1년만에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였고, 쏘카의 자회사로도 유명한 ‘타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개정(속칭 ‘타다금지법’)으로 인해 실질적인 영업을 포기한 상황이다. 반반택시와 보다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자면, 2018년 베타 서비스를 제공하였던 ‘카카오카풀’ 역시 각종 법령의 규제와 기존 산업과의 마찰을 이유로 출시 한 달 만에 사업을 잠정 중단하였다.



모빌리티 분야 1호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


  시계를 2년전으로 돌려보자면 사정은 ‘반반택시’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업이 구체화되던 2019년 당시의 택시발전법이 택시 합승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야시간 택시 공급 부족의 해결과 택시 기사 수입 증대를 근거로 관계 부처를 집중적으로 설득한 결과 반반택시는 모빌리티 분야 최초의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사업자로 지정될 수 있었다. 무분별한 호객행위와 안전 문제로 택시 합승이 금지된 1982년 이후 약 40년만이었다. 2019년 7월 서울시 12개 구에서 오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영업을 허가 받았고, 이후 2020년 7월 서비스의 범위와 시간을 각각 서울 전역과 오후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로 확장하였다. 



  그런데 잠깐, 여기서 규제샌드박스는 무엇이고 실증특례 사업자는 또 무엇인가? 규제 샌드박스란 관련 법령이 모호하거나 불합리하여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을 때 제한된 환경에서 규제를 유예하여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제도를 말한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아이들이 모래놀이터(sandbox)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듯이 사업가들에게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8년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각각 ICT 규제샌드박스와 산업 융합 규제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 제도 아래에서 관계 부처들은 사업자의 요청이 있을 시 해당 사업과 관련된 규제가 존재하는 지의 여부를 30일 이내에 신속하게 회신하여야 한다. 이때 관련 규제가 확인되더라도 그 규제의 성격을 가늠해 임시허가 또는 실증특례 제도를 활용해 볼 수 있다. 규제가 모호하고 불합리할 경우 임시허가를 통해 관련 법령이 정비될 때까지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규제에 명시적으로 충돌하는 사업의 경우 그 목적과 효용을 따져 실증특례사업자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반반택시’의 경우 실증특례 제도를 활용하여 기존 법령에 저촉될 소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영업을 진행한 것이다.



지금부터가 진짜 싸움


  실증특례제도의 유효기간은 기본적으로 2년이다. 2019년 7월 인증을 받은 반반택시는 올해 7월로 그 기간을 다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막 알게 된 반반택시의 서비스를 이용해 볼 수조차 없는 것일까? 다행히도 그렇지 않다. 지난 2년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영업에 타격을 입었음은 사실이나 반반택시는 실증특례 기간 동안 사업의 안전성과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그 결과 지난 6월 28일 택시 합승 서비스 허용을 골자로 하는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 1월 28일부터는 누구나 플랫폼을 통한 택시 합승 서비스를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우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들조차 허물지 못했던 규제의 벽을 창업 3년차의 스타트업이 파훼한 것이다. 필자의 생각을 조금 덧붙이자면, 반반택시의 성공 뒤에는 ‘상생의 정신’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버나 카카오, 그리고 쏘카까지 이전의 모빌리티 사업자들은 혁신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기존의 산업과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고객의 편익을 높이는 것에만 몰두하여 택시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깊이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반반택시는 기존 산업과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반반택시의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이다. 지난 2년간 코나투스가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을 위해 노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규제의 울타리가 풀린 이상 그 편익은 시장 논리에 의해 분배된다. 2022년 초를 기점으로 모빌리티 시장의 선두 기업들은 일제히 합승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다. 우버와 SKT가 합작한 우티는 이미 내년 초 합승 서비스를 개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규제샌드박스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반반택시의 진짜 경쟁력을 시험해볼 때가 온 것이다. 그러나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했던가, 반반택시는 어느새 또 다른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택시 기반 운송 서비스’이다. 이번에도 역시 택시 업계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을 채택하였다는 점은 눈 여겨 볼만 하겠다만 자세한 내용은 본고에서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혁신과 상생의 정신으로 무장한 반반택시의 미래를 묵묵히 응원하며 이만 글을 줄이고자 한다.



연세대 경영 박준형

jhp934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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