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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당첨은 되는건가요?’ 화제의 래플마케팅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0기 최서진



래플?


 래플(Raffle)이란 ‘추첨식 복권’을 뜻하는 단어이다. 의미에서 추측할 수 있듯 래플마케팅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당첨된 소비자에게만 구매권을 지급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일종의 한정판매라고 할 수 있지만, 단순히 행동만 빨라서는 기회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 일반적인 한정판매와의 큰 차이이다. 

이미지: 픽사베이



래플마케팅의 대표주자, 나이키


 필자에게는 신발 수집 고관여자인 형제가 한 명 있는데, 그 역시도 나이키 래플에 아주 진심이다. 이제는 온 가족의 계정을 빌려 참여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덕분에 필자는 정기적으로 낙첨 문자를 받고 있다. 왠지 부정타는 기분이지만 한 번 당첨된 전적이 있어 쉽사리 그만두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래플 마케팅이 주는 중독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미지: 나이키

 나이키를 통해 래플이 보통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한 번 확인해보자. 먼저 위와 같이 래플 시작 며칠 전 오픈 날짜와 시간을 공지한다. 래플 오픈 시간이 되면 30분 동안 신청을 받고 1시간 이후 당첨자를 뽑아 개별적으로 구매 방법을 안내한다. 판매하는 기업과 상품에 따라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래플은 대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래플마케팅의 효과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래플 마케팅을 시도하는 것인가,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래플 마케팅이 갖는 긍정적인 효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 상품가치를 고도화한다. 누구나 쉽게 살 수 없다는 장벽은 ‘희소성’을 만들어내며, 한정적으로 판매할 만큼 상품이 특별하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즉, 한정 판매를 하는 것만으로 상품이 지니는 가치는 올라간다. 이는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좋고 특히 과시적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좋다. 그들은 래플에 참여하여 얻은 상품을 통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이라는 대외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과시욕을 충족할 수 있으며, 그를 접하는 다른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 상품의 가치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미지: 무신사

 두 번째, 소비자에게 기대심을 제공한다. 래플에 참여하는 소비자는 그 사실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된다. 과연 당첨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 긴장되는 한편 두근거리고 즐겁다. 이러한 심리는 그 자체로 경험이 되며 소비자가 래플에 참여하는 유인이 된다. 더 나아가 해당 기업의 제품에 관심을 갖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 


 세 번째, 중독성이 있어 충성고객 형성에 용이하다. 복권, 추첨, 응모... 이 단어들이 갖는 공통점은 ‘중독성’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래플은 소비자로 하여금 중독성을 느끼게 하기 쉬운데 당첨된 경험이 있는 소비자에게는 ‘다음에 또 당첨되지 않을까’ 하는 심리, 낙첨된 소비자에게는 ‘다음에는 되겠지’하는 심리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또다시 래플에 도전하게 하는 연결고리를 생성한다. 그러한 행동이 지속되다보면 결국 그 소비자는 해당 브랜드에 높은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충성고객이 되는 것이다. 완전한 충성고객이 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브랜드 소식에 귀 기울이는 소비자가 될 확률이 있다.


 네 번째, 판매 방식에 공정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일반적으로 행해지던 한정판매는 흔히 선착순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러한 방식에 있어서 항상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오프라인 판매인 경우, 물리적인 거리가 멀면 참여 자체가 어려운 사람이 많았고 온라인 판매의 경우, 기기를 다루는 실력과 인터넷 환경 등의 차이로 배제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래플의 경우 구매기회에 모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 때문에 논란이 적으며 공정하다며 호평을 받기도 한다. 물론 래플은 ‘구매’가 아니라 ‘구매기회’에 대한 접근성이 공정한 것이라서 궁극적으로 상품 자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지는 못하지만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의 공정성에 의심을 갖게 하지는 않는다.



래플마케팅을 활용하면 좋을 분야식품 산업(F&B)


 패션은 보여지는 영역인만큼 남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독창성이 중요하다. 또한 사치품스러운 성격도 갖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집 욕구를 자극하기 좋은 분야이다. 이러한 이유를 바탕으로 패션업계에 래플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미지: 이마트 24 PB 제품 '달콤초코찰떡'

 하지만 필자는 패션 업계를 떠나 새로운 분야에서도 래플마케팅 적용을 추천하고자 한다. 그 분야는 바로 식품 산업이다. 사치품스러운 영역을 떠나 아주 일상적인 영역에서 래플마케팅을 적용해보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자체 디저트 래플을 진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생각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식품 산업은 패션 업계보다 접근성이 커서 래플마케팅 활용시 충분히 큰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패션도 충분히 접근성이 높은 분야이지만, 래플을 열더라도 쉽사리 참여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도 지불할만한 여유가 부족하거나 해당 상품이 가지고 싶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식품의 경우 가격대에 어느정도 상한이 있고 누구나 지불하기 좋은 범위 내에서 래플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참여율을 이끌어 내기 좋다. 또한, 상품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식품은 구매 결정 장벽이 낮기 때문에 한번쯤 도전하도록 이끌기도 용이하다.


두 번째, 틀을 깨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는 식품에서 접근성의 한계를 느끼기 다소 어렵다. 워낙 일상적이고 친숙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이러한 통념을 깨고 래플을 진행한다면, ‘쉽게 먹을 수 없는 식품’이라는 이미지를 제공하며 소비자로 하여금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이는 식품 산업 내에서 공급자의 공급행위와 소비자의 취식행위 사이에 또하나의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식품 산업은 상대적으로 래플의 부정적인 면이 나타나기 어렵다. 래플은 과도한 거품이 붙는 리셀 시장을 형성하고 부도덕한 거래를 증가시키는 등의 문제가 있어 논란이 되어왔다. 하지만 식품 산업의 경우 상품의 특성으로 인해 리셀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 유통기한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 가치가 떨어지고, 어떤 상품들은 택배 거래가 불가능하여 거래 자체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즉, 래플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접근성이 좋은 식품 산업에서 굳이 한정된 수량을 판매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손해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눈에 띄게 래플을 진행하는 기업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브랜드 마케팅에 화제성이 필요하거나 이미지 전환의 기회가 필요하다면 부가적인 전략으로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치며


래플 마케팅은 제품 판매를 위해 준비하는 노력과 재고의 규모에 비해 그 효과가 큰 마케팅 방식이다. 해당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에게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치품의 영역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제품에서도 이와 같이 신선한 마케팅을 시도해볼 유인이 충분히 존재한다. 즐겁고 재미있는 것에 반응하는 MZ세대 펀슈머 중 한 명으로서 앞으로도 많은 기업이 더 신선하고 독특한 경험을 제공해 주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연세대 사회복지 최서진

keosan200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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