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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 (우리 기업이 달라졌어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김수빈

표지 사진 출처: 우아한형제들 (더큰집 사옥 내부)



Ch1. 변해가는 기업들


> 이런것까지 해준다고? 


                                           “3시30분에는 모두 30분간 쉽시다! 삼삼휴식!" (띵스플로우)

                        “생일날 상품권과 인정 반차, 그리고 명절 선물을 제공해 드립니다." (크래프톤)

                        “장거리 출퇴근 걱정하지 마세요! 셔틀 노선을 제공하고 있어요!” (카카오)


  최근 구직을 해 본 사람이라면 기업의 채용 공고에서 위와 같은 문구를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맛있는 간식을 오피스에 배치해두고 출퇴근 시간을 근무자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실시하는 등 과거에는 건강검진 시행 정도에만 머물렀던 기업의 복지제도는 굉장히 풍성해졌다. 생일까지 챙겨주고 우리 동네까지 나를 데리러 와 줄 정도로 ‘친절한'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 왜 저한테 잘해주시나요? 


  기업은 왜 이렇게 까지 우리에게 잘해주려고 하는 것일까? 기업이 원래부터 이렇게 친절하지는 않았다. 그럼 왜, 무엇을 위해, 언제부터 기업이 이렇게 우리에게 친절해지기 시작했을까? 이 이유에 대한 분석을 필자의 시선으로 담아 보았다. 


1)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이프'

  ‘워라밸'은 몇 년째 화두에 올라있는 키워드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36%를 차지하고 직장에서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는 MZ세대는 ‘워라밸'을 직업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핵심적으로 고려한다. 하지만, ‘워라밸'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살펴보면 일과 삶을 분절적인 요소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Work 만 하지않고 Life 를 챙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여 Work 와 Life 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워라밸을 바라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의 삶을 보장해줄 수록 직원들의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기업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일이 곧 삶이 되고 삶이 곧 일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를 위해 기업이 친절해졌다는 것이 첫 번째 분석이다. 가령, ‘일하는 경험'을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오피스 내에 다양한 공간을 형성하고, 눈치 보지 않게 일할 수 있도록 재택근무 등의 제도로 배려하고, 근무 시간에 맛있는 간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2) 눈치받지 않고 이직하는 사회

출처: 잡코리아

  이전에 비해 이직이 자유로워졌다. 채용 정보는 더욱 투명하게 전달되고 개인이 fit한 기업을 찾기 위해 모색할 수 있는 플랫폼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다. 특히 이는 자신의 선택을 중요시 여기는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다. 실제로 잡코리아에서 작년에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따르면 MZ세대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입사 1년을 채 채우지 않고 퇴사를 한다. 그러한 트렌드 속에서 어렵게 확보한 인재를 놓치기 않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리텐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기업은 직원을 친절하게 대하게 된 것이다. 퇴사한 직원을 대체할 새로운 직원을 뽑기 위해 채용 프로세스를 거치고 신규 입사자 교육을 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차라리 이러한 비용을 기존에 잘 뽑아놓은 직원들에게 우수한 근무환경을 제공해 이들이 이탈하지 않게 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


3) 팬데믹으로 경험한 새로운 근무 환경

  팬데믹이 도래하면서 기업은 반강제적으로 ‘재택근무', ‘화상회의'와 같은 전례없는 업무 방식을 도입해야 했다.  오늘 같으면 당연히  ZOOM 화상통화 기능을 이용해 해결할 법한 회의를 하기 위해 기업은 비행기 표와 호텔 숙박 비용을 지불해가며 직원들을 해외로 출장을 보냈다. 물론,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화상회의 등의 업무 툴을 사용하는 기업은 존재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정말 효과적인 업무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 가지고 있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염려 속에서 시작된 새로운 업무 방식이지만, 한 오피스에 있지 않더라도 같은 과업을 수행할 수 있고 직접 눈을 마주치고 있지 않더라도 회의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또한, 이러한 방식이 효율성면에서 오히려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 설문조사와 연구를 통해 드러나기도 하였다. 가령, 2020년에 고용노동부가 밝힌 바에 의하면 기업 인사담당자 중 66.7%가 재택근무를 통해 업무효율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며 근로자 중 91%가 재택근무 제도에 만족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팬데믹 이전부터 자유로운 근무 환경에 대한 트렌드가 존재하였지만, 팬데믹은 이의 효율성을 증명하며 트렌드를 강화한 셈이다. 


출처: 고용노동부 자료, 연합뉴스

  

  필자가 담은 위의 3가지 요인과 여러 사회문화적 환경이 더해져 기업은 변해가고 있다. 기업마다 변화의 물결과 양상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변화 트렌드는 "자유로운 근무환경"이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고 이직이 자유로워진 트렌드에 더불어 코로나 19를 겪으며 새로운 업무 방식을 경험하며 기업 문화의 변화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기서 필자가 말하는 "자유로움"이란 근무자가 자율적으로 근무 방식(재택/출근, 공간, 업무 툴 등)을 선택함으로써 직장인으로서의 본인의 삶에 만족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물론, 완벽히 만족한 상태로 근무하는 근무자는 찾기 힘들겠지만, 기업의 변화와 맞물려 근무자들 전반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음 문단에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실천하여 직원들이 만족하고 다닐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한 기업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Ch2. 우리의 문화를 소개합니다. 


> 우아한형제들

출처: 우아한혀엦들


  우리들의 (특히 자취를 하는 중인 필자의) 밥 끼니를 해결해주는 ‘배달의 민족’ 앱 서비스로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문화를 소개한다. 우아한형제들 인재영입 홈페이지에 가면 위 사진에 담긴 것과 같이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복지 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공간에서, 영감을 주는 사내 공간'를 통해서 근무자에게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 19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재택근무를 경험하게 되었지만,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효율성을 확인한 우아한형제들은 코로나 19가 종식한 이후에도 주 2일은 상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 당근마켓

출처: 당근마켓 Team 홈페이지

  중고 거래를 해봤다면 한번쯤 사용해봤을 앱 서비스 당근마켓도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근무환경'의 트렌드를 반영한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다. 당근마켓이 말하는 ‘자율'은 업무 수행에 직접적으로 적용된다. 당근마켓의 직원은 회사나 팀으로부터 과업을 지시받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비전과 팀의 목표 아래에서 자신이 스스로 업무를 선택해서 일한다. 또한, 직급이 없이 자신이 정한 영어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편하고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Ch3. 자유로운 기업이 고민해야 할 과제 


   근무자에게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해주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추세이다. 이러한 기업 문화 트렌드는 기업을 넘어서 사회 전반에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기업이 고민해야할 지점들이 있다. 


1) 직원들을 자유롭게 하라고 했지, 풀어놓으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우리 회사에는 직급이 존재하지 않아요"를 강조하고 있다. 직급을 없애 근무자 간에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한 분위기를 형성한 것은 근로자가 남의 눈치를 보지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급이 사라지면서 과장님, 부장님, 팀장님 등등의 직급은 사라지고 CEO와 직원들만 남게되었다. 중간 직급이 부재하는 기업이 많아졌기에 신규 입사자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사수'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온보딩 과정의 강화이다. 중간직급이 사라진만큼 인재관리팀/피플팀/인사팀 등등으로 불리는 HR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체계적인 온보딩 과정을 통해 새로운 입사자가 기업 문화에 적응할 있도록 돕고 이들이 적응 기간에 겪을 있는 어려움에 먼저 손내밀 있어야 한다. 



2) 기업이 산으로 가지 않도록

  또한, 근무자에게 자유를 주기에 앞서서 기업만의 명확한 비전이 수립되어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큰 비전 아래에 같은 뜻을 가진 직원들이 하나의 회사에 모였을 때 회사는 발전해나갈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비전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개개인 직원에게 큰 자율성을 부여하면 기업의 방향이 산으로 가는 불상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 각 기업들은 기업만의 뚜렷한 비전 수립이 필요하다. 비전은 대체로 C-level에서 수립되기 때문에, 기업가의 기업가적 마인드와 확고한 비전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의 방향성, 비전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선행된 후에 자유로운 환경이 갖추어진다면, 기업도 근무자도 win-win 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3) 최선을 다하지 않는 직원들

  기업이 근로자에게 부여하는 자율성의 정도는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재택근무제 시행을 통해 ‘집에서 일할 권리'를 부여받게 되는 근로자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동료나 상사가 보이지 않는 자가에서 근무하는 환경 속에서는 다른 잡일을 하는 등의 직무 태만이 발생할 유인이 충분하다. 그렇다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을 관리, 감시하자니 그것은 자율성을 오히려 더욱 침해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에 관해서는 우아한형제들의 경영 접근을 소개한다. 우아한형제들이 구상한 방안은 오피스를 ‘‘구성원들이 오지 않고는 못 배길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신사옥인 ‘더큰집'을 열었는데 새로운 오피스의 공간을 구성하는 데에 있어서 동선을 포함한 공간 프로그래밍에 깊은 고민을 담았다. (“오피스의 미래를 묻다" 4화 중 일부 발췌) 즉,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회사에 오기를 선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자율성을 지키는 동시에 직무 태만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지점 이외에도 "자유로운 근무환경"이 기업에, 근로자에, 또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부정적 효과는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자사만의 경영철학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다가오는 금요일 우아한형제들에서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참석한다. "이게 무슨 일이야!"라는 재미있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갖고 있는 일 철학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더큰집 사옥을 직접 방문하여 우아한형제들의 일철학이 담긴 오피스를 생생하게 보고 컨퍼런스에서 얻는 새로운 인사이트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덧붙이도록 하겠다. 


"자유"로운 조직과 기업문화가 우리에게, 기업에게, 세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길 기대하며

대한민국의 근로자들 기업가들 모두 화이팅!



연세대 계량위험관리 & 경영 김수빈

iamsubin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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